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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쪼개기 계약’…기간제교사 수난시대

학기 중 교사 교체, 학습권 침해 학생·학부모 피해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갑질’ ‘쪼개기 계약’…기간제교사 수난시대

  • ●정교사 자리에 기간제교사 채용
    ●정상 운영 차질, 학습권 침해, 생활지도 연속성 저하
    ●담임 업무 떠맡고 교권 침해 사건 휘말리기도
    ●사립학교, 기간제교사 신분 악용해 입맛대로 해고
    ●무경력 초임 기간제교사들 “‘쪼개기 계약’도 마다 안 해”
‘갑질’ ‘쪼개기 계약’…기간제교사 수난시대
최근 서울 한 사립중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쏟아지는 민원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 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현재 재개발 공사를 앞두고 있다. 상당수 주민이 이주하면서 학생 수가 크게 감소해 기존보다 6개 학급이 줄었다. 학교 측은 정교사 10명을 내보내고 그 자리를 기간제교사로 메웠다. 기간제교사 대부분이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담당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학습 연결성이 중요한 과목을 고용과 처우가 불안정한 기간제교사에게 맡기면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학생이 “교과목 수업 방향이 달라져 적응하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해 학교가 사태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사립고교 교사 4명 중 1명은 기간제교사

기간제교사는 정교사가 휴직·질병·파견·퇴직·연수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 해당 업무를 대체하는 비정규직 교사다. 한 학교에서 최장 4년까지 근무할 수 있지만, 실제 계약기간은 대부분 1년 미만이다. 그렇다 보니 고용이 불안정하고 교육 및 생활지도의 연속성이 떨어지기 쉽다. 기간제교사 개개인의 자질을 떠나 구조적으로 학생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학교 사정을 잘 아는 서울 지역 현직 교장은 “현재 채용한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담임교사나 교과목 담당교사가 바뀌게 된다. 학생들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비단 한 학교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일선 학교에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기간제교사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전국 초중고교 기간제교사는 4만9977명으로 전체 교사(49만6263명)의 10%에 달한다. 게다가 이 비율은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를 보면 중학교 및 고등학교 기간제교사 비율은 2000년 각각 3.76%, 3%에서 2018년 각각 17.84%, 17.53%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사립학교 기간제교사 비율 증가 폭이 크다. 같은 기간 사립초등학교는 3.03%에서 16.61%, 사립중학교는 4.6%에서 23.21%, 사립고등학교는 4.11%에서 23.18%로 기간제교사 비율이 상승했다. 현재 사립고등학교 교사 4명 중 1명이 기간제교사인 상황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기간제교사 S씨는 “일선 학교가 정교사를 임용해야 할 자리에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도권 지역에서 4년째 기간제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최근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 사립학교들은 향후 교사 수가 넘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지난해 충북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은 이런 유형 중 가장 안타까운 사례로 거론된다. 사건은 1년 육아휴직을 신청한 정교사가 겨울방학 시작 직전 복직을 신청하면서 발생했다. 이 경우 정교사는 겨울방학 동안 급여를 받게 된다. 반면 기간제교사는 정해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 

문제는 학기말에 담당교사가 학생 활동을 평가해 학생부에 기록한다는 점이다.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시 전형이 확대돼 학생부 기록이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상황에서, 학생을 직접 지도하지도 않은 교사가 학생부를 기록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 교사가 개별 학생의 학업 및 학교생활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당시 복직한 정교사가 퇴직한 기간제교사에게 학생들의 학습 활동 내용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간제교사는 해당 내용을 정리해 줬으나 그에 대한 보수는 받지 못했다.


방학 임금 안 주려고 몇 달씩 ‘쪼개기 계약’

기간제교사의 눈을 통해 기간제교사의 현실을 조명한 드라마 ‘블랙독’.  [tvn 드라마 ‘블랙독’ 캡처]

기간제교사의 눈을 통해 기간제교사의 현실을 조명한 드라마 ‘블랙독’. [tvn 드라마 ‘블랙독’ 캡처]

3년 전 경기 안성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3학년 한 학급 담임교사를 1년 새 세 사람이 맡는 일도 벌어졌다. 개학 한 달 만에 담임교사가 출산휴가로 떠나자 그 자리를 기간제교사가 대체했다. 그런데 학급 운영이 안정화될 즈음 신임교사 인사발령이 나면서 담임교사가 또다시 바뀐 것이다. 해당 학급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한 사립중학교는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면서 방학 기간을 제외한 ‘쪼개기 계약’을 맺었다가 사달이 났다. 해당 학교는 담임 업무를 맡지 않는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을 2019년 3월 1일부터 7월 19일까지로 정했다. 당시 학교 관계자가 기간제교사들에게 “방학 때 쉬고 2학기 때 다시 나오라”는 식으로 재계약을 통보했고, 모두 구두(口頭)로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기간제교사가 2학기 개학을 앞두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워낙 시일이 촉박했던 탓에 학교 담당자가 부랴부랴 수소문했고, 개학일이 돼서야 명예퇴직한 교사 한 명을 기간제교사로 새로 채용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어느 날 갑자기 오게 된 담당 교사와 함께 새 학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교사는 종종 교권침해 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2015년 12월 이천 지역 모 고등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학생 4명이 기간제교사 A씨에게 욕을 하고 심지어 빗자루로 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또 다른 학생 1명은 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A씨는 당시 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죄질이 나쁘고 재범 가능성이 높다”며 가해 학생 5명 중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장기 1년, 단기 3월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2016년 법원은 가해 학생들이 아직 어리고 형사입건조차 된 적이 없다며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부 송치를 결정했다. 

