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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섹스칼럼니스트 4인이 말하는 ‘사실과 거짓말’

“모두 잘 하고 있습니까?”

  •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인기 섹스칼럼니스트 4인이 말하는 ‘사실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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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 모 패션 브랜드의 광고담당자는 “섹스칼럼을 보면 남자들끼리 모여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더라”며 “타깃 독자의 수준, 나이도 가늠할 수 있다. 섹스 칼럼의 인기도와 판매율이 비례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기야 어떤 남자 친구와 남편이 상대에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데, 하니까 그다지 나쁘진 않네”(이우성, 남성지 GQ 에디터)라고 속삭일 수 있으며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난 현대 여성들이 남자에게 펠라치오를 해주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싶어하지 않는”(이기원, 아레나 에디터)거 아니냐고 따져 물을 수 있을까.

섹스 칼럼을 읽어본 적이 없다면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섹스칼럼니스트 캐리 브래드쇼를 떠올리면 된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말이다. 자신의 경험은 물론이고, 친구들의 허랑방탕한 밤(때론 낮과 아침) 생활을 가감없이 신문에 써버린다. 그런데도 친구들로부터 ‘나쁜 년’이라고 욕 한 번 먹지 않는다. 섹스 파트너들조차 ‘은밀한’ 행위들을 까발려서 원고료 받는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뉴욕에서 캐리 브래드쇼 혹은 섹스칼럼니스트는 사회적 명사다. 섹스칼럼니스트가 하는 일이라곤 섹스와 그걸 글로 옮기는 일뿐인데 늘 1000달러가 넘는 럭셔리 하이힐을 쇼핑한다.

섹스칼럼니스트들에게 수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섹스칼럼니스트들은 모든 단계의 ‘관계’(흔히 ‘릴레이션십’이라고 하는 것)에서 정말로 그처럼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구사하느냐는 것이다. 혹은, 정말 ‘잘’ 하기 때문에 비의(秘儀)의 오디션을 거쳐 섹스칼럼니스트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인기 섹스칼럼니스트 4인이 말하는 ‘사실과 거짓말’

이우성 기자의 ‘소설’ 같은 GQ 칼럼.

그들의 칼럼에 묘사된 카섹스와 풍차돌리기, 워터스포츠, 늘씬한 외국 여인들과의 원나잇스탠드, 아찔한 체취들, 옛날 남자, 여행지에서 만난 여자, 지금 여자 A, B, C, 친구의 남자친구, 결혼할 여자 등등이 현실의 삶에도 존재하는 걸까?

만약 이 모든 아름답고도 음란한 섹스가 허구라면 왜 개인의 경험인 척하는 걸까. 반대로 그것이 진실하고 내밀한 ‘나’의 경험이라면 왜 공개하는 것일까. 새로 나온 차를 1박2일 타보고 쓰는 시승기 ‘자동차칼럼’과 ‘섹스칼럼’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섹스칼럼니스트라는 21세기 유망 신직종에 끌리는 사람이 어찌 하나뿐일까. 문학수첩문학상 수상작가인 김경순씨가 최근 펴낸 소설 ‘21’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섹스칼럼니스트다. 경험이 부족해 섹스 칼럼을 쓰기 어려울 것 같다고 고사하는 나에게 편집장은 누군 경험 가지고 쓰나? 그럼 뭐 조앤 롤링은 마법사라서 해리포터 썼나? 하고 타일렀다.’

이 소설은 16회분의 섹스칼럼처럼 읽히는데, ‘산업과도시’(‘산업 앤 더 시티’인 것이다)라는 주간신문에 섹스칼럼을 기고하는 주인공은 ‘일천한 경험의 한계’ 때문에 표절 시비와 악플에 시달리며 사는 보통의 서른네 살 여성이다.

아마도 ‘섹스 앤 더 시티’와 ‘21’의 사이 어딘가에 한국의 섹스칼럼니스트들이 있을 것이다. 수소문 끝에, 문제적 칼럼을 쓰고 있다고 알려진 1명의 여성과 3명의 남성 섹스칼럼니스트를 섭외했다. 그들과 대면하기 전, 칼럼을 찾아 읽으면서 ‘그들은 마초이즘에 중독돼 냉혈동물 같은 눈빛을 가졌으리라’ ‘그녀는 깡마르고 신경질적인 사랑 지상주의자인가 보다’ 생각했다.

나의 상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전의’에 불붙여 화염병처럼 던지려고 했던 인사말을 잊고 말았다.

사회(나) : 약속 장소를 신촌으로 제안했을 때 모든 참석자가 흔쾌히 동의해서 길을 잘 아는 줄 알았다. 심지어 좋아한다고도 생각했다. 모두들 헤매느라 고생하셨다. 이렇게 성품과 외모 모두 착한 남자들과 여자일 줄 몰랐다.

에스콰이어 신동헌 기자(이하 에스콰이어) : 섹스 칼럼 전성시대인가 보다. 모 라이선스 여성지에서도 인터뷰를 원해 며칠 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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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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