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들은 묻는다. “A연예인과 B연예인이 사귄다는 게 사실이야?” “C연예인은 예쁜데 순 ‘성형발’이지?” “D스타는 바람둥이라는데 진짜야?” 많은 사람은 ‘연예인 기자=가십·스캔들 기자’라고 생각한다. 스타와 대중문화는 이제 대중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끼치고 청소년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하기 때문에 연예기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강변은 연예기자에 대한 편견 앞에서 한 기자의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전락하고 만다.
대중문화를 파고든 심도 있는 기사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스타들의 신변 기사들이 네티즌의 열띤 반응을 얻는 것을 보면서 자극성 기사에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가창력 없는 가수와 연기력이 부족한 연기자가 막강한 기획사를 등에 업고 스타로 부상하고, 연예기획사가 스타를 내세워 자사 소속 신인들을 끼워 파는 독점 행태 등을 다룬 비판 기사를 힘들여 쓰고 난 뒤 항의와 비판을 받으면 회의에 빠진다.
하지만 스타 공화국인 이 땅에서 좀더 좋은 연예기자가 되고 싶기에 나는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대중문화를 처음 담당하던 10년 전, 대중문화 텍스트를 면밀히 살피기 위해 산 4대의 텔레비전을 다시 켜고 모니터를 시작한다. 비판과 견제 없는 무한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듯 스타 공화국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견제가 없으면 대중을 오도(誤導)하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연예기자의 존재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딴따라 기자라는 편견도, 쏟아지는 악플과 욕설도, 스타와 연예기획사의 권력도 기사 쓰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없다. 그래서 포털에 ‘배국남’을 치면 뜨는“이 인간은 왜 이렇게 욕만 먹느냐”라는 글에도, ‘배국남 처단 모임’이라는 섬뜩한 안티카페의 등장에도 좌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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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공화국에서 연예기자로 사는 것은 힘들지만 그럴수록 존재 의미는 더욱 커진다. 열심히 쓴 기사에 달린 고등학생의 격려의 글 한 줄, 자신을 비판했음에도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노력하겠다는 스타의 전화 한 통, 건강한 비판은 연예기획사의 튼실한 토대가 된다는 기획사 사장의 말 한마디에 나는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변화가 발전적 방향으로 길을 잡는 작은 움직임을 볼 때 스스로를 다잡게 된다. 나는 스타 공화국의 연예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