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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미국 스타일’ 맥도날드의 추락

압구정·종로·신촌에서 몰락한 ‘빅맥’ 신화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원조 미국 스타일’ 맥도날드의 추락

  • ● 1988년에는 ‘블루보틀’ ‘쉐이크쉑’ 수준 위상
    ● 최근 ‘덜 익은 패티’ ‘곰팡이 토마토’ 논란 휩싸여
    ● 2019년 국정감사에서 햄버거병 논란 재점화
    ● ‘위생 논란’ 직후 가격 인상해 또 구설수
    ● 국내 브랜드 ‘맘스터치’ ‘노브랜드 버거’는 성장세
1988년 3월 29일 맥도날드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국내 첫 매장 문을 열었다. [동아DB]

1988년 3월 29일 맥도날드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국내 첫 매장 문을 열었다. [동아DB]

2019년 5월 미국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들썩였다. 개장 첫날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커피 한 잔 마시려면 3~4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정도였다. 앞서 2016년에는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이 바다를 건너왔다. 당시에도 수백 명이 긴 대기 행렬을 이뤘다.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2030세대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 이른바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이라는 점이 인기의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얻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문화로 인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고개가 끄덕여지긴 하지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소확행’ 문화나 인스타그램이 없던 수십 년 전에도 미국에서 건너온 음식점 앞에 줄을 선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1988년 서울 압구정동에 맥도날드가 한국 1호점을 개장했을 때도 가게 주변은 장사진을 이뤘다. 매장은 대표 메뉴인 ‘빅맥’을 먹기 위해 방문한 이들로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서울올림픽 개최에 맞춰 한국에 진출한 맥도날드는 이후 ‘젊은이들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1호점은 금세 압구정동의 명소가 됐다. 2호점인 종로점이나 신촌점도 지역 명소이자 만남의 장소로 꼽혔다. 말하자면 이때의 맥도날드는 오늘날의 스타벅스, 블루보틀, 쉐이크쉑 수준의 위상을 뽐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랬던 맥도날드가 최근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섰다. 햄버거나 피자 전문 프랜차이즈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분위기이긴 하다. 맥도날드는 그중에서도 더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영업 문제만이 아니다. 맥도날드는 각종 구설에 휩싸이며 브랜드 이미지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맥도날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덜 익은 패티와 ‘임직원 호소문’

2019년 11월 초 맥도날드는 ‘임직원 대고객 호소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 맥도날드의 허술한 위생 관리를 지적하자 반박 격으로 내놓은 글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패티가 덜 익은 채 제공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곰팡이가 핀 토마토가 유통된 적도 있다는 점을 보도했다. 

맥도날드 측은 곧장 “일부 개인과 단체의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과 보도”라고 반박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은 조작되거나 의도적 촬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맥도날드 측의 입장이었다. 

맥도날드는 그러면서 전국 매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며칠 뒤에는 점포의 원재료 관리와 조리 과정을 보여주겠다며 ‘주방 공개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식품업체는 종종 위생 관련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초기 대응을 잘못해 문제를 더 키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맥도날드는 비교적 적절하게 논란에 대처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다. 맥도날드의 이번 논란을 최근에 벌어진 ‘단순 실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있는 탓이다. 

맥도날드의 위생 논란을 면밀히 따져보기 위해서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한 여성이 ‘아이가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고 햄버거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용혈성요독증후군, 일명 ‘햄버거병 사건’이다. 

맥도날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부인해왔다. 또 해당 사건을 접수한 검찰 역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하면서 논란은 가라앉는 듯했다.


검찰의 ‘햄버거병’ 재수사

그러나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건을 다시 꺼내 들면서 논란이 재점화했다. 표 의원은 맥도날드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도 재수사에 돌입했다. 

맥도날드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응책을 내놨다. 앞서 햄버거병 의혹을 제기한 소비자와 법원의 조정을 통해 합의하기로 했다. 어린이의 치료 금액은 물론 관련 비용을 모두 지원하기로 했다는 게 맥도날드 측 설명이다. 

그런데 맥도날드가 해당 소비자와 합의하기로 한 때는 2019년 11월 11일이다. 이 날짜를 비롯해 최근 맥도날드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볼 필요가 있다. 

햄버거병 논란이 재차 불거진 건 앞서 말했듯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다. 곧장 검찰의 재수사 소식이 알려졌다. 같은 달 말 위생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러자 맥도날드는 11월 1일 임직원 호소문을 낸 뒤 11일 주방 공개 행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날 햄버거병 의혹을 제기한 소비자 측과 합의했다. 

