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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블랙 스완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다

  • 류희숙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hsyoo@posri.re.kr

블랙 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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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의 왕국, 극단의 왕국

저자는 책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제안했다. 전체 인구 중 1000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운동장에 나란히 세워놓는다고 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뚱뚱한 사람을 상상해서 표본에 집어넣어보자는 것이다. 이 사람의 몸무게를 일반인의 3배 정도인 180~240kg이라고 하자.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 순으로 줄을 세워놓는다고 해도 가장 많이 먹는 사람이 평균인 사람보다 5배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약 7000kg이 넘는 몸무게를 가진 사람이 있어서 이 표본에 추가하겠다고 하면 다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할 것이다.

자, 이제 1000명의 사람을 다시 세워보자. 여기에 딱 한 명을 추가하는데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이다. 그의 재산은 800억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나머지 1000명의 재산을 다 합치면 아마 수천만달러일 것이다. 여기서 다시 아까 말한 몸무게 순서대로 1000명을 나란히 세운다고 할 때 빌 게이츠의 재산은 무게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230만kg이 된다.

전세계의 베스트셀러인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을 줄 세우면 어떨까. 작가 1000명을 뽑아서 일렬로 줄을 세울 때 1000명의 작가가 출판한 책을 다 합치면 몇백만부를 넘을 텐데 조앤 롤링은 3억7000만부를 팔았으니, 칼로리로 따지면 200배의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몸무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 치과 의사 한 사람이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가 존재하는 것은 평범의 왕국이지만, 부의 축적과 책 판매, 구글 사이트의 검색횟수, 금융시장의 변화와 같이 엄청난 증식효과를 갖는 사건은 극단의 왕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검은 백조와 맞장뜨기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블랙 스완 사건을 겪지만 여전히 블랙 스완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할 때가 많다. 발생하지 않은 사건은 우리에게 여전히 추상적인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론에 들어맞는 것, 익숙한 것, 구체적인 것, 숫자로 꾸며진 것(저자는 헛소리라 말하지만), 모두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추상적인 것, 무작위적인 것을 이해할 만큼 진화하지 못한 것일까.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이나 브라이언 아서의 ‘복잡계 경제학’이 우리의이목을 끈 이유는 이 세계가 거창한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무작위세계임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개체가 컴퓨터로 연결된 현대의 네트워크는 블랙 스완의 영향을 증폭시키고 있다.

저자는 정확한 예측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의심하고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 우연적 사건, 불확실한 것을 많이 시도해보라고 한다. 물론 우리는 일상의 99.9%는 계획하고 생각했던 일로 채워지는 평범의 왕국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0.1%의 블랙 스완이 있는 극단의 왕국에 들어갈 가능성도 항상 열어놓아야 한다.

이 책은 경영학, 경제학의 전공 이야기와 난해한 그래프가 가득한 교과서가 아니라 논리의 함정에 빠져 있는 우리를 구해줄 재미롭고 위트가 빛나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자신을 레바논인이 아니라 레반트인이라고 말한다. 레반트라는 말은 지금의 레바논, 시리아 등 지중해 연안지방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는 단순한 지리적 의미보다는 ‘동쪽에 있는 문명의 나라’로 인식되던 레반트의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담은 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미래를 알고 싶어 안달하면서도 과거를 기계적으로 돌아보기만 하는 우리들에게 저자가 “좀 더 인간스러워지고, 좀 더 바보스러워지라”고 말하며 웃고 있는 것 같다.

신동아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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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숙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hsyoo@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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