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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탈북자 영화 ‘크로싱’ 만든 김태균 감독

“‘SF영화 찍느냐’고 비웃던 놈들아, 진실을 보여주마!”

  • 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탈북자 영화 ‘크로싱’ 만든 김태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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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영화 ‘크로싱’ 만든 김태균 감독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다음은 출연 배우 교섭하기. 김 감독은 처음부터 차인표를 주연으로 점찍었다.

“생각해보세요. 고생은 죽어라고 할 게 뻔하고, 해봤자 정치적으로 욕먹을 소지가 다분하고, 흥행도 잘 안 될 것 같은 작품에 누가 나오려고 하겠어요? 그렇지만 나는 인표 씨가 결국 승낙해줄 거라고 믿었어요. 그 친구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착한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그 부부가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울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인표씨조차 ‘왜 하필이면 접니까?’ 하면서 한참 동안 나를 피해 다녔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에 가서 승낙을 했지. ‘만약 감독님이 안 되겠다 싶으면 언제든 주연을 바꿔도 괜찮다’고 하면서 말이야.

인표 씨가 이 배역을 수락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어요. 자기도 고민이 되니까 인터넷으로 북한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다고 해요. 그러다가 청진 장바닥에 죽어 있는 아이의 사진을 봤다는 거야. 그걸 보는 순간 인표 씨 머릿속에 천둥이 치면서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마음먹게 됐다고 해요.”

차인표는 영화 촬영 중 자신이 찍은 사진과 함께 기록을 남겨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그의 글들을 읽어보니 김 감독이 ‘착한 사람’이라고 말한 게 무슨 얘기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상자기사 참조. ‘크로싱’ 홈페이지 http://www.crossing2008.co.kr/에서 연결).

▼ 차인표와 함께 스토리 전개에서 주축이 되는 게 아들 준이 역인데, 이 배우는 어떻게 구했지요?



“원래 아역 배우는 후보가 많아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600여 명을 면접했는데도 눈에 딱 들어오는 아이가 없는 거야. 그러던 중 누가 명철이 얘기를 해줬어요. 충북 영동의 산골마을에 사는 아이인데, 자기 영화를 찍을 때 써봤더니 괜찮았다면서 한번 만나보라는 거예요. 서울로 올라오라고 해서 오디션을 했는데, 아이가 느낌은 참 좋은데 연기가 얼어 있더라고. 그렇게 세 차례나 서울로 오르락내리락 한 끝에 마지막 순간에 다른 아이들을 다 내보내고 따로 연기를 시키니까 그때서야 얼어 있던 표정과 연기가 풀리더라고. 그렇게 합류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인터넷에 올라 있는 ‘크로싱’ 예고편에 신명철 군의 모습이 나온다. 죽은 어머니를 보내는 장면, 수용소에서 이웃집 친구인 미선이(주다영 분)와 고생하는 장면, 몽골 사막에서 혼자 헤매는 장면 등이다. 특히 어머니의 시신을 태우고 떠나는 트럭을 쫓아가면서 울부짖는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촬영은 2007년 7월부터 9월 말까지 석 달 동안 했다. 국내에서 실내 촬영분을 찍고, 중국에서 열흘, 몽골에서 한달 남짓 보내며 다 찍었다.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였다.

“예산이 빡빡하니까 최대한 서두를 수밖에 없었지만, 거의 미친 듯이 찍었어요. 원래 예산은 70억원이었는데, 투자받은 돈은 40억원이었거든. 그래서 돈을 아끼면서 제작기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었어요.

강원도 영월에 폐탄광 사택이 있는데, 이걸 조금만 손보면 북한 마을을 재연해낼 수 있겠더라고. 그 곳에서 엑스트라를 수백명 동원하는 신(scene)을 찍는데 촬영 전날에도 비가 오더니 다음 날 아침까지 그치지 않는 거야. 엑스트라를 서울에서 영월까지 동원하려면 하루 비용만 수천만원이 들어요. 그런데 전날 밤 12시까지 캔슬을 통보해주면 그중 절반은 건질 수 있고, 당일 새벽 5시 전까지 캔슬하면 25% 정도는 건질 수가 있거든. 고민 많이 했지요. 기도도 드렸고.

강행하기로 했어요. 영월에 거의 다 가서 탄광마을로 차가 올라가는데, 그때 갑자기 비가 그치더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거예요. 한마디로 기적이었어. ‘아,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 도와주시는구나.’ 비가 그친 사이에 그날 계획된 촬영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

그는 중국에서 촬영할 때 겪은 일들에 대해선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현지에서 자신을 도운 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우려해서였다. 대신 몽골에서는 한결 마음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열흘간 일할 때는 한시도 쉴 틈이 없었어요.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대한 빨리 찍고 중국을 떠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 몽골도 북한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중국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몽골에서 국민배우로 존경받는 분이 있는데, 중요한 고비마다 그분의 도움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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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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