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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지하, 시대를 논하다

“박근혜 ‘인혁당 인식’, 민주주의 기본도 몰라” “치명적 재앙 부를 ‘이명박 운하’ 폐기해야”

시인 김지하, 시대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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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패망 없었다면 ‘인혁당 사형’ 없었을 것
  • 긴급조치 유죄판결 판사들, 자리에서 물러나야
  • 박정희의 가장 큰 잘못은 법을 웃음거리로 만든 것
  • 北 인도적 지원해도 핵에는 단호히 대처했어야
  • 양 극단 배제한 중도(中道)로 갈등의 시대 들어올려야
  • 내가 투쟁현장에서 벗어난 건 ‘변절’ 아닌 ‘복귀’
  • 내가 꿈꾼 혁명은 정치혁명이 아니라 문화혁명
  • 경제학 기초도 모르는 여권, 워낙 상식 밖의 짓을 하니…
1974년 1월을 죽음이라 부르자

오후의 거리, 방송을 듣고 사라지던

네 눈 속의 빛을 죽음이라 부르자

좁고 추운 네 가슴에 얼어붙은 피가 터져

따스하게 이제 막 흐르기 시작하던



그 시간

다시 쳐온 눈보라를 죽음이라 부르자

모두들 끌려가고 서투른 너 홀로 뒤에 남긴 채

먼 바다로 나만이 몸을 숨긴 날

낯선 술집 벽 흐린 거울 조각 속에서

어두운 시대의 예리한 비수를

등에 꽂은 초라한 한 사내의

겁먹은 얼굴

그 지친 주름살을 죽음이라 부르자

그토록 어렵게

사랑을 시작했던 날

찬바람 속에 너의 손을 처음으로 잡았던 날

두려움을 넘어

너의 얼굴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바라보던 그날

그날 너와의 헤어짐을 죽음이라 부르자

바람 찬 저 거리에도

언젠가는 돌아올 봄날의 하늬 꽃샘을 뚫고

나올 꽃들의 잎새들의

언젠가는 터져나올 그 함성을

못 믿는 이 마음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니면 믿어 의심치 않기에

두려워하는 두려워하는

저 모든 눈빛들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아 1974년 1월의 죽음을 두고

우리 그것을 배신이라 부르자

온몸을 흔들어

온몸을 흔들어

거절하자

네 손과

내 손에 남은 마지막

따뜻한 땀방울의 기억이

식을 때까지

-김지하, ‘1974년 1월’ 전문


인터뷰가 끝난 후 김지하(金芝河·66) 시인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무지하게 말 많이 했지요? 이렇게 말 안하는데….”

누군가에게 많은 얘기를 하고 나면 허전한 법. 그 공허함이 기자에게 고스란히 밀려왔다. 그의 말대로 그는 인터뷰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많은 얘기를 했다. 인터뷰 계기가 된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으로 출발한 대화는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옮겨갔다. 현실정치에 대해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여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이명박 박근혜 등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평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뜻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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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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