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기업의 리더들에게는 기업을 ‘배움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힘쓰라고 조언한다. 물론 기업더러 배움을 베풀라는 것은 아니다. 조직원이 ‘평범 또는 그 이하’의 수준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조직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더 나은 기계 부품을 만들겠다는 근시안적 사고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리더가 본받을 만하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유능하지 못한 사람도 리더를 본받아 평범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교육기관에서의 서번트 리더십은 학교 운영자보다는 교수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다. 학교의 주체인 학생의 리더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육기관이 당면한 문제는 “학생들이 사회를 섬기고 사회의 섬김을 받도록 준비시켜야 한다”는 대원칙이다. 이 대원칙은 학습을 등한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교사가 학생을 무작정 섬겨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학생들이 어느 수준까지 교육을 받든, 교사는 학생이 권리와 의무를 올바르게 깨닫도록 헌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섬김을 받은 사람이 섬길 줄도 아는 법이다.
관료 사회에서의 서번트 리더십은 ‘책임’으로 요약된다. ‘보편적 기대감에 따라 행동하는 책임’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하지만 서번트 리더가 되자면 그 정도의 책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늘을 소유한 사람만이 진정한 부자다”라는 말처럼 지금 이 순간에 혼신의 정열을 다 쏟아내야 한다. 그래야 어제가 있고 내일이 있다. 또 “지혜는 듣는 것에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것에서 온다”는 속담처럼, 변명을 앞세우기 전에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끝으로 종교기관에는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서 이 땅에 왔다”는 예수의 정신으로 되돌아갈 것을 촉구한다. 종교기관은 태생적으로 섬기는 기관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회의 구성원은 모두 서번트 리더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는 서번트 리더의 양성소가 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피라미드 구조에서 정점을 차지한 한 사람의 의견이 거의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면, 절대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가르침도 있듯 교회는 잘못된 길로 가기 십상이다. 조지 폭스의 말대로, “나는 몸을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교회는 섬기고 또 섬기는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 About the author
미국에서 태어난 로버트 그린리프는 38년간 AT&T에서 근무했다. 당시 미국의 제도적 기관들에 팽배하던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회의를 품고, 1964년 경영연구 담당 부회장의 위치에서 조기 은퇴했다. 그 뒤 응용윤리연구소(1985년 로버트 그린리프 연구소로 개명)를 설립해 서번트 리더십을 제안했다. 25년 동안 MIT, 하버드 경영대학원, 다트머스대학 등에서 강의하는 한편, 포드 재단, 걸프 오일, 인도 정부 등의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서번트 리더십을 조직에 응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서번트로서의 제도적 기관’ ‘교육자를 위한 리더십의 위기’ ‘서번트로서의 교사’ 등의 저서가 있다.
▼ Impact of the book
2001년 5월, 언론에 신간 리뷰가 나가자마자 경영학과 교수들이 출판사로 전화해 “좋은 책을 내줘서 고맙다. 다음 학기 리더십 강의에 교재로 쓰고 싶다”는 의견을 줬다. 이어 신학대학에서도 피드백이 왔다. 지금도 신학대학은 학기마다 책을 주문하곤 한다. 최근에는 대형 교회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대부분 직장인이라고 한다. 특히 사무실 밀집지역의 단체주문은 특정 기업의 단독 구입일 경우가 많다. 출판사에 e메일을 보내는 적극적인 독자로는 종교 지도자, 중소기업 대표, 교사, 회사원 등이 있다.
책이 출간된 뒤 ‘서번트 리더십’이란 어휘가 보통명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 등에서 ‘서번트 리더십’을 번갈아 특집으로 다뤘고, ‘섬김과 봉사’가 리더십의 키워드로 경제계에 받아들여졌다. 특히 2005년 이후부터는 정치, 교육, 스포츠 등의 분야로까지 확산됐다.
2006년 독일월드컵 코치로 선발된 홍명보 선수에게 경영컨설턴트 공병호 씨는 이 책을 공개적으로 권했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대회에서 4강에 오른 한국팀의 김인식 감독은 선수를 믿고 존중하는 스포츠계의 서번트 리더로 각광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은 ‘만나는 모든 사람을 귀하게 대접’하게 한다는 이유로 2007년 ‘대학 총장들이 뽑은 여름나기 책들’에서 이 책을 선택했다.
2007년 말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은 대선 다음날 현충원 방명록에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을 잘 섬기겠다”라고 말하며 서번트 리더를 향한 의지를 밝혀왔다.
▼ Impression of the book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10가지 방식’ 등과 같은 단기 처방전이 아니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개념을 설명한 뒤 그런 섬김의 리더십을 각 기관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개략적으로 제시한 책이다. 이런 점에서 구체적인 처방전을 바라는 독자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듯 ‘고민해야 하는’ 리더에게는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리더가 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이정표’를 분석해 서번트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을 설명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 또 시에서 경영과 자기계발의 원칙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증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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