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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뇌 생각의 출현

사람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준 뇌

  • 김동억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장, 뇌졸중 전문의, 의학박사 dxtxok@hitel.net

뇌 생각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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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도 업그레이드해야

과학적 사고는 사람의 마음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에 화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는 많지만 상식도 노력을 통해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살기 쉽다.

나이를 먹으면서 전두엽의 기능이 약해지기 시작하면 mental flexibility 즉 융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사고의 유연성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믿게 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근거가 불분명한 과거의 상식만을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생각은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이고, 감정(emotion)은 판단과 관련되어 바깥으로 표출된 운동, 즉 이e(out) + 모션(motion) 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예약시간에 맞추어 왔는데 왜 제 시간에 진료를 받을 수 없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병원과 의료진에 대해 거친 언사를 내뱉는 소리가 진료실 안까지 들릴 때가 있다. 언론의 단골 질타 대상인 ‘3시간 대기 30초 진료’가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와 병원 경영상의 문제를 포함한 여러 구조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발생한다는 것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경우 아직까지는 지나치게 많은 외래 환자를 짧은 진료 시간에 밀어넣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왜 제 시간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까? 간단하다. 앞 시간에 예약된 환자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어기고 늦게 오는 바람에 특정 시간대에 환자가 너무 많이 몰리면 제 시간에 온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해주면 환자의 화가 눈 녹듯이 사라지면서 멋쩍어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쉽게 화내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이런 감정이 우리 몸에 좋을 리 없다. 사소한 일상생활의 문제도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해보고 주변의 의견이나 정보를 수집한 후 자신만의 가설을 세우고 확인해보는 것, 이것도 과학이다.



3년 전에 하버드 의대 신경과장인 앤 영 박사를 초대한 일이 있다. 앤 영 박사는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이자 세계적으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매사추세츠종합병원 2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과장이다. 1주일을 같이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포스닥(박사학위 취득 이후) 연구원을 뽑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나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차고(garage)에서라도 과학을 할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교수 숫자만 9000명이 넘는 하버드 의대가 정말 좋은 차고이긴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과학은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공학이 전공인 저자가 꾸준한 공부를 통해 뇌신경과학 분야의 전문가도 되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겠다는 결심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저자가 바라는 ‘대중의 과학화’로 가는 첫 단계일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읽기에 자신의 독서 호흡이 좀 짧다고 느낀다면, 뇌신경과학과 우주론 및 일반생물학에 대한 내용을 충실하게 담고 있는 믿음직한 사전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궁금한 것을 그때그때 찾아보는 데 불편이 없을 것이고, 추가적인 공부를 위한 참고문헌도 잘 정리되어 있다. 얄팍한 상술을 부렸다면 네 권으로 만들 수도 있는 분량을 한 권에 다 담았으니 요즈음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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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억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장, 뇌졸중 전문의, 의학박사 dxtxok@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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