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바나나 스타일’이 매력? ‘임포’징조일 수도…

  • 정정만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 일러스트·김영민

    입력2007-03-12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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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나 스타일’이 매력? ‘임포’징조일 수도…
    페니스의 이미지는 ‘힘’ ‘생산’ ‘분출’ ‘강직’ ‘직선’ 등이다. 이 중 직선의 이미지는 일자(一字) 동굴과의 물리적 결합을 위한 요철 때문에 생긴 것이다. 나들이할 땐 그 일자가 더욱 뚜렷해진다. 굽히지 않는 꼿꼿한 자세로 일자의 위세가 더욱 당당해진다.

    하지만 이단의 페니스도 많다. 휘어진 엿가락처럼 몸이 뒤틀려 체형이 삐딱한 놈, 일어서기만 하면 바나나처럼 허리가 구부러지는 놈이 있는가 하면 물갈퀴처럼 불알주머니의 피부에 붙어 있는 희한한 놈도 있다. 이 가운데 일어서기만 하면 바나나처럼 휘어지는 녀석은 페이로니씨병(Peyronie’s disease) 환자다. 발기되면 직선을 이루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구부러지는 병이다. 페이로니라는 프랑스 의사가 처음으로 붙인 이름이지만 필자는 그냥 ‘바나나 페니스’라고 부른다. 100명의 성인 남자 가운데 1명이 이에 속한다. 결코 드문 질병이 아니다.

    발기된 페니스는 상하좌우 어느 방향이라도 구부러질 수 있고 그 정도도 아주 다양하다. 심하게 구부러지면 질내 삽입이 어려워 정상적인 성기 결합이 힘들어진다. 이런 상태를 기계적 임포텐스(mechanical impotence)라고 한다. 발기 기둥의 균등한 팽창성에 결함이 있을 때 바나나 페니스가 된다. 발기 살을 둘러싸고 있는 백막은 고유의 신축성과 탄력성을 지녔다. 물리적 현상인 발기는 백막이 가지고 있는 탄력성의 한계까지 완전히 팽창하는 이벤트이며 이 백막의 팽창은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일어나 일자형 발기를 이룬다. 그러나 백막 일부에 흉터가 생기면 그 부위가 탄력성을 잃어 균등하게 팽창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백막의 팽창이 국지적으로 제한되어 흉터가 생긴 부위로 발기된 페니스가 구부러지는 현상이 바나나 페니스다.

    바나나 페니스는 귀두 쪽보다 몸 쪽(음경 뿌리 쪽)이 더욱 단단해지는 소위 ‘부분 발기(segmental erection)’ 현상이 특징적 소견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기계적 임포텐스가 기능적 발기 부전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이는 발기 기둥에 생긴 흉터 조직이 발기 기둥 내부로 들어가는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바나나 페니스에 의한 기능상 장애가 없는 사람이라도 만곡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성기능 장애를 경험한다.

    페니스는 자체에 직선 발기를 이룰 수 있는 구조를 내장하고 있다. 백막은 발기 살의 외피(外皮)다. 백막이라는 강인하고 질긴 섬유성 구조가 스펀지 형태의 발기 살을 완전하게 둘러싸고 있다. 성적 자극을 받으면 혈액이 급속도로 유입돼 발기 살이 팽창한다. 그러나 발기 살이 늘어날 수 있는 한계는 그것을 둘러싼 백막의 최대 신장 능력까지다.



    바나나 페니스의 가장 많은 원인은 성교 중에 발생하는 페니스 굴곡 손상, 자위행위를 할 때 페니스에 가해진 무리한 동작이다. 순간적이긴 하나 성기 결합 후 속행되는 격렬한 피스톤 운동으로 페니스가 구부러지는 충격을 줄 수 있다. 성행위 도중 일순간 페니스가 휘면 볼록한 쪽의 백막이 순간적으로 강한 장력을 받아 국소적으로 딱딱한 흉터살덩어리를 형성한다.

    이때 형성된 국소적 흉터 조직을 색대(索帶)라고 한다. 음경 백막에 색대가 만들어지면 백막이 지닌 고유의 신축성을 상실함으로써 페니스가 발기되면 색대 쪽으로 휘어지는 것이다. 페니스가 긴 남성은 짧은 남성보다 바나나 페니스 빈도가 더욱 높다. 길이가 긴 만큼 성교할 때 굴곡 외상을 입을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젊은 남자는 페니스 조직의 탄력성이 우수하여 섹스 도중 굴곡 손상을 받아도 출혈이나 손상 없이 곧 복원되는 경향이 있지만 중년 이후의 남성은 같은 정도의 굴곡 손상으로도 백막 내외층이 쉽게 분리되는 미세 손상을 받는다. 중년 이후의 남성이 젊은 남성보다 바나나 페니스가 많은 까닭이다. 페니스도 나이가 들면 탄력성이 떨어져 작은 굴곡만으로도 쉽게 손상을 받기 때문이다.

    페니스 백막에 미세한 손상을 받으면 보통 1년이나 1년 반 사이에 조직 변화가 완결된다. 이 기간에 자연 치유될 수도 있고 딱딱한 흉터살덩어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때는 대개 성행위가 가능하지만 발기 상태나 성적 만족도가 떨어진다. 처음엔 염증 반응 때문에 통증이 느껴지다가 염증 반응이 소실되면 곧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며 발기와 함께 약간 휘어지는 현상을 감지한다. 증상이 진행되면서 만곡도가 심해지기도 한다.

    위로 구부러지는 상부 만곡도가 45。 이하이거나 옆으로 구부러지는 측면 만곡도 또는 아래로 구부러지는 하부 만곡도가 30。 이하일 때는 그런대로 성행위가 가능하다. 그러나 성행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통증이 심할 때는 수술적 교정이 필요하다. 바나나 페니스는 일반적으로 13%가 자연 치유되고 40%가 악화되며 나머지 47%는 정지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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