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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K그룹 맏형 최신원 SKC 회장

“우리 집안에 분가(分家)란 없다, ‘책임경영’이 있을 뿐”

  • 이형삼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ans@donga.com

SK그룹 맏형 최신원 SK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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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맏형 최신원 SKC 회장

최태원 SK 회장(좌)최재원 SK E&S 부회장(중)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우)

▼ 최 회장께선 SKC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가 불과 4년 만에 개인 최대주주가 되지 않았습니까. SKC를 그룹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내 사재를 털어서, 또 은행대출을 받아서 하나하나 사모은 겁니다. 몇 년 전 지인이 ‘회장이란 사람이 어떻게 지분이 한 톨도 없을 수 있느냐’며 황당해 합디다. 틀린 얘기가 아니잖아요. 아차 싶어서 그때부터 사 모은 게 이제 3.08%가 됐는데, 15% 정도까지는 늘려갈 겁니다. 그쯤 돼야 안정적으로 책임경영을 할 수 있고,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를 적대적 M&A 시도에도 대비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시도를 하려는 세력이 있습니다. 오너가 책임지고 회사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의미가 있으니 직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죠. 그런 뜻으로 봐 주면 좋겠어요. 이렇게 모은 주식은 훗날 고생하는 우리 직원들에게 나눠줄 생각입니다.”

SKC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라도 분가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체 계열사가 SK텔레콤과 SK에너지를 양대 축으로 수직계열화해 있어 이 라인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 기업의 사세(社勢)가 약화되는 것은 불 보듯 하다는 것. 예컨대 SK텔레콤 기지국 건설이나 SK에너지 시설 공사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SK건설이 굳이 ‘마이웨이’를 선언할 까닭이 있겠느냐는 얘기다. 그는 “SK라는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포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분가해 나갈 형제는 없다”며 “한 울타리 안에서 영역의 독립성을 인정받고, 필요할 경우 ‘코디네이션’을 수용하는 형태의 책임경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 맏형 최신원 SKC 회장

최신원 회장(왼쪽)이 지난해 7월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고 있다. 최 회장과 그의 형인 고 최윤원 회장은 선친의 권고에 따라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선친이 ‘판’ 다 벌여놓고 가셨죠”

▼ 올해는 최종건 창업 회장의 35주기이자 최종현 2대 회장의 10주기가 되는 해인데, 창업 회장의 업적은 2대 회장의 그것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이 약하다는 느낌입니다. 2대 회장이 SK텔레콤과 SK에너지를 일으켜 그룹을 급성장시켰기 때문일 텐데, 아들의 처지에선 이런 상황이 좀 섭섭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선친의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늘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한 겁니다. 형님이 세상을 뜨셨으니 마땅히 제가 맡아야 할 일이죠. 선친은 폐허에서 맨손으로 기업을 세우고 한국 최고의 섬유회사로 키워낸 거목이셨습니다. 패기, 도전정신,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한번 결정한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누구도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면모였죠.

무엇보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선경석유를 설립하고 워커힐호텔을 인수한 것은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SK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신 겁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느라 급급하던 그 시절에 정유사업과 레저사업을 구상했다는 건 놀랍지 않습니까. 워커힐 앞에 72홀짜리 골프장을 지을 생각까지 하셨으니…. 그런 안목과 추진력이 오늘날 SK그룹의 굳건한 뿌리가 됐다고 봅니다. 선친께서 ‘판’을 다 벌여놓고 가신 거죠. 조금만 더 오래 사셨어도 SK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했을 겁니다.”

▼ 선친과 2대 회장에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까.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게 공통점입니다. 선친은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경영철학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와 신뢰를 아끼지 않으셨고, 2대 회장도 인재양성에 뜻이 커서 교육에 관심이 깊으셨죠.

그렇지만 성격은 정반대였어요. 성미가 급하고 배포가 큰 선친은 앞날을 내다보며 신규사업을 적극 개척해나가는 스타일이고, 꼼꼼한 성격인 2대 회장은 치밀한 회사운영과 자금관리로 내실을 충실하게 다진 뒤에 이를 바탕 삼아 외부로 진출하는 스타일이었죠. 두 분이 서로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이상적 경영체제였다고 봅니다.”

▼ 군 복무시절 부친의 임종을 지켜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말씀을 남기시던가요.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특별휴가를 얻어 서울대병원으로 달려갔죠. ‘네 해병대 모자가 참 잘 어울린다. 나는 괜찮으니 다시 들어가야지?’라고 하셨어요. ‘우리 집안이 폐와 위가 안 좋으니 건강 잘 챙겨라, 네 형한테도 꼭 전해주고…’라고도 하셨고. 그때 형님은 미국 유학 중이었는데, 부친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으면 공부를 안 마치고 귀국할까 봐 현지 지사에다 형님 여권을 따로 보관하라고 지시하셨거든요. 작은아버지(최종현 회장)께는 ‘우리 윤원이를 잘 부탁한다, 다음에 크게 될 인물이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후 최종현 회장은 “이제 내 아들은 5명”이라며 두 아들과 세 조카가 각자 공부를 마치는 대로 계열사를 돌며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 또 사장단 회의와는 별도로 이들 5명과 매월 가족회의를 열고 그룹의 주요 사안에 대해 토론하며 경영능력을 테스트했다. 아들과 조카를 가리지 않고 자질이 있으면 전문경영인으로 키우고, 그렇지 못하면 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을 측면지원하게 한다는 구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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