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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막전막후

“강한 자가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한 자가 강한 것이다”

  • 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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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막전막후

10월 24일. 산업은행 정인성 부행장이 “한화컨소시엄을 대우조선해양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경쟁 그룹 가운데 두산그룹이 먼저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한화 관계자들은 ‘거, 봐라’라면서 환호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포스코와 GS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발표했을 때는 ‘끝났다’는 패배감이 인수팀을 휘감았다. 장일형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런 고비 때마다 김승연 회장의 ‘내공’이 돋보였다. 1981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정아그룹(현 한화리조트),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대한생명 등의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면서 쌓은 경험이 이번에도 빛을 발휘한 것이다. 인수팀이 낙담하고 있을 때 김 회장의 판단은 달랐다. 김 회장은 ‘1 대 1 대 1로 셋이 붙는 것보다 1 대 1로 붙는 게 낫다. 포스코와 GS그룹이 50대 50의 지분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동업으로 성공한 경우가 있는가. 최상의 조합이라지만 오히려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낙담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했다.”

김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입찰서 제출 마감 시한을 두 시간여 앞둔 10월13일 오후 1시 무렵(마감시간은 3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팀에 급보가 날아들었다. 포스코와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한 GS그룹이 인수 포기를 선언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사실이라면 막판 대역전극을 노릴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즉각 비상대책회의가 소집됐고, 인수팀원들이 백방으로 사실 확인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확인 작업은 쉽지 않았다. 당사자인 GS와 포스코는 ‘시인도 부인도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입장을 고수했다.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곧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고, 이날 오후 6시경 GS그룹은 입찰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한화는 먼저 산업은행의 태도부터 살폈다. GS그룹이 포기한다 해도 포스코의 자격을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 포스코가 입찰 자격을 상실하면 게임은 의외로 싱겁게 끝날 수도 있었다. 산업은행이 어떻게 결정할지 재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GS그룹이 입찰 포기를 포스코에 미리 알렸기 때문에 포스코가 단독으로 입찰에 응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공동으로 입찰서를 제출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법무팀과 외부 법무법인 등의 자문을 거친 결과 포스코의 입찰 자격에는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를 토대로 산업은행을 압박했다. 포스코의 입찰 자격을 인정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자세를 보인 것. 한편으론 여론에도 호소했다. 한화의 강력한 ‘압박 작전’에 포스코가 먼저 손을 들었다. 산업은행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

결국 산업은행도 한화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입찰 마감 열흘 뒤인 10월24일, 산업은행 정인성 부행장은 “한화컨소시엄을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으며, 연내에 최종 매매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외견상 한화가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계기는 GS그룹의 중도 포기다. 그러나 한화 측은 “운도 실력이 있어야 따른다”면서 “그룹 차원의 적절한 대응 전략이 경쟁사들의 전략적 오판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한화가 국민연금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이기 위해 끝까지 설득작업을 전개한 게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인수전 불참을 선언, 다른 경쟁사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수적인 수확을 거뒀다는 것이다.

2~3년 전부터 인수 검토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공식적으로 뛰어든 것은 올 4월. 본입찰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경쟁사들은 일찌감치 인수 추진 의사를 밝히고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에 비하면 한화의 인수전 참여 선언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한화는 2~3년 전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2005년 4월에 이미 그룹 경영기획실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김 회장이 조선산업을 미래 유망산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해 1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해외사업 진출 전략회의’에서 ‘해외사업 추진 6대 실행 테마’를 수립했다. 이후 경영기획실 내에는 글로벌 경영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평가할 태스크포스가 확대 구성됐다. 외국계 전략 컨설팅사에 의뢰해 M&A 타당성과 시너지 분석을 해본 다음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때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인터내셔널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계열사 CEO의 의견 등을 모은 결과 대우조선해양으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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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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