이와 같은 흐름을 두고 맥도날드가 검찰의 재수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나왔다. 워낙 발 빠른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측은 이에 대해 “검찰을 의식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간 해당 소비자와 대화하려고 했지만 만나지도 못했고 결국 합의를 이룰 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햄버거병 논란과 관련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아직 알 수 없다. 검찰은 양측의 합의와는 별개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태도다. 재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판단해볼 일이다. 

그러나 진실이 판가름 나기 전에 한 가지 짚어볼 점은 있다. 과연 맥도날드가 햄버거병과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다시 시곗바늘을 되돌려보자. 햄버거병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2017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햄버거에 대한 식중독균 검출 결과를 발표하려 했다. 그러자 맥도날드가 법원에 발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사건은 소비자의 공분을 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에서는 식중독 유발균이 기준치의 3배 이상 초과 검출됐다.


‘매출 떨어지자 가격 올려’ 비아냥

그 직후인 2018년 초, 맥도날드는 주요 메뉴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일부 햄버거의 빵을 저가형으로 교체했다. 배달 서비스인 맥딜리버리의 최소 주문 가격도 인상했다. 가격 인상은 원재료 물가 등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경영 판단이긴 하다. 그러나 자사 제품의 품질과 위생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까지 인상했다는 점에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맥도날드가 각종 구설에 매출이 떨어지자 가격을 올려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맥도날드의 한국 법인인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회사 운영권을 매각하려 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맥도날드가 위생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수익성을 끌어올리려 하는 것이 향후 매각을 재추진하기 위해서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맥도날드가 주방 공개 행사를 연 시기는 2019년 11월 19일이다. 그런데 이틀 뒤인 11월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5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147곳의 위생 상태를 점검한 결과를 내놨다. 이 중 19곳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맥도날드 매장이 7곳으로 가장 많았다. 결과적으로 주방 공개를 하자마자 ‘위생이 가장 안 좋은 햄버거 프랜차이즈’라는 발표가 나버린 셈이다. 

맥도날드 측에서는 식약처의 조사 대상 중 자사의 점포가 가장 많았다고 항변했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총 147곳 중 45곳이 맥도날드 매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소비자에게 통할 것 같지는 않다. 같은 조사에서 위생 불량으로 한 곳만 적발된 롯데리아 역시 꽤 많은 매장(약 40곳)이 조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일련의 행보는 맥도날드가 햄버거병 논란과 별개로 소비자 불신을 스스로 키우고 있었던 것 아닌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는 2000년대 중후반쯤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건강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패스트푸드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고조된 때문이다. 맥도날드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압구정 1호점은 2007년에 폐점했다. 당시 맥도날드 측은 비싼 임차료를 공식적인 폐점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임차료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맥도날드의 상징적인 점포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종로에 개장한 2호점은 2016년, 신촌점은 2018년 각각 폐점했다. 신촌점 역시 이 지역의 명물로 여겨졌던 터라 아쉬워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업황 내림세에도 ‘맘스터치’ ‘노브랜드 버거’ 선전

폐점을 5일 앞둔 2018년 4월 11일, 맥도날드 신촌점에 걸린 안내문. 한때 신촌점은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다. [동아DB]

폐점을 5일 앞둔 2018년 4월 11일, 맥도날드 신촌점에 걸린 안내문. 한때 신촌점은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다. [동아DB]

다만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모든 업체가 다 힘들어하는 건 아니다. 2004년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맘스터치는 가성비 등 차별성을 앞세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에 힘입어 매장도 1200개 이상으로 늘었다. 덕분에 국내 매장 수 1위인 롯데리아(1300여 개)를 바짝 쫓고 있다. 

최근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도 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라는 명찰로 가성비 좋은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다. 노브랜드 버거 1호점인 홍대점의 하루 판매량은 평일 1500개, 주말 2000개가량이라고 한다. 통상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경우, 매장 한 곳당 일일 판매량이 1000개 이상이면 장사가 아주 잘되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사례들을 고려하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에도 아직 기회는 있다. 맥도날드 역시 시장 탓만 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맥도날드를 추억의 햄버거 브랜드로 여기고 있기도 하다. 

국내 경쟁사들의 마음도 비슷하다.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맥도날드는 전 세계적으로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진 업체로 알려져 있다. 유독 국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햄버거 브랜드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맥도날드가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야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맥도날드 임직원들이 발표한 호소문을 다시 한번 보자. 호소문에는 일부 임직원들의 개인적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 한 직원은 최근의 논란에 대해 “이번 사례로 저희의 명예와 신뢰가 훼손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다른 직원 역시 “맥도날드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는 게 정말 안타깝다”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맥도날드가 이런 의견을 잘 반영해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길 기대해본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괜한 논란이 벌어져 억울하다’는 식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단순히 햄버거병 논란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철저한 위생 관리와 직원 교육 개선 등의 노력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할 때가 왔다.

[신동아 1월호]




신동아 2020년 1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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