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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섹스칼럼니스트 4인이 말하는 ‘사실과 거짓말’

“모두 잘 하고 있습니까?”

  •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인기 섹스칼럼니스트 4인이 말하는 ‘사실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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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동천국 대한민국에서 화끈한 사진도 없이 글로만 인기를 얻는 섹스 칼럼니스트들이 있다. 그들은 새로운 자동차나 새 슈트를 평하듯, 새로운 체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제적 섹스칼럼을 쓴다고 전해지는 4인의 칼럼니스트로부터 섹스 속의 진실과 거짓말을 들었다. 나쁜 단어들을 지뢰처럼 피해가면서.
인기 섹스칼럼니스트 4인이 말하는 ‘사실과 거짓말’
‘카섹스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잡지 칼럼을 복사해서 회사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 다음 장은 ‘섹스 때문에 미치겠네’ ‘전희, 그 남자와 그 여자의 동상이몽’ ‘당신의 취향은 무엇입니까’ ‘첫 섹스의 비용’ 등등의 제목을 단 칼럼들로 이어져 있다. 그게 파리 잡는 끈끈이 혹은 쥐덫에 올려진 치즈가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

백만 가지 잡동사니와 자료들이 쌓인 자리를 무심코 지나치던 사람들이 해상도 떨어지는 흑백 복사본의 글씨는 100m 밖에서 알아봤다. 실제로 ‘섹’ ‘스’라는 문자와 ‘s’ ‘e’ ‘x’라는 알파벳은 언제 어디서나 눈에 확확 꽂힌다.

“요즘 인기 있는 섹스칼럼니스트들이 쓴 칼럼을 출력했어요.”

나의 대답에 누군가는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그렇군요. 도움은 되겠어요’라고 말했다. 그제야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섹스칼럼이란 섹스칼럼을 모조리 찾아내 차곡차곡 정리하고 숙독하는 것을 나의 취미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섹스 칼럼은 영화 칼럼이나 미술평과 다르다. 누구에게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자신만의 경험을 갖고 있고, 칼럼니스트 못지않게 날카로운 기준도 갖고 있지만, 환한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이야기하거나 사무실 책상에 떡하니 올려놓을 만한 건 아닌 것이다.

1920~30년대 낭만적 연애가 숭배되고, 놀랄 만큼 급진적이고 자유로운 면면을 보였던 아주 짧은 시기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섹스는 망측한 얘기거나 성희롱인지 의심해봐야 할 것, 기껏해야 ‘19금 성인문화’였던 것이다.



인기 섹스칼럼니스트 4인이 말하는 ‘사실과 거짓말’

아레나 이기원, 에스콰이어 신동헌, ‘악녀클럽’ 김유정, GQ의 이우성 섹스칼럼니스트(왼쪽부터).

우리나라에서 몸과 성이란 용어를 통해 섹스(이 말이 남녀의 생물학적 성차를 의미하든, 성교를 의미하든)가 시사지의 커버스토리가 되고, 미술관에 들어오고, 급기야 공중파 TV프로그램에도 등장한 건 1990년대 중반을 넘어였다. 그 이론적 기반 혹은 명분은 다양한 페미니즘 이론의 유행이었다.

그리하여 1940년대에 미국인 1만8000명의 섹스 사례를 조사한 킨제이 리포트가 재발견되었다.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라는 1960년대의 그 유명한 페미니스트 안드레아 드워킨의 주장에서부터 자유주의적 페미니즘과 성(性)정치학을 상징하는 ‘퀴어’까지 온갖 이론과 이미지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뒤섞인 가운데, 섹스를 둘러싼 금기들이 무너졌다. 클리토리스와 질, 오르가슴이란 단어들이 해금됐다. 학자들은 그리스의 유적지처럼 클리토리스와 G스폿의 위치를 설명했다.

일단 시작하면 누가 더 세게 하나 경쟁하는 건 음담패설 오가는 술자리나, 대박이 필요한 매체들이나 마찬가지였다. 터부의 벽은 저항 한 번 없이 허망하게 깎여나갔다. 간통죄가 엄존하면서 스와핑을 ‘트렌드’라고 말하는 성적 양극화 사회가 됐다.

몸과 성에 대한 담론이 홍수를 이루면서 오해도 만발했지만, 변화는 분명했다. 섹스를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제 누군가 ‘섹스’라고 말할 때 화들짝 놀라지 않게 됐고, 어느 시인이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해도 ‘포르노’라고 말하는 순진한 사람도, 이불 속에서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하도록 들여다보는 남자도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일상이 된 섹스

매일 잠자고 일어나 된장찌개를 숟가락으로 떠먹고 화장실에 가는 일상이 지루하듯 섹스도 다소 나른한 채 ‘그게 다 그 거인’ 어떤 것이 되었다.

바로 그때 섹스칼럼니스트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대개 여성 사이트나 남성 라이프스타일지에서 활동하면서, ‘부부 사이 대화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굳이 고민이 된다면 수술하시라’는 칼럼을 기고하는 비뇨기과 의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유의 글들을 선보였다. 요는, 글쓴이 자신의 경험담을 ‘리얼’하고 ‘프로이트적’으로 쓴다는 데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남성의, 남성을 위한 섹스칼럼에 열혈 여성독자가 꽤 많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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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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