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훈교수가 연구에 매달리지 않고 앨범을 냈다”며 멋쩍게 웃는 그는, 알고 보면 ‘오글루낵(O-GlcNAc)’이라는 당이 당뇨병과 관련 합병증 발병에 관여하는 상관관계를 규명해 저명 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에 논문을 실은 과학자다. 대학 시절 ‘연’ ‘사랑하는 사람아’ ‘얼굴 빨개졌다네’ 등을 발표하며 가수로 활동했지만, 생물학이 좋아서 음악을 접고 학문의 길로 들어섰다.
“그래도 늘 시간의 일부를 음악에 할애했습니다. 이번 앨범에 담은 9곡은 지난 35년간 꾸준하게 만들어온 숱한 곡 중에서 고르고 고른 것들이에요.”
싱어송라이터답게 9곡 모두 직접 작사·작곡했다. 특히 심혈을 기울인 곡은 타이틀곡 ‘아빠의 노래는 별이 되어’.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에게 보내는 노래로, 자랄 때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한 아빠의 미안한 마음을 담았다. ‘잘 지내니 힘들진 않니 아빤 매일 걱정이구나’ 하는 노랫말이 애잔하다. 그는 “이 노래를 듣고 울었다는 사람이 많다. 운전할 때 들었다간 사고 난다”며 웃었다.
‘연’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대학교 1학년인 1977년, 조 교수는 당시 최고 인기 교양과목인 마광수 교수(당시는 강사)의 ‘대학국어’를 들었다. 마 교수는 기타를 메고 수업을 들으러 온 그에게 노래 한 곡 해보라고 시켰고, 그는 그때껏 정식 발표하지 않은 ‘연’을 불렀다.
“선생님이 누가 만든 노래냐고 물으셔서 ‘제가 만들었습니다’ 하니까, 앞으로 수업 들어오지 말라고, 무조건 A 학점 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는 성공한 공연기획자라는 명성도 얻었다. 지난 5월 30~3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콘서트 ‘오월의 별 헤는 밤에’가 지난해 공연에 이어 2년 연속 ‘만석’ 홈런을 쳤다. 이 콘서트는 연세대 동문들이 기획, 출연하고 동문과 재학생, 교직원이 관객으로 와서 즐기는 독특한 행사다. 콘서트 타이틀도 연세대 동문인 황경신 시인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 따와 만들었다. 잘 알려진 대로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를 졸업했다.
“윤형주, 김광진, 박진영, 호란, 스윗소로우 등 선후배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출연료도 받지 않고 흔쾌히 출연해줬어요. 콘서트 일정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윤종신은 아쉬워하며 내년을 기약했죠. 동문의, 동문에 의한, 동문을 위한 콘서트를 통해 연세인들은 개인주의적이라는 오해를 깨고 싶었습니다.”
그는 명함도 두 장(교수 및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장), 안경테도 두 개다. ‘교수’일 땐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가수’일 땐 흰색 뿔테안경을 쓴단다. 앞으로는 흰색 뿔테안경 쓸 일이 많을 것 같다.
“이왕 앨범을 냈으니 콘서트도 하고 방송 출연도 할 생각이에요. 교수직에서 은퇴하면 음악을 계속하면서 후배 가수들 앨범도 내주고 싶어요. 가슴으로 듣는 음악을 만들어 들려주는 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