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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男’이 고교 모임에 열광하는 이유

‘고만고만’ 친구들은 30년 지나도 여전히 만만해!

  •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goodjob48@hanmail.net

‘5초男’이 고교 모임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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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男’이 고교 모임에 열광하는 이유

동해를 뒤로하고 하조대 앞에서 활짝 웃은 ‘전라여고생’들.

그런데 두세 번만 만나면 대뜸 반말이요 아주 오래된 친구들처럼 스스럼없이 구는 까닭은 무엇인가. 오직 같은 연도에 같은 교문을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명이 되는 걸까. 지연과 학연은 이렇게 끈끈하고 영원한 것인가. 한국에서 가장 단결이 잘되는 3개 조직으로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 고려대교우회를 든다고 했던가. 쉰 고개를 넘나드는 마당에 고교동창 모임에 몰입하고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5초남’과 ‘4후남’

이들을 ‘5초남(50대 초반 남성. 대부분 1956년 원숭이띠부터 57년 닭띠, 58년 개띠다)’이라고 부르자. 마지막 아날로그세대인 셈이다. 당연히 컴퓨터, 게임, 자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디카, PDP 등에 능숙하지 못하다. 유신(긴급조치)세대와 386세대 중간의 ‘낀 세대’다. 온갖 기능이 갖춰진 휴대전화도 오로지 전화를 걸고 받는 데만 쓰는 이 5초남들의 모임은 애초에는 지역별로 삼삼오오 오프라인 미팅이 주류였다.

이들은 2000년 초, 네이버에 카페(myhome.naver.com/junlago6:지난 5월 네이버 폐쇄)를 장만하고부터 온라인의 맛을 알기 시작했다. 현재는 인터넷에 새집을 장만했다(jeollago6.net). 30∼40대 때 살아남기 위해 경쟁사회에 함몰하면서 친한 친구들조차 만나지 못하고 심드렁하게 살아오던 샐러리맨들이 40대 후반 들어 조금씩 생활의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독수리타법으로 띄엄띄엄 자판을 두드려 친구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어느 친구는 글 솜씨를 유감없이 자랑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미팅이 온라인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넘어서다. 이들은 졸업 30주년 행사를 성대히 준비했다. 기념문집을 내자는 것도 그중의 하나. 작품 모집에 나섰다. ‘쉰둥이들의 쉰 이야기’라는 타이틀에 부제는 ‘전라고 6회생들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었다. 당신네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잘살고 싶은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라는 것이 편찬위원회의 주문이었다. 아마추어들이지만 글들은 진솔하고 다양했다. ‘전라가족의 글 마당’도 곁방살이로 붙였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모인 글이 맞춘 듯이 50편. 그들은 2007년 1월6일 한강 유람선에서 출판기념회를 성대하게 치렀다.



언론사 출신의 한 친구는 쌍륙절 행사와 인터넷시대의 개화(開花)를 축하하는 글을 ‘전라고 6회 홈페이지로 비춰본 40후남(40대 후반 남성)의 울고 웃는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1만자쯤 써 월간지(신동아 2005년 9월호)에 싣기도 했다. 그 글을 읽은 중장년 독자들은 ‘당신네 고등학교 친구들은 사는 것같이 산다’ ‘부럽다’ 는 반응을 보였다. 자유게시판에 실린 친구들의 ‘짱짱한’ 글이 1000건을 넘어서자 생활정보 자료로서 활용 가치도 생겼다. 그 속에는 이 사회에서 동년배가 겪을 법한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었다. 말하자면 실직이나 이혼, 상처(喪妻)의 아픔, 백수가장의 고독, 친구들의 어이없는 돌연사 소식, 잇따른 부모상, 성장하는 자녀들과의 갈등, 부부 불화, 골프 팁이나 정기적인 등산을 부추기는 등 건강과 취미, 사위를 맞은 친구소식, 투자정보에 목말라 하는 친구들에게 팁을 못 줘 안달하는 친구들,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박식을 자랑하는 친구,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된 고급룸펜 이야기, 암과 싸우는 친구 이야기, 종교생활 이야기 등 화제는 넘치고 넘쳤다.

연어가 회귀하듯

처음에야 몇몇이 주도적으로 홈페이지 도배질을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멀리 해외 친구들도 소식을 전해왔다. 그랬다. 그들은 특히 친구들의 경조사에 친형제처럼 뜨거운 우정을 과시했다. 친구가 몹쓸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지자 전국에서 이틀 동안 60여 명이 모여 영안실에서 진을 쳤다. 그뿐인가. 아내를 잃은 친구의 상가에는 그전부터 알고 지낸 ‘여고생’들까지 조문, 영안실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다.

당해 회장단은 수시로 조문사절단도 되고 축하사절단도 됐다. 다른 고등학교 출신 친구들의 부러움도 샀다. 슬픈 일에 같이 슬퍼하고,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하자는 게 그들의 ‘교훈(校訓)’이었다. 마치 ‘다정다감(多情多感)이 병’인 양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고교 동창회 있으면 나와보라는 듯이, 그들은 친구를 위한 행사라면 ‘열성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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