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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권주자 심리분석 시리즈 ①

고건 전 국무총리

변화구 다양한 소신 없는 순응주의가

  • 김종석 인천의료원 신경정신과장 mdjskim@naver.com

고건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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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황은 그의 바람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최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확대를 위한 국무회의에 배석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고건은 평생 처음으로 가슴속에서 불덩이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군정(軍政)은 절대 찬성할 수 없었다. 그는 국무회의 배석을 거부하고 사표를 썼으며 장위동 집에 칩거했다.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반항의 표시만 한 셈이다.

내향적 감정형은 매사를 꼼꼼하게 처리하려고 한다. 이는 열등한 외향적 사고를 보상하려는 행동이다. 내향적 감정형은 사고의 다양성이 부족해 몇 가지 개념으로 많은 자료를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한 적 있는 한 직원은 자신의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국무총리쯤 되는 사람이 시시콜콜한 것까지 일일이 지시한다고 해서 일부 직원들은 그를 ‘고 주사’라고 불렀다. 의심이 나는 사항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기대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부하들에게 끝없는 개선을 요구했다. 일부 직원들은 고건이 내용보다는 의전이나 보고서 꾸미기 등 형식적인 일로 피곤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고건에게는 이러한 내향적 감정형의 특징 이외에 또 다른 면이 보인다. 장애인 시상식에 참석했을 때 수상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고건은 눈높이를 맞추려고 했다. 장애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시상을 한 것. 명지대 총장이 되어서는 학교 앞 호프집에서 대학생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맥주를 마셨다. 한 기자가 고건에게 “바다낚시에서 배우는 것은 어떤 겁니까”라고 묻자 고건은 웃으며 “타이밍을 잡는 것이죠. 텐션(긴장)과 플렉시빌리티(유연함)를 적절하게 구사해야 합니다. 세상만사가 다 똑같지 않나요”라고 답했다.

이처럼 고건은 감각이 대단히 발달했다. 내향적 감각형은 뛰어난 감각 덕분에 상황을 잘 파악하고 매끄럽게 대처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국무회의에 배석한 고건 서울시장이 장관들이 풀지 못하는 국정 현안을 한두 마디 핵심어로 맥을 짚어내자 “행정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며 감탄했다고 한다.



이원종 충북지사는 고건이 서울시장을 지낼 때 교통국장과 내무국장으로 일했는데, 그의 능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좋은 대안을 선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미래예측 능력이 뛰어나 그를 상사로 모시면 군더더기 일이 생기지 않는다. 필요 없이 헤매는 일이 없다.”

내향적 감각형은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선택한다. 이처럼 신념보다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응하기 때문에 행동에 일관성이 없다. 군정만큼은 동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직 사표를 냈으나 같은 해 9월 교통부 장관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전두환 정권 때에는 농수산부 장관, 민정당 국회의원, 내무부 장관을 차례로 지냈다. 이런 사실에 대해 고건은 어떻게 해명할까.

“나는 행정 전문가이지 재야인사가 아니다. 당시는 군정에서 헌정(憲政) 체제로 돌아온 시점이었다. 헌정 체제로 돌아왔으니 본연의 전문분야로 복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을 두고 일부에선 “고건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스타일이다. 그것도 승산이 있는 곳에만 얹는다”고 비판한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관직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명지대 총장으로 있던 1995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민선 1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달라고 했으나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1년 후 김영삼 대통령이 높은 순위로 전국구 국회의원을 공천할 테니 총선을 도와달라고 했으나 “학교와 학생들에게 ‘정치를 하기 위해 중간에 떠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안 된다”고 사양했다.

이러한 내향적 감각형의 단점은 소극적인 형태로 현실에 순응한다는 점이다. 최연소 내무부 지방국장과 최연소 전남지사를 시작으로 무려 7명의 대통령 밑에서 관료생활을 했으면서도 역대 대통령과 마찰을 빚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1970∼80년대의 정치 격변기를 거치며 정권이 수없이 바뀌는 혼란의 와중에서도 그가 중용된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 때문에 고건은 “무소신의 전형이고 처세의 달인이어서 결정적 순간에 ‘노’라고 말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러한 성격적 특성으로 보아 고건은 융의 심리학적 유형 가운데 내향적 감정형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으며, 아울러 제2기능인 감각도 발달한 내향적 감정감각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장점과 단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말 잘 들어주는 사람’

우선 고건의 장점은 포용력이 있고 대인관계가 원만해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고건은 ‘돌다리도 두드려 볼 정도로 신중하다’거나, ‘계속되는 의견조율을 통해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화합형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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