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월을 죽음이라 부르자 오후의 거리, 방송을 듣고 사라지던 네 눈 속의 빛을 죽음이라 부르자 좁고 추운 네 가슴에 얼어붙은 피가 터져 따스하게 이제 막 흐르기 시작하던 그 시간 다시 쳐온 눈보라를 죽음이라 부르자 모두들 끌려가고 서투른 너 홀로 뒤에 남긴 채 먼 바다로 나만이 몸을 숨긴 날 낯선 술집 벽 흐린 거울 조각 속에서 어두운 시대의 예리한 비수를 등에 꽂은 초라한 한 사내의 겁먹은 얼굴 그 지친 주름살을 죽음이라 부르자 그토록 어렵게 사랑을 시작했던 날 찬바람 속에 너의 손을 처음으로 잡았던 날 두려움을 넘어 너의 얼굴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바라보던 그날 그날 너와의 헤어짐을 죽음이라 부르자 바람 찬 저 거리에도 언젠가는 돌아올 봄날의 하늬 꽃샘을 뚫고 나올 꽃들의 잎새들의 언젠가는 터져나올 그 함성을 못 믿는 이 마음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니면 믿어 의심치 않기에 두려워하는 두려워하는 저 모든 눈빛들을 죽음이라 부르자 아아 1974년 1월의 죽음을 두고 우리 그것을 배신이라 부르자 온몸을 흔들어 온몸을 흔들어 거절하자 네 손과 내 손에 남은 마지막 따뜻한 땀방울의 기억이 식을 때까지 -김지하, ‘1974년 1월’ 전문 |
인터뷰가 끝난 후 김지하(金芝河·66) 시인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무지하게 말 많이 했지요? 이렇게 말 안하는데….”
누군가에게 많은 얘기를 하고 나면 허전한 법. 그 공허함이 기자에게 고스란히 밀려왔다. 그의 말대로 그는 인터뷰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많은 얘기를 했다. 인터뷰 계기가 된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으로 출발한 대화는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옮겨갔다. 현실정치에 대해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여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이명박 박근혜 등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평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뜻밖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