2019년 7월호

[르포] “3기 신도시는 사형선고, 김현미 장관 OUT!”

분노하는 일산 주민들 “개발도면 유출, 그린벨트 훼손 ‘문제없다’는 정부”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9-06-20 16: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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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도 서울까지 2시간, 3기 끝나면 3시간?

    • 경의선 배차 간격 길고 이용자 많아 ‘지옥철’

    • 말로만 GTX 착공, 공사 첫 삽 뜨지도 않았다

    • 자족시설 부족, 기업 유치 힘든데 3기와 경쟁할 판

    • 3기 신도시 철회 불가능하면 ‘당근책’이라도 줘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3기 신도시 OUT!’ ‘도면 유출 3기 신도시 전면 무효!’ ‘김현미 장관·이재준 고양시장 퇴진!’ 

    현재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서 나풀거린다. 지난 5월 7일 정부가 제3기 신도시 예정지로 고양 창릉을 추가로 발표하자 1기 신도시인 일산 주민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현재 약 8000명이 가입한 ‘일산신도시연합회’ 온라인 카페에서는 ‘현수막 인증 릴레이’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 3기 신도시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거는 운동이다. 

    일산신도시연합회는 5월 12일, 3기 신도시 반대 첫 집회를 연 데 이어 6월 9일 일산서구 주엽동에 위치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5번째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일산 주민들과 함께 파주운정신도시, 왕숙지구, 계양지구 주민들이 참여했으며 집회 주최 측 추산 약 1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3기 신도시 전면 철회 ▲창릉지구 도면 사전 유출 검찰 조사 및 토지 거래 전수조사 ▲1·2기 신도시 교통 및 자족시설 확충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재준 고양시장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3기 신도시가 1·2기 신도시 잡아먹을라

    정부는 지난해 12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지구를 신도시 예정지로 발표한 데 이어 올 5월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을 추가로 발표했다. 해당 부지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해 2026년까지 수도권에 모두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려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고, 젊은 세대와 무주택 서민에게는 내 집 마련 기회를 주는 등 주거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두고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존 신도시에 대한 정비 및 정부 지원이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3기 신도시를 지어버리면 1·2기 신도시는 얼마 안 가 ‘슬럼화’ 할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는 1989년 신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하며 성남 분당신도시, 고양 일산신도시, 군포 산본신도시, 부천 중동신도시, 안양 평촌신도시 등 5곳을 1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이곳은 1989년 개발계획이 수립돼 1992년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2기 신도시 개발 계획은 2003년에 발표됐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등 수도권 10곳으로 대부분 서울을 기준으로 1기 신도시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1기 신도시에 비해 사업 속도가 더뎌 아직까지 분양 및 입주가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반면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에 비해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건설될 예정이다. 3기 신도시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기존 신도시 주민들에게는 서울 접근성을 더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통난 더 심해질까 집 내놓는 사람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종의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 제품의 시장을 잠식해버리는 것을 이르는 말로, 3기 신도시가 기존의 1·2기 신도시를 ‘잡아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산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같은 시기에 조성된 분당신도시와 비교해 그동안 교통이나 자족시설 면에서 정부로부터 외면당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 6월 11일 찾은 일산동구 한 신축 아파트 베란다에는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자신의 집에 직접 현수막을 내건 주민 최모 씨를 만났다. 

    최씨는 현수막 인증 릴레이에 동참한 이유에 대해 “날마다 교통지옥에서 고생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3기 신도시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현재 서울 성수동으로 출퇴근하는 최씨의 남편은 하루 3시간 넘게 길에서 시간을 보낸다. 특히 지난해부터 2기 신도시인 파주운정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30분가량 더 늘어났다고 한다. 

