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역강화 베타(1,3)D글루칸, 다른 항암버섯보다 3∼5배 많아
- 페니실린처럼 잡균 접근 못하게 하는 강한 항균성
- 주사제는 물론 경구투여도 가능
- 독특한 균상제작법으로 동일 성분 꽃송이버섯 재배
- 말기암 환자 대상 임상실험에서도 치료효과 높아
도쿄대 약과대 면역학연구팀이 꽃송이버섯의 면역증강 효과를 실험하고 있다.
그런데 면역요법을 제외한 치료법들은 여러 후유증과 부작용을 동반해 환자에게 심한 고통을 안겨준다. 특히 항암제인 사이클로포스파미드(CY)를 투여하면 암 세포에 대항하는 백혈구 수까지 급격히 감소해 오히려 암이 악화될 수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안전한 치료법은 사람이 본래 지니고 있는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면역력을 높이는 연구가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로 가장 주목받는 것이 베타글루칸이다.
버섯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거부터 잘 알려져왔다. 다만 버섯의 어떤 성분이 항암작용을 하는지가 규명된 것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다. 그 열쇠가 바로 베타글루칸, 정확하게는 ‘베타(1,3)D글루칸’에 있었다. 베타(1,3)D글루칸이 대식세포, T세포, 자연살해세포(NK) 등에 대해 면역증강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
베타(1,3)D글루칸은 천연물질이어서 부작용이 없고, 분해속도가 느려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 다양한 작용을 하며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 항암치료제로 개발된 치마버섯의 소니필란(SPG), 잎새버섯의 클레스틴(PSK), 표고버섯의 렌티난(LNT) 같은 중요 성분이 바로 베타(1,3)D글루칸이다.
‘신비의 버섯’
베타(1,3)D글루칸의 효과에 매혹된 의학자들은 이 성분이 더 많이 들어있는 버섯을 찾기 시작했고, 특히 꽃송이버섯에 주목했다. 지금까지는 자연에서 자라는 양이 적어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아 이른바 ‘신비의 버섯’으로 불렸는데,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 인공재배를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일본명 ‘하나비라다케’인 꽃송이버섯은 주로 여름과 가을에 걸쳐 일본에서 야생한다. 빛깔은 담황색 또는 흰색이고 두께는 1mm 정도로 편평하다. 여러 개의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가지 끝이 꽃잎처럼 꼬불꼬불한 것이 특징이다. 자실체(균류의 균사가 빽빽히 모여서 된 영양체)는 산호나 모란채 모양을 하고 있다. 송이버섯 같은 향이 은은하게 나는데 먹으면 씹는 맛이 좋다.
꽃송이버섯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일본 도쿄대 약과대학 면역학연구팀을 찾아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확인해보았다. 도쿄대 약과대학 면역학연구팀은 20년 넘게 베타글루칸(면역증강제)을 연구해온 이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다.
연구팀을 이끄는 오노 나오히토 교수에 따르면 꽃송이버섯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1997년 일본 건강식품회사인 (주)미나헬스에서 인공재배에 성공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주)미나헬스에서 자신들이 인공재배한 꽃송이버섯 ‘MH-3’에 베타글루칸이 많이 들어 있다며 공동연구를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998년 초에 일본식품분석센터에 MH-3의 성분분석을 의뢰했죠. 그런데 검사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베타(1,3)D글루칸 함유량이 100g 중 43.6g에 달했거든요. 말 그대로 글루칸 덩어리였던 셈이죠.”
다른 항암버섯보다 3~5배 많은 베타(1,3)D글루칸을 함유한 꽃송이버섯(위). 베타(1,3)D글루칸의 분자 구조.
연구팀은 또 한 번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꽃송이버섯의 균사를 배양하는 과정에 잡균이 들어와 번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그런데 실험실 한켠에 치워둔 균 배양 케이스를 다시 보는 순간 오노 교수는 깜짝 놀랐다. 마치 페니실린 주위에 균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것처럼 꽃송이버섯의 균사 부분에는 잡균이 번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꽃송이버섯의 균사에는 잡균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강한 항균성이 있었던 것.
“지금까지 다른 버섯 연구에서 이런 보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꽃송이버섯의 강한 항균성을 확인한 것이죠.”
경구 투여 가능
연구팀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것은 추출방법이다. 추출방법엔 열수 추출, 냉알칼리 추출, 열알칼리 추출법이 있다. 대부분의 버섯은 열알칼리수로 추출할 때 베타글루칸의 성분이 가장 잘 보존되고, 열수 추출(물에 넣어 끓이는 법)을 했을 때에는 성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MH-3는 열수 추출에서도 베타(1,3)D글루칸 함유량이 많았다. 이는 꽃송이버섯을 음식에 넣어 끓여먹어도 높은 항암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쿄대 약과대 면역학연구팀은 항암제를 사용할 때 백혈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MH-3를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실험쥐들에게 항암제를 주사하고서 곧바로 MH-3를 투여했다.
