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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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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006년 3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2006년도 입학식’에서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신입생들을 위한 축사를 하고 있다.

‘장자’에는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 곳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문장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물 안 개구리’의 출전인 장자는 춘추전국시대 패권 경쟁을 위한 방법론에 몰두하는 제자백가를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해 비판했다.

‘묵자’ ‘순자’ ‘한비자’에서 고전 강독은 끝나고, ‘불교’ ‘신유학’ ‘대학’ ‘중용’ ‘양명학’은 개요 소개에 그치고 있다. 사실 ‘관계론’이라는 주제에서 볼 때 ‘불교’와 ‘중용’ 등은 더 상세히 다뤄져야 옳지만 시간과 지면의 한계로 책은 여기서 마무리된다. 다만 후기에서 저자는, 사상은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성찰적 관점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지 주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자기의 사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상은 실천된 것만이 자기의 것”이라는 말로 고전 강독의 끝이 곧 실천의 시작임을 강조하고 있다.

▼ About the author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41년생인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숙명여대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감옥에서 20년20일을 채우고 1988년 8월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자마자 펴낸 책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저자의 옥중 서신을 엮은 이 책은 지난 20년간 60만부가량 팔린 스테디셀러로, 2008년 8월에 출간 20주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그밖에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신영복의 엽서’ 등의 저서가 있다. 소주 ‘처음처럼’은 그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고 제품 로고도 ‘신영복체’라고 불리는 그의 글씨로 만들었다. 최근 성공회대 인문학습원 원장직을 맡아 ‘전문경영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 Impact of the book



‘강의’가 출간되자 도올 김용옥의 고전 강독과 비교하는 이가 많았다. 도올은 ‘노자’와 ‘논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동양고전 읽기 붐을 일으킨 주역이다. ‘강의’가 2005년 동아일보 선정 ‘올해의 책 10’에 들었을 때 신문에 실린 짧은 서평이 인상적이다.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도올 김용옥의 고전 강독과 대비되는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잔잔히 스며드는 고전 강독.”

그런데 그 힘이 만만치 않다. 출간 4년이 흘렀지만 인기는 사그러들 줄 모르고 ‘고전 강독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일반인 대상의 인문학 강좌가 인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데 일조했다.

▼ Impression of the book

고전과 관련한 책은 크게 ‘무엇을 읽을 것인가’와 ‘어떻게 읽을 것인가’로 나눌 수 있다. 즉 고전의 원문에 충실하면서 해석 중심으로 쓴 책은 ‘무엇을 읽을 것인가’에 해당한다. 반면 고전의 텍스트를 근간으로 삼되 저자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 문제 접목을 시도한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로 분류할 수 있다. ‘강의’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도 비전공자를 염두에 두고 가장 기본적인 고전에서 예문을 뽑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해설서만 읽다 보면 원전에 대한 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무엇을 읽을 것인가’로 넘어가게 된다. 한 걸음 나아가 누구의 해설도 아닌 자신만의 원전 읽기를 시도한다면 금상첨화다. ‘강의’는 비전공자가 스스로 동양고전에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징검다리와 같은 책이다.

Tips for further study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1세기의 동양철학’(이동철·최진석·신정근 엮음, 을유문화사)은 ‘우리 시대의 동양철학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60명의 학자가 대답한 책. 1부에서는 공(空), 도(道)와 같은 동양철학의 주요 개념과 용어를 표제어로 삼았고 2부에서는 개벽, 노마디즘, 디지털과 같은 미래를 의식한 표제어를 선정했다.

‘한학입문’(심경호 지음, 황소자리). 다른 사람이 읽고 해석한 고전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원전 읽기에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한학입문’은 이러한 이들에게 생소하기만 한 ‘한학’에 접근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강신주 지음, 그린비·사진)은 ‘장자’의 텍스트를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고 에세이 형태로 정리한 책이다. 특히 장자를 ‘노장사상’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롭다. “도는 걸어가야 이루어진다(道行之而成)”에 응축된 장자의 정신을 잘 설명하고 있다.


신동아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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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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