    최씨는 “서울 정릉에서 살다가, 아이 키우기가 좋다고 해서 지난해 이 아파트를 분양받아 왔는데 그때와 비교해도 지금은 서울 가는 길이 너무 막힌다. 이런 상황에 3기 신도시까지 생기면 과연 일산 사람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일산에서 산 지 7년이 넘었다는 또 다른 주민 김모 씨도 교통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서울 접근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일산 시내 교통량도 급격히 늘어 서울 진입로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삼송 지역에 이케아, 스타필드가 들어선 이후로 주말에 외출하기가 두렵다. 대형 쇼핑몰 주변으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교통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일산에서 삼송을 지나 서울로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30분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 서울과 붙어 있는 곳에 3기 신도시가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나. 일산 주민들의 삶의 질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산동구 마두동에서 서울 서대문으로 출퇴근하는 강모 씨는 출근길 만원버스에 오르면 이내 ‘카카오버스’ 앱을 켠다. 이 앱은 버스 도착 시각과 함께 빈 좌석 수도 알려주는데, 강씨는 뒤에 오는 버스가 빈 좌석이 있다고 뜨면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려 뒤 버스를 기다렸다 갈아타곤 하다. 강씨는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길에서 에너지를 다 소진하는 기분이다. 퇴근할 때도 회사에서 가까운 버스정류장을 놔두고 앉아서 가기 위해 광화문까지 버스를 타고 나간다”고 말했다. 

    현재 일산 시민 대부분은 서울로 이동할 때 자유로 아니면 제2자유로, 지하철 3호선, 경의선을 이용한다. 전철은 버스나 승용차보다 막히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지하철의 경우 2~3분 간격으로 역이 있어 이동시간이 길 뿐만 아니라 이용객도 많아 늘 콩나물시루고, 경의선은 배차 간격이 길어 한번 놓치면 다음 차를 기다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한꺼번에 여러 명이 타다 보니 그야말로 ‘지옥철’이다.

    GTX 착공 언제쯤 가능?

    경의선 풍산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아침 시간에는 그나마 8분 간격으로 기차가 있지만, 그 시간대가 지나면 배차 시간이 15~20분 이상으로 벌어진다. 이번에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집을 팔겠다고 내놓은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이 출퇴근이 힘들어서다.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도무지 답이 안 나온다”고 혀를 찼다. 

    일산 탄현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도 경의선 이용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배차 간격이 긴 것도 문제지만 기차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출근길에 혼동을 빚을 때가 많다”며 “몇 번이나 코레일 측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산 시민을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들어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GTX 착공도 불투명한 상태다. 김씨는 “착공한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첫 삽도 뜨지 않고 있다. 경의선도 당초 공약보다 무려 7년이나 늦게 완공됐다. 신도시라고 집만 지어놓으면 뭐 하나. 그에 맞는 교통·생활 인프라를 같이 만들어줘야 하는데, 일산은 그런 면에서 지금껏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크다 보니 3기 신도시에 대한 청사진도 믿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국토부는 GTX-A 노선 착공식을 하고도 실제 공사를 시작하지 않아 ‘무늬만 착공’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GTX-A는 파주운정에서 일산 킨텍스-대곡-연신내-서울역-삼성역을 잇는 노선으로 운정에서 서울역까지 20분, 킨텍스에서 서울역까지 16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문제는 언제쯤 착공하느냐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GTX-A 시행사인 SG레일이 6월 말 실제 공사 착수보고서인 착공계를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공사가 시작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착공계 승인이 나면 그날 바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승인일로부터 60개월 이내에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지체상금을 부과해 시행사가 공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착공계를 제출한 이후에도 하도급 발주가 필요하고, 비산먼지 방지나 화약 반입 신고 등 공사 수행에 필요한 지자체 인허가를 거쳐야 하기에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까지는 한두 달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재산권까지 침해할 순 없다”

