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의 짧은 역사, 소규모 지방대라는 단점을 딛고 개교 이래 줄곧 취업률 100%라는 놀라운 기록을 이어온 대학이 있다. 내실 있는 교육으로 주목받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한기대는 ‘실천 공학교육자 양성’을 목적으로 1992년 전액 정부(노동부) 출연기금으로 설립된 HRD(인적자원개발) 특성화 대학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공학도를 양성하는 엔지니어 엘리트 코스로 더 잘 알려졌다.
‘공학 특성화 대학’인 한기대에는 6개 학부, 3개 학과가 있다(기계정보공학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정보기술공학부, 인터넷미디어공학부, 건축공학부, 산업경영학부, 디자인공학과, 신소재공학과, 응용화학공학과). 총 학생수가 3600명 정도이니 규모로 보면 작은 학교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대학은 1996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11년 연속 취업률 100% 신화를 이뤄냈다. 한기대 이성규 홍보팀장에 따르면 “100%도 그냥 100%가 아니다”고 한다. 질적으로도 알차다. 한기대 졸업생들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노동부 산하기관의 능력개발 훈련교사 등으로 고르게 취업한다는 것.
“2006년 졸업생 456명(공무원 준비생 등 구직 포기자 15명, 입대자 4명 제외) 모두 4월 말 이전에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졸업생의 30%(137명)가 삼성, 현대, 한전 같은 대기업 및 공기업에 취업했지요. 또 46%(208명)가 중견 상장기업에 취업했고, 11%(51명)는 직업전문학교 교사 및 중등교원으로, 11%(51명)는 대학원 등으로 진학했으며, 나머지 2%(9명)는 해외로 취업했습니다.”
이 팀장은 “한기대는 노동부 출연 대학이라 노동부가 관리하는 고용보험 전산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해 취업률을 산정한다”며 취업률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11년 연속 취업률 100% 신화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한기대는 공부를 많이 시키기로 유명하다. 아닌게아니라 “우리 대학은 학생들을 좀 ‘쪼는’ 것이 문제”라는 게 학생들의 불만 아닌 불만이다. 다른 대학 공학부보다 10~20학점 많은 15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여느 대학에서 학생들이 4년 동안 들어야 하는 수업이 대략 2700시간인데, 한기대의 의무 수업량은 4000시간에 육박한다. 수업은 이론 50%, 실습 50%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타 대학에 비해 실험 실습이 2배 이상 많다.
지난해 일찌감치 한국전력공사 취업을 확정한 정보기술공학부 박광자(2007년 2월 졸업)씨 역시 “실험실습 수업으로 힘든 대학시절을 보냈지만, 고생한 만큼 확실히 취업할 수 있는 것이 한기대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박씨는 “화끈하게 공부하고 너끈하게 취업하는 것이 한기대의 매력”이라고 덧붙인다.
졸업 관리 또한 엄격하다. 토익 600점 획득, 국가기술자격증 의무 취득, 4주간의 교육실습과 일반 기업체 현장실습, 졸업연구작품 제출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졸업연구작품은 가장 힘든 관문. 4학년이 되면 1~5인이 팀을 이뤄 10월까지 작품을 제출해야 하는데, 학생들은 여기에 그동안 배운 이론과 기술을 집대성한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졸업연구작품전에는 일선 기업직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도 얻고 인력도 채용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는 법. 교수들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그중 ‘교수 현장학기 연구제’가 눈에 띈다. 매년 12명의 교수가 6개월 동안 산업현장에 나가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경험을 쌓는 제도다. 이 기간에 교수들은 대학에 출근하지 않는다. 현장이 곧 연구실이 되는 셈이다. 정병석 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교수 현장학기 연구제를 운영하는 것은 재정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 145명의 전임교수 중에서 10% 정도가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부담이 큽니다. 하지만 기업이나 현장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이 계속 바뀌니, 교수도 날로 새로워져야 합니다. 원래 기업체나 연구소에서 3년 이상 일한 경력자들로만 전임교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흐름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 현장학기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와서는 현장의 변화를 강의 프로그램에 반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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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위주의 맞춤형 교육
한기대의 교육이념은 실사구시(實事求是)다. 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 공과대학과는 달리 실습 중심의 차별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대학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책과 씨름할 때 한기대 학생들은 연중 24시간 개방되는 실험실습실을 ‘놀이터’ 삼아, 다른 대학에서는 석사과정의 학생들도 직접 만지기 힘들다는 최첨단 고가 장비를 ‘장난감’ 삼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서화일 교수(입학홍보처장)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다른 대학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전담기술연구원 제도’ 또한 철저한 실무 중심 교육에 한몫한다고 한다. 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담기술연구원이 학과마다 한 명씩 배치되어 실습을 책임진다. 또한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22명에 불과한데, 이렇듯 소수정예라는 것도 실무 중심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실습 위주의 교육 덕분에 한기대 학생들은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다(표 참조).
소위 ‘맞춤형’ 교육 또한 한기대의 남다른 교육 서비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학교에 주문하면, 학교는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원하는 학생에게 강의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해당 회사에서 인턴 실습을 마친 학생에 대해 회사는 취업을 보장한다.
이 같은 교육의 성과로, 한기대 졸업생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 거치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력, ‘경력자 같은 신입직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기업은 “학교에 가서 당신 같은 후배 3명만 더 데리고 오라”고 부탁할 정도라고 한다.
현장 위주 교육으로 쌓은 지식도 몇 년이 지나면 ‘과거의 것’이 되고 만다. 이에 대비해 한기대는 끊임없이 재교육을 실시한다. 그 사령탑 노릇을 하는 곳이 대학 부설 ‘능력개발교육원’이다. 역시 노동부 전액 출자로 1998년 설립되었는데 교사, 업체 엔지니어가 자신의 능력을 유지하도록 보수교육을 제공한다.
한기대는 늘어나는 재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2005년 천안시 두정역 인근에 재교육을 전담하는 제2캠퍼스를 세웠다. 이곳에서는 현재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첨단기술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첨단기술교육센터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재직자 및 관련 협력업체 임직원의 재교육을 담당하며 지난해 5000여 명의 재직자가 기술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대학의 발전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자 능력개발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또한 첨단기술교육센터를 통해 우리 대학은 수요자 중심의 현장 기술교육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와 실제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 등은 계절학기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실제로 2006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와 삼성SDI 및 관련 협력업체에 70여 명의 재학생이 취업했습니다.”(정병석 총장)
한기대 학생은 졸업 후에도 평생 무료로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까지 확실하게 보장하는 셈. 그뿐만 아니라 ‘기초학문 특강’이라고 해서, 이른바 과외지도까지 해준다. 서화일 입학홍보처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정원의 20%를 실업계 학생으로 수시 모집합니다. 각 실업계 학교에서 전교 1, 2등을 다투는 수재들이 들어오고, 입학 후 실습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실업계 출신 학생들이 기초 과목에 취약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수학, 물리, 화학 같은 기초 과목 특강을 하죠. 수시모집을 하면 8월부터 신입생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입학 전까지 e-learning 수업을 통해, 또는 대학에서 숙식하면서 교육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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