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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한의학 이야기

허준의 스승은 서경덕 제자, 선인(仙人) 박지화였다

허준의 스승은 서경덕 제자, 선인(仙人) 박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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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의 스승은 서경덕 제자, 선인(仙人)  박지화였다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으로 설정된 유의태(오른쪽, 이순재 분)

그렇다면 과연 허준의 스승은 누구인가. 동의보감 연구자 중 일부는 드라마에서 허준을 괴롭히는 인물로 그려진 내의원 상관이자 어의인 하음 양예수(?~1597 ·명종, 선조 초기의 어의)가 실제 스승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그 근거로 양예수와 허준이 선임, 후임 어의였으며 동의보감 편찬에 참여하고 처방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허준은 선조의 스승이자 대문인이었던 미암 유희춘(1513~1577)의 천거로 내의원에 들어갔는데 유희춘이 쓴 ‘미암일기’에는 양예수가 매월 유희춘을 방문해 진료한 기록이 남아 있다. 허준도 평생 그의 후원자였던 유희춘의 집에 드나들면서 치료를 했는데, 이런 점으로 미뤄 허준은 내의원에 들어가기 전 양예수와 서로 알고 지냈을 가능성이 높다.

양예수는 허준의 스승 아니다

각종 설화를 담은 ‘어우야담’에 따르면 양예수는 도가(道家)의 ‘옥추경’과 ‘운화현기’를 되풀이해 읽은 후 장한웅이라는 도인을 만나 의술을 전수받았다고 하는데, 실제 그가 저술한 ‘의림촬요’를 사람들은 ‘장씨의방’이라고도 불렀다. 이는 허준의 동의보감이 정기신(精氣身·精髓와 氣分, 心身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는 도가적 논리를 바탕으로 저술된 점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지만 양예수가 저술한 ‘향약집험방’은 “중국 약재 대신 우리 향약재료로 할 수 있는 처방을 만들라”는 선조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이런 정신 또한 동의보감의 민간처방과 조약 등에 스며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양예수가 허준의 스승이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미약하다. 우선 허준과 양예수가 만났던 때가 유희춘을 함께 진료했던 시점, 즉 이미 둘 다 의사로 성장한 시기이므로 누가 누굴 가르쳤다고 보기엔 힘든 측면이 있다. 더구나 허준 의학의 정신적 뿌리가 양예수의 의학이라고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동의보감의 중심사상은 황정경과 참동계 등 도가사상이고, 그 핵심은 정기신론의 관점인데 양예수가 쓴 ‘의림촬요’에는 그 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더욱이 그들이 진정한 의학적 사제간이었다면 약물을 쓰는 방식이나 진료 스타일에서 유사점이 발견돼야 하는데 둘은 그런 점에서 오히려 상극이다. 양예수가 인삼을 위주로 효과는 빠르지만 부작용이 큰 극한 온성(溫性) 약재를 선호한 반면, 허준은 서늘하고 차가운 기질을 가진 한성(寒性) 약물에 치중해 안전한 처방을 구사했다. 1608년 광해군 즉위년에 선조의 죽음을 두고 사간원에서 올린 상소에는 “허준이 망녕되이 찬 약을 써 마침내 선왕께서 돌아가셨으니 청컨대 다시 국문해 법에 따라 죄줄 것을 명하소서”라고 쓰여 있다.



알아낸 사실보다 경험칙에 더 큰 신뢰를 보이는 한의학에선 스승의 경험은 처방에 있어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이런 점에서 허준과 양예수는 진료 방식도 다르고 학맥에도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예수가 동의보감 편찬에 동참했기 때문에 사제간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선조는 1596년 동의보감 찬집을 명하는데 그 책임자를 당시 어의였던 허준으로 정했다. 그 외에 학자이자 유의(儒醫)였던 고옥 정작(1533~ 1603), 태의(太醫) 양예수 등 6명이 공동작업에 참여한다. 양예수가 허준의 스승이거나 그에 버금가는 가르침을 줬다면 허준이 동의보감 편찬 책임자로 임명되지는 못했을 터. 당시 유교적 질서에선 사제간에 상하관계가 뒤바뀌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고, 설사 임명됐다 할지라도 제자가 양보하거나 양보하는 청을 올리는 게 관습이었다. 그러나 허준은 선조의 명을 군말 없이 그대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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