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국화 몇 송이가
죽은 나뭇가지의 그림자
날아가던 새가 떨어뜨린 붉은 발자국이
졸음처럼 흙이 쏟아진다
인부들은 부지런히 삽질을 한다
철 이른 민들레 몇 송이가 뿌리째 관 위로 떨어진다
검은 한복을 입은 여자는 눈을 비빈다
얼굴을 가린 울음소리가 발목 언저리에서 어슬렁거린다
여자는 깎은 지 오래된 발톱이 파고든 버선 속의 발가락을 생각한다
웅성거리는 소리를 끌고 언덕을 내려가는 담배연기를 좇으며
여자는 가끔 절룩거린다
충혈된 여자의 눈 속으로
바람이 부스럭거리며 구겨진다
얇은 하늘 몇 장이 소리도 없이 넘어간다, 오후
또각거리며 깎여 나간
구름이 움켜쥔 자리가 싯푸르다
매처럼 휜 그의 발톱이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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