먼저 쥐에 암세포를 이식했다. 암에 걸린 상태로 아무런 치료를 행하지 않으면 2개월 내에 모두 죽게 된다. 여기에 항암제인 사이클로포스파미드(CY)를 투여해 백혈구를 저하시키고 MH-3를 250마이크로그램을 주사하자 백혈구 수가 증가했다. MH-3의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다음으로 한 게 주사로 혈액에 투입하는 게 아니라 경구투여를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베타(1,3)D글루칸은 분자구조가 커서 경구투여하면 위나 장에서 흡수하지 못하고 배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입에 투여한 결과 주사로 혈액에 투여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환자들이 훨씬 간편하게 항암 치료를 받을 길이 열린 것이죠.”
이 결과는 1999년 10월 일본대체의학학회에서 발표되어 많은 면역학 전문가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 도쿄 요시다병원은 말기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MH-3를 병용한 면역요법 임상보고를 2002년 일본암학회 총회에서 발표했다. ‘일본암학회’는 매년 전국 규모로 암에 관련된 기술, 연구를 발표하는 학술 총회다.
3차례 임상실험
요시다병원장 요시다 겐시 박사는 “도쿄대 약과대학에서 실시한 기초 및 동물실험 결과 꽃송이버섯에서 추출한 MH-3의 효과가 좋아 주목하게 됐다. 그래서 2001년 말기 암환자 14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매우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명(餘命) 3∼6개월로 진단된 말기암 환자 14명에게 MH-3를 100mg씩 하루 3회 섭취시키며 8∼10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투여군(群)에서는 진행 재발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항암제의 부작용 감소와 의학적 삶의 개선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구분 | 인원 | % | 재발률 |
5년 이상 생존 | 4 | 28.6 | 없음 |
추정예후의 2배 이상 연명 | 5 | 35.7 | |
추후예정과 같음 | 5 | 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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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구 수치가 증가해서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백혈구가 감소하는 것을 막아 주었고, 면역력이 높아져 암의 진행을 막았습니다. 항암제란 원래 모든 세포를 죽이는 물질이어서 정상 세포도 죽이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MH-3를 복용하면서 그런 부작용이 경감됐습니다.”
요시다 겐시 박사는 2004년에도 같은 임상실험을 했다고 한다. 외래치료 중인 말기암 환자 7명에 대해 13주 동안 활성화자기임파구, NK세포요법으로 치료한 후에 MH-3(300mg/일)와 이소플라본(30mg/일)을 병행해 경구 투여했다는 것. 그 결과 전반적인 증상의 호전, 백혈구의 증가, NK활성의 유지 현상이 확인됐다고 한다. 임상실험 환자들은 모두 대장암, 간암, 위암, 유방암, 폐암 등 고형암 환자였다.
요시다병원은 이후에도 암환자에 대한 MH-3 임상실험을 계속해왔는데, 요시다 겐시 박사는 “지난 1년반 동안 병원을 찾은 300여 명의 암환자 중에서 위암, 대장암 등 고형암이 진행 중인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MH-3를 투여한 결과 100% 가까운 치료 효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환자 300여 명 중 항암치료 효과를 보인 것이 43%라고 하니 그에 비하면 무척 높은 수치인 셈이다.
‘네이처’지 특집
꽃송이버섯을 인공재배한 MH-3가 베타(1,3)D글루칸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고, 고형암에 대해 면역력을 높인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문제는 남아 있었다. 경구 섭취를 해도 면역증강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이 해명되지 않았던 것. 그런데 오노 교수가 지난해 이 메커니즘을 밝혀내 일본 암학회 총회에서 발표했다.
“경구투여를 해도 면역증강 작용을 하는 것은 소화기관의 점막층에 베타(1,3)D글루칸을 수용하는 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베타(1,3)D글루칸이 이 수용체를 자극함으로써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사이토카인을 증가시키고 자연살해세포(NK)나 킬러세포 등의 활동성을 높여 백혈구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면역학연구팀은 백혈구 표면에 면역계에 영향을 주는 덱틴-1이라는 단백질이 존재함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유전자가 손상되면 폐렴, 암 등의 증상이 악화되는데, 실험을 통해 MH-3에 들어있는 베타(1,3)D글루칸이 손상된 덱틴-1을 재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세계적 과학학술전문지인 ‘네이처’에서 2007년 1월호에 특집으로 다뤘을 정도로 중요한 연구결과다.
오노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문이 하나 남았다. MH-3가 아니라 다른 꽃송이버섯에서도 같은 효과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야생에서 자란 꽃송이버섯이나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재배 버섯을 대상으로 일본의 방송사에서 성분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베타글루칸의 함유량이 둘쭉날쭉이었어요. 높은 함유량을 고루 보인 꽃송이버섯은 아직까지 MH-3뿐이죠.”
이에 대해 (주)미나헬스 관계자는 “균을 고정할 수 있는 나름의 독특한 균상제작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나헬스의 MH-3는 2004년 1월, ‘생리기능활성을 지닌 꽃송이버섯의 균상제작방법’ 특허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