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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 타계 후 요셉의원

“언제나 부족했지만 언제나 채워져 있었다”

  • 김일동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ildong@donga.com

‘쪽방촌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 타계 후 요셉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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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 의학을 공부하며 사람을 살리는 데 이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밤늦게 퇴근하는 길, 길가에 쓰러져 있는 환자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 치료하고 나면 한 사람을 더 살렸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지인들에게 개원 20주년을 맞아 보낸 글에 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은 이렇게 썼다. 그랬던 그가 4월18일 암으로 세상을 떠나 요셉의원의 앞날이 어둑해졌다. 그가 떠난 요셉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쪽방촌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 타계 후 요셉의원
미국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비치에서 가정의 겸 한의사로 일하는 심재훈(73) 선생은 지난 5월 초부터 7주 예정으로 요셉의원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2003년 4월 처음 요셉의원에 온 이후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1968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992년까지 뉴저지주에서 가정의로 일했다. 그 후 연방정부 공무원으로 변신해 11년간 플로리다주 올랜도 시 소재 연방 교도소 의무과장을 지냈다. 연봉만 16만9000달러에 달하는 고위직이었다.

그가 은퇴를 결심한 것은 더 늦기 전에 봉사를 해야겠다는 의과대학 신입생 시절의 각오를 실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의사가 돼서 돈 벌면 가난한 이웃에 도움 되겠다고 결심했었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생각해낸 것이다. 의료봉사 하기 적당한 곳을 물색하던 그는 뉴욕에 있는 가톨릭의료선교본부를 찾아갔다. 그곳에서는 케냐, 멕시코 등지의 시설과 함께 한국의 요셉의원을 소개했다. 직원이 미국인인데도 요셉의원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 있던 요셉의원은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고 한다. 날씨는 더운데 냉방이 안 돼 땀이 비오듯하고 화장실 냄새가 가시지 않는 곳으로, 미국생활에 익숙했던 그로서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첫해 3개월을 근무했던 그는 2년 뒤인 2005년 4월에 와서는 6개월을 일했다. 이후 지난해 4월에 와서 3개월 있었다. 2004년에는 전해 가을에 시작한 한의대 공부 때문에 오지 못했다. 그가 한번 오면 이처럼 장기체류하는 이유는 비행기 삯이 아깝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못 올까 싶어서다. 남부 플로리다 한인감리교회 권사인 그는 “환자들에게 베푸는 것보다 내가 훨씬 많은 은혜를 받는다”며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띠었다.

어려운 이웃들의 버팀목

‘쪽방촌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 타계 후 요셉의원
가내 철공소와 쪽방들이 엉켜 있는 서울 영등포역 부근의 요셉의원은 가난하고 병들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병원이다. 선우경식 원장이 1987년 서울 신림동에서 개원하고, 1997년 5월1일에 이곳으로 옮겼다. 신림동 시절 달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면, 이곳에서는 노숙자, 출소자, 외국인 노동자 등 아파도 갈 곳이 마땅찮은 사람들이 주로 온다. 건강보험증은커녕 주민등록증 없는 사람도 많다.

환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무급으로 일하는 봉사자 덕분이다. 전문의 80명을 포함해 의료봉사자 200명과 일반봉사자 400명 등 연 600여 명의 봉사자가 이곳에서 일한다. 21년간 요셉의원을 지켜온 선우경식 원장이 지난 4월18일 별세한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요셉의원은 다른 병원들이 문을 닫는 저녁 7시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의사들이 자기 병원에서 퇴근해 이때부터 일을 하기 때문이다. 대신 낮에는 상주의사, 은퇴의사가 내과진료를 한다. 앞서 소개한 심재훈 선생 등이 낮 시간에 환자를 본다. 1일 내원 환자는 100여 명. 의사가 약 처방을 내면 약사가 바로 약을 내준다. 약값은 없다.

병명도 고혈압부터 당뇨병, 관절염, 피부병, 간질환까지 7, 8개 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종합병동’이다. 알코올 질환자는 부지기수고, 막노동하다 다친 정형외과 환자도 많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강남성모병원, 도티기념병원 등 10곳의 협력병원으로 응급 이송한다. 그러나 협력병원에 병실이 없으면 이곳 돈으로 일반 병원에 입원시킨다. 사람이 죽어가는 데는 방법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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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동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il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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