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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아프간 9년 전쟁 수렁에 빠지나

‘제2의 베트남’분수령 될 칸다하르 대공세 앞두고 사면초가

  •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워싱턴, 아프간 9년 전쟁 수렁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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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극상’은 의도한 실수?

워싱턴, 아프간 9년 전쟁  수렁에 빠지나

3월초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가운데 등 보이는 사람)이 남부 칸다하르의 작전기지에서 미 육군 1대대 17보병 연대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뜻하지 않은 사건이 아프간의 미군을 뒤흔든 것은 바로 이 칸다하르 대전이 목전에 다가온 시점이었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 격주간지 ‘롤링스톤’과 한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 외교안보팀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일이다. ‘롤링스톤’은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잡지이지만 1970년대 베트남전쟁 때부터 종군기사와 정치, 시사 분야도 다루고 있다. ‘롤링스톤’은 ‘통제 불능의 장군’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매크리스털 사령관과 참모들의 발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적나라하게 소개했다.

‘지난해 가을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매크리스털은 아프간 주둔군 증원계획을 두고 “팔리지도 않을 물건”이라고 말했다. 매크리스털의 한 참모는 “오바마 대통령이 첫 대면에서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누군지도 잘 몰랐다”면서 “대통령과 사령관은 10분 정도 만나서 사진만 찍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 참모는 “아프간전쟁을 이끌어갈 사람이 왔는데 오바마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여 내 보스(매크리스털)는 적잖이 실망했다”고도 했다. 또한 매크리스털은 지난해 가을 바이든 부통령이 주장한 아프간 전략을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비난했고, 바이든 부통령에 대해서 질문을 받자 “그가 누구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사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6월23일 매크리스털을 백악관으로 소환해 면담을 한 후 전격 경질했다. 사실상 해임한 것이다. 후임으로는 그의 상관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57) 중부군 사령관이 임명됐다. 1951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6·25전쟁의 방향을 놓고 부딪쳐 맥아더가 해임된 이래 초유의 사건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잡지 내용을 보고받고 경질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80시간이 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민주주의의 핵심인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훼손했다”고 못 박으면서 “경질 없이는 아프간전쟁 수행 노력과 목표달성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매크리스털이 이 같은 ‘하극상’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매크리스털은 대(對)테러전을 주요임무로 하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사령관을 역임한 미국 최고의 특수전 전문가다. 그가 지휘한 부대는 2003년 한 오두막에 은신해 있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생포했고, 2005년 이라크의 알카에다를 이끌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를 사살하는 전공을 올린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데이비드 매키어넌 아프간 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으로 매크리스털을 임명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매크리스털의 강력한 요청을 수용해 병력 3만명을 아프간에 증파해주었다. 매크리스털은 부임 이후 민간인 피해 최소화, 특수부대를 투입한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부 제거, 아프간 군경 훈련 강화 등의 전략을 추진해왔다.



자신을 전적으로 신임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가 반기를 든 것은 아프간전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6월27일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스’는 단독입수한 군사기밀 문서를 인용해 매크리스털이 경질되기 직전 아프간 전략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기밀문서에 따르면 매크리스털은 지난 6월 NATO 동맹국과 국제안보지원군(ISAF) 참가국 국방장관들에게 아프간 전황을 브리핑하면서 앞으로 6개월간 전황의 진전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매크리스털은 당시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치안 상황이 우려된다면서 정부군 훈련을 담당할 병력이 부족하고, 신뢰할 수 없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정부 등이 아프간전쟁의 승리를 가로막는 위험요소라고 실토했다. 이렇듯 매월 아프간에 70억달러의 전쟁비용을 쏟아 붓는데도 전황이 개선되지 않다보니 매크리스털은 자칫하면 패장이라는 불명예를 짊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매크리스털의 작전참모인 빌 메이빌 소장도 문제의 ‘롤링스톤’ 인터뷰에서 “아프간전쟁은 제2의 베트남전이 될 것”이라며 “이 전쟁은 패배의 책임에 대한 논쟁 속에 막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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