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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7

돈 보따리 풀면 주가 오른다?

천만에! ‘구역질→황달→간경화’ 갈 수도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돈 보따리 풀면 주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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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열기구’라도 뜰까?

돈 보따리 풀면 주가 오른다?

달러의 돈 보따리가 풀린 미국. 물가는 오르고 돈의 가치는 떨어졌다.

여기까지가 미국이란 나라가 처한 경제 현실의 속살이다. 그런데 미국 증시는 이런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다우 지수는 13000포인트를 다시 넘어섰고, 그에 따라 미국증시 바닥론이 솔솔 흘러나온다. 이유는 생각보다 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고 금융위기도 한풀 꺾였다는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기업의 실적이 미국 경제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다(대부분 글로벌 기업이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그러나 사실 이유는 단순하다.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공급이 그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돈이 넘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속성은 절묘하다. 종착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당장의 단물에 혹하는 것이 시장이다. 일전에 말한 대로 투자자들은 절벽을 향해 달리는 마차에 서슴없이 올라탄다. 그리고 절벽에 도달하기 전에 뛰어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비극은, 마차가 언젠가는 절벽에서 추락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단순히 ‘운이 나빠서’ 하필이면 내가 내리기 전에 마차가 절벽에 이르는 상황을 맞는 것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우연한 행운은 마차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경험적으로 인플레이션 증가율보다 돈의 공급이 빠를 때 당장은 돈이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다만 누구나 마차가 떨어지기 전에 재빠르게 뛰어내리리라 여기지만, 실제 그 순간은 마차의 문을 열 시간도 없이 너무나 순식간에 찰나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주가예상을 들어보면 17개 증권사 중 16개 증권사로부터 ‘강세 예상’이 나왔다.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자신 있게 ‘조만간 2000포인트 재도전’을 외쳤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하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선언했는데 시장은 강 장관의 발언을 우습게 본 셈이다.

한 나라 경제수장의 발언은 상당한 무게를 갖는다. 어지간해서는 ‘경기침체’와 같은 발언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발언이 심리적인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공개적으로 그렇게 발언했다. 이를 두고 경기부양책을 펴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설마 대한민국의 경제수장이 그 정도의 상황인식을 하고 있겠는가. 물론 설마가 사람 잡을 수도 있지만.



증권사들이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침체 발언에도 증시의 방향성을 ‘상승’ 쪽으로 보는 것은 신용위기의 끝이라는 인식과 우리 기업의 실적 호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황을 좋게만 볼 때의 분석이다. 그런데 이런 기분 좋은 증시 전망을 보면서 ‘모두가 좋다고 말할 때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합창 반대의 원리’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증권사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보면 한국 역시 헬리콥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열기구 정도는 타고 돈을 뿌릴 것이라는 기대가 숨어 있다.

그게 아니라면 현재 주식시장에 들어온 투자자금의 대부분이 작년 주가 상승과 최근 주가 하락 과정, 즉 1850~2000포인트 사이에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정략적 주장일 수도 있다. 꽤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증권사들이 1850포인트대에서 펀드 환매가 집중될 것을 우려해 시장을 안심시키려고 단합했다는 음모론적 시각이다. 물론 이런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시절이 어느 때인데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이 모여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담합을 하겠는가. 그러나 너무 한목소리로 강세를 일제히 외치는 데 대한 일종의 경계심은 가져야 한다. 그만큼 기관투자자들이 고객의 신뢰를 잃은 탓이다.

시장의 기대는 오직 ‘유동성 공급’

어쨌건 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 의지는 재정집행이나 금리인하로만 표현된다. 하나는 재정수지 악화를 감수하고 나라가 직접 돈을 뿌리는 행태이고, 다른 쪽은 은행으로 하여금 돈 보따리를 풀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유동성은 늘어나게 마련이고, 늘어난 유동성은 자산가격을 부풀린다. 아직 물가는 ‘견딜 만하고’, 그동안 자산시장은 게임을 벌일 태세를 갖춘다. 그들은 그런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폭음을 한다고 해서 당장 간경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부어라, 마셔라 그리고 즐겨라’ 하고 매일 술잔을 들이켠 다음에야 서서히 구역질이 나고 황달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즐길 수 있다. 지금 시장의 기대는 오직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 그 자체인 셈이다.

이쯤 되면 ‘유동성’이라는 말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 따져볼 필요가 생긴다. 중앙은행의 기능은 통화의 총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다. 이때 ‘적정수준의 통화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통화량의 크기와 변동’을 파악할 수 있는 잣대가 있어야 한다. 조폐공사에서 찍어내는 돈만이 돈이 아니라 어음이나 수표, 기타 옵션까지 모두 돈이기 때문에 화폐의 실제 총량을 알기 위해선 특별한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예측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통화정책, 신용정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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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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