    임동수 일산신도시연합회 대변인이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 개발의 문제점을 토로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임동수 일산신도시연합회 대변인이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 개발의 문제점을 토로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일산신도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자족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규모 오피스 타운이나 산업단지가 없다 보니 아파트 위주의 주택밀집 지역(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낮에는 서울 등 외부로 나가 일하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 잠만 자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2기 신도시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LH에 따르면 2기 신도시 8곳(판교·동탄·동탄2·김포한강·파주운정·양주옥정·평택고덕·위례)에 미분양이 났거나 공급 일정을 잡지 못한 자족시설용지가 72만10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8곳에 계획된 자족시설용지 329만5000㎡ 중 21.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통해 561만㎡에 이르는 자족시설용지를 공급하기로 하자 공급과잉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고양 창릉에 책정돼 있는 자족시설용지는 135만㎡로 남양주 왕숙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이에 대해 일산 주민들은 “1·2기 신도시에도 아직 못 들어온 기업을 3기 신도시에 몰아주겠다는 얘기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임동수 일산신도시연합회 대변인은 “고양 창릉에 4차 산업 기업 위주의 자족시설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당초 일산신도시에 들어오기로 한 일산테크노밸리와 성격이 같다. 최근에는 고양시가 일산테크노밸리를 공업용지로 바꿔 수소 제조공장을 받으려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고양시는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주민들은 쉽게 믿지 않는 눈치다. 나아가 그동안 논의됐던 몇몇 기업의 입주 기회를 모두 날려버린 고양시를 탓하는 이도 많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선 KEB하나금융그룹과 인천 영종도에 세워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모두 당초 고양시에서 유치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현재 일산 주민들은 3기 신도시 개발이 개인의 재산권 침해로까지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교통편과 자족시설 등의 부재로 생활 여건이 나빠지면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동수 대변인은 “일산은 당초 집값이 많이 오르길 기대하는 곳이 아니다. 녹지가 많고 동네 분위기도 조용해 아이 키우기 좋고, 노인들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란 점에 만족하며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재산권까지 침해당할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아들 딸 시집 장가보낸 뒤 노년에 집 한 채 있는 걸로 주택연금을 받아 생활하려는 이가 많을 텐데, 집값이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정부의 강압적인 개입에 의해 출렁인다면 이는 분명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일산 집값은 3기 신도시 발표 후 4주간(5월 17일~6월 7일) 0.19%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의 하락률(0.05%)보다 3배 이상 높다. 정부가 급한 대로 인천 지하철 2호선을 일산까지 연결하는 후속책을 내놨지만 떨어지는 집값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일산 마두동에 있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는 상관없지만 구축 아파트의 경우 1000만~3000만 원가량 떨어졌다. 매물로 나온 집은 많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매매가 약세가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한편 고양 창릉지구는 사전 택지개발 도면이 유출돼 문제가 된 지역이다. 지난해 10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고양 택지개발 도면을 유출한 정황이 드러나 관련자들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벌어졌는데, 현재 국토부가 발표한 창릉지구는 당시 유출된 지역과 3분의 2가량 겹친다.

    택지개발 도면 유출·그린벨트 훼손

    일산동구에 위치한 한 신축 아파트 베란다에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해윤 기자]

    일산동구에 위치한 한 신축 아파트 베란다에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해윤 기자]

    임동수 대변인은 “도면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김현미 장관은 ‘해당 지역(원흥지구)은 3기 신도시에서 배제한다’고 밝혀놓고 사전 유출된 지역과 상당 부분이 일치하는 지역을 이름만 바꿔 창릉지구로 지정했다”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지난 5월 7일 신도시 발표 브리핑에서 “창릉지구는 유출 사고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시장 교란 행위는 적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창릉 신도시 중심부인 용두동과 화전동은 올 1월부터 5월 발표 직전까지 총 44건의 토지 거래가 있었다. 더욱이 이 중 절반이 넘는 25건이 특별한 호재가 없이는 투자를 꺼리게 되는 개발제한구역에서 거래가 일어났다. 화전동의 경우 지난 한 해 전체 토지 거래 건수는 총 130건으로 2017년 74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었다. 현재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도면 유출 3기 신도시 전면 무효”와 함께 “김현미 장관, 이재준 고양시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난개발 방식의 주택 공급 정책도 비난받고 있다. 전국 환경운동연합 본부는 최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기 신도시는 327㎦의 그린벨트를 훼손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이들은 “아직 서울에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도시 녹지의 마지막 보루다. 특히 서초, 강서, 은평, 노원에 있는 그린벨트는 도시의 생명벨트”라면서 “3기 신도시 계획은 국토 이용과 관리 정책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3기 신도시 계획부지 개발면적은 총 3429만㎡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11.8배나 된다. 이 중 고양 창릉은 97.7%, 부천 대장은 99.9%가 그린벨트이고 특히 ‘절대 개발이 불가한’ 환경성평가 1등급 지역도 다수 포함돼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집값 잡겠다고 서울 집값과는 무관한 경기도에 그것도,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 신도시를 짓는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리모델링 규제 완화 등 ‘당근책’ 필요

