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이후 대전캠퍼스는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의 2개 단과대학 아래 5개 학과와 일반대학원, 보건대학원, 임상간호대학원을 갖췄으며, 성남캠퍼스는 보건과학대학과 보건산업대학의 2개 단과대학 아래 14개 학과, 3개 학부를 갖췄다. 다음은 박준영 을지대 총장의 말이다.
“이번 통합으로 을지재단의 숙원사업이 이뤄졌습니다.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따라 대학을 통합하면 학과를 대폭 줄여야 하고, 학생 수도 절반 이상 줄여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손해가 큽니다. 그럼에도 40년 전통을 자랑하며 국내 보건전문대 중에는 경쟁률 1, 2위를 다투던 서울보건대와 신흥 명문 의과대학으로 잘나가던 을지의대를 통합한 것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통합 후 첫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상위권을 유지했고, 합격자의 수능 점수도 전보다 한층 높아졌습니다.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과제는 ‘보건·의료 특성화 종합대학’이라는 명분에 걸맞게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지역·캠퍼스 성격에 맞는 특성화
박 총장은 “을지대는 종합대학으로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특성화’로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특성화는 지역과 캠퍼스별 특성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대전캠퍼스는 을지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대덕연구단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과 연계해 ‘연구 중심의 의·생명 특성화 대학’으로, 성남캠퍼스는 을지병원을 중심으로 수원 광교 및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와 연계해 ‘교육과 산업 중심의 보건·의료 특성화 대학’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대학과 지역 내 연구소, 산업체들을 하나로 묶어 구축할 ‘을지 Health Techno 벨트’를 통해 산업체의 물적 자원을 대학의 교육 및 연구 활동에 적극 활용하고, 동시에 대학의 인적 자원을 산업 현장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는 것.
을지대는 특히 HT(Health Technology)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HT는 국민의 건강 증진 및 생명 유지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와 상품에 관련된 기술을 뜻한다. 의료서비스, 의약품, 의료기기, 식품, 화장품 등과 관련된 기술이 그것이다.
김영훈 기획조정처장은 “HT 특성화의 핵심은 BT(Bio Technology), IT(Infor-mation Technology), ET(Environment Technology)의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 양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을지대는 과거 진료와 간호에만 국한되던 보건·의료의 틀을 벗어나 BT, IT, ET 등 새로운 신공학적 개념을 보건·의료에 접목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홍보 디자인도 각종 보건·의료 상품 포장 등의 시각에서 접근하면 HT 산업의 새로운 분야가 된다는 것.
HT 특성화 교육은 현장 위주의 첨단 교육을 통해 운영된다. ‘열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학교측의 생각. 이에 따라 대학 내에 MRI(자기공명영상장치)나 CT(컴퓨터 단층촬영) 같은 대학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첨단 의료 환경을 구축했고, 국내 대학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미세포절단기, 전자현미경 등 200여 종의 고가 기자재를 구비했다. 또한 재단 내 을지대학병원과 을지병원 등의 첨단 의료시설을 활용해 현장 위주의 첨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튼튼한 재단의 든든한 지원
현장 위주의 첨단 교육을 통해 을지대 학생들은 어떤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즉시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실무인’으로 양성된다. 그 결과 을지대 졸업생들은 병원은 물론 각 산업체, 보건의료 공무원, 제약업계, 각종 연구소 등 보건·의료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을지대는 이미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 초 통합대학 중 최초로 산업자원부가 지정하는 바이오-메디테크(Bio-Medi Tech) 산업화 ‘지역혁신센터’(연구·개발 기반 산학협력 프로그램)로 선정되었고, 보건·의료산업 분야 최우수 대학으로 평가받았다.
을지대가 현장 위주의 첨단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의료사업으로 튼튼한 기반을 다진 재단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이다. 을지대를 운영하는 을지재단은 ‘인간사랑, 생명존중’을 이념으로 반세기 넘게 보건·의료와 교육 분야에 힘써왔다. 설립자인 박영하 박사가 지난 1956년 서울 을지로에 산부인과를 개설한 것이 시초로, 올해로 창립 51주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