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장례식 위의 바람과 구름

  • 일러스트·박진영

    입력2007-03-12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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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 위의 바람과 구름
    눈을 감은 그의 가슴 위엔

    흰 국화 몇 송이가

    죽은 나뭇가지의 그림자

    날아가던 새가 떨어뜨린 붉은 발자국이

    졸음처럼 흙이 쏟아진다



    인부들은 부지런히 삽질을 한다

    철 이른 민들레 몇 송이가 뿌리째 관 위로 떨어진다

    검은 한복을 입은 여자는 눈을 비빈다

    얼굴을 가린 울음소리가 발목 언저리에서 어슬렁거린다

    여자는 깎은 지 오래된 발톱이 파고든 버선 속의 발가락을 생각한다

    웅성거리는 소리를 끌고 언덕을 내려가는 담배연기를 좇으며

    여자는 가끔 절룩거린다

    충혈된 여자의 눈 속으로

    바람이 부스럭거리며 구겨진다

    얇은 하늘 몇 장이 소리도 없이 넘어간다, 오후

    또각거리며 깎여 나간

    구름이 움켜쥔 자리가 싯푸르다

    매처럼 휜 그의 발톱이 검다

    장례식 위의 바람과 구름
    이용임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숙명여대 전산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現 ㈜핸디소프트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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