    5월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공원에서 열린 '2차 3기 신도시 지정 반대 집회'에서 검단· 일산·운정신도시연합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5월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공원에서 열린 '2차 3기 신도시 지정 반대 집회'에서 검단· 일산·운정신도시연합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상 3기 신도시 철회가 불가능하다면, 기존 신도시 주민들에게 ‘당근책’을 줘 상대적 박탈감을 줄여주는 게 낫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지어진 지 30년 넘은 노후주택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하고, 아파트 수리비 등을 지원해주는 방법이 있다. 

    일례로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위치한 5300세대 규모의 건영빌라는 오래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리모델링 추진 요구가 있어왔다. 이곳은 성저마을, 정발마을, 양지마을, 밤가시마을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고급 빌라촌으로, 평수도 152㎡(46평)에서 247.9㎡(75평)에 이른다. 하지만 고도제한이 있어 높이가 4층밖에 안 되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이에 고양시는 지난해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있는 건영빌라 주민들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층수를 높여 리모델링을 한다면 그에 따른 경제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산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일산에 있는 아파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낡고 오래됐다는 거다. 건영빌라 외에도 낡은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리모델링 규제가 완화된다면 일산 전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래된 도시의 장점은 학군, 병원, 공원 등 생활 기반시설이 다 안착돼 있다는 것이다. 만약 창릉에 3기 신도시가 생긴다고 해도 향후 몇 년간은 대부분 일산 생활권을 이용할 거라 일산 경기 부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수리비 지원은 일산 시민 대부분이 원하는 바다. 1995년에 지어진 백마3단지 금호·한양아파트는 최근 노후 급수배관 교체공사를 위해 고양시에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기준 미달로 탈락했다. 고양시에서 정해놓은 수리비 지원 아파트 선정 기준은 노후도 50점, 장기수선충당금 30점, 전용면적 20점으로 이뤄져 있는데, 일정 점수를 넘지 못하면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 아파트는 2017년 8월부터 장기수선충당금을 인상하면서까지 지원 아파트가 되고자 애썼지만 실패했다. 예상 공사비 10억 원 중 고양시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은 약 1억6000만~2억4000만 원 선인 걸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 주민 박모 씨는 “아이가 아직 어려 녹물에 민감한데 이번에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실망이 무척 크다. 현재 녹물 필터를 따로 사서 욕실과 세탁실에 설치해서 쓰고 있고 주방에서는 정수기 물로 음식을 만든다. 필터는 수시로 교체해줘야 하는데 살 때마다 비용이 5만~6만 원은 족히 든다”고 푸념했다. 

    이번 3기 신도시 발표는 ‘여당의 텃밭’으로 통하던 고양시의 정치 성향까지 바꾸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산시도시연합회 카페 내 자유게시판에는 “더는 문재인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원성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들은 주민세 납부 거부 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일산의 주민세가 서울·분당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산신도시연합회 관계자는 “고양시의 주민세는 1만2500원으로 성남시 5000원, 서울시 6000원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종량제 봉투 값도 수도권에서 제일 비싸다”며 “고양시가 기업 유치를 통해 세수를 증대하지 않고 일산 주민들의 주머니를 갈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날로 거세지는 일산 주민들의 분노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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