올해로 기간제교사 생활을 한 지 10년째인 H씨는 “최근에는 교사-학생, 또는 교사-학부모 간 갈등이 적잖게 벌어지다 보니 정교사 상당수가 학생 생활지도를 기피한다. 이 때문에 관련 업무가 기간제교사한테 넘어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업무 기간이 짧은 기간제교사들은 이 과정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경력 없는 초임 기간제교사들의 눈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기간제교사와 정교사 간 차별을 철폐하고 그간 차별대우로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기간제교사와 정교사 간 차별을 철폐하고 그간 차별대우로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에서 1·2급 교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정교사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매년 실시하는 교원임용시험에 합격해 초중고 국·공립학교로 발령받거나, 아니면 사립 초중고교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해 해당 학교에 임용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기간제교사가 된다. 

2년차 기간제교사인 L씨는 대학 졸업 후 3년간 흔히 ‘임용고시’라고 하는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했지만 끝내 합격증을 받지 못했다. 교사 선발 인원은 점점 줄어드는데 지원자가 나날이 늘어난 탓이다. L씨가 마지막으로 시험을 치른 2018년 임용고시 경기 지역 중등 국어교사 선발 경쟁률은 21.69대 1을 기록했다. L씨의 말이다. 

“시험 준비에 매달리다 문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교사가 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 길이 어렵다면 기간제교사로서 학교 현장 경험을 쌓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게 중요하지, 정규직 비정규직이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기간제교사가 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교직 경력이 없는 탓에 1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L씨는 “요즘은 기간제교사 채용 공고가 나면 지원자가 200명 넘게 몰린다. 경력 한 줄 없는 사람은 뽑히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그가 선택한 건 ‘단기 계약직 기간제교사’였다. L씨가 지원한 사립 중학교 계약기간은 지난해 3월 1일부터 7월 18일까지로, 150일이 채 되지 않았다. 40여 일의 여름방학이 끝난 뒤 L씨는 해당 학교에 다시 채용됐는데, 이번엔 계약기간이 113일(2019년 8월 29일부터 12월 20일까지)이었다. 그는 “처음엔 교단에 서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하지만 첫 학기가 끝날 즈음 내가 처한 현실이 생생히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쪼개기 계약을 한 탓에 퇴직금, 실업급여, 정근수당, 호봉 상승 등에서 받는 불이익이 컸다. 또 방학 동안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다. 기간제교사 생활 석 달 만에 더욱 간절히 ‘정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이는 비단 L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경기 수원시와 세종시 등을 중심으로 방학이나 연휴 기간 등을 빼고 몇 개월 단위로 기간제교사를 고용하는 공고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 하면 학교는 인건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사립학교가 기간제교사를 선호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L씨처럼 기간제교사 상당수는 경제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자신의 재계약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학교장과 이사장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게다가 사립학교의 경우 일정 기간 근무한 기간제교사가 정교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기간제교사는 한층 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을(乙)’ 처지에 놓인 기간제교사는 궂은일을 도맡고 학교 경영진 말을 잘 들을 개연성이 높다. 

서울 한 특성화고에 재직 중인 교사 M씨는 “일부 사립학교는 내놓고 기간제교사를 선호한다. 정교사를 채용했는데 그가 교사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학교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면 골치 아프지 않겠나. 기간제교사를 뽑으면 비정규직 신분을 악용해 채용과 해고를 입맛대로 할 수 있으니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큰 문제”라고 개탄했다. 

여성 기간제교사, 특히 초임 여성 기간제교사는 학교장의 갑질이나 성희롱, 성추행 등에도 취약하다. 기간제교사 H씨는 “여성 기간제교사 수 증가에 비례해 교육 현장에서 각종 불미스러운 일이 늘고 있다”면서 “사건은 대부분 기간제교사의 재계약이나 정교사 채용 등을 빌미로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경남 한 사립고교 교장 E씨는 기간제교사에게 ‘갑질’을 일삼다 ‘경남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 위반으로 해임됐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E교장은 자기 치과 진료를 이유로 수업 중이던 기간제교사에게 장거리 운전을 요구했다. 세 차례에 걸쳐 약 1시간 거리의 대구 시내까지 차를 태워달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보강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타 교과목 교사가 감독하는 자습 등으로 이를 대체하도록 해 학생의 학습권까지 침해했다.


사립학교 채용 관리·감독 강화해야

2018년 현재 사립고등학교 기간제교사 비율은 23.18%로 교사 4명 중 1명이 기간제교사다.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2018년 현재 사립고등학교 기간제교사 비율은 23.18%로 교사 4명 중 1명이 기간제교사다.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교육계에서는 기간제교사가 정교사 못지않게 중요한 공교육 인프라인만큼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최소한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쪼개기 계약 금지 △계약기간 만료 전 계약 해지 시 구체적 요건 명시 △정교사와 동일한 수준의 연가·출산휴가·육아휴직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간제교사 임명권자를 학교장이 아닌 시도교육청 교육감으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청 단위에서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면 퇴직금, 실업급여, 휴가 사용 등의 차별 대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교육감이 기간제교사 임용권을 개별 학교장에 위임한 상태다. 

무엇보다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 채용 및 운용 방식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기간제교사를 활용하는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테면 학급 감축이나 교육과정 개편으로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는 교원이 필요한 경우 등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또 일선 학교가 기간제교사 채용 관련 내용을 허위 보고할 경우를 대비한 처벌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 교사 채용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까지도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정교사가 퇴직하면 일단 기간제교사를 선발해 자리를 채운 이후 학교 재단 이사장의 친인척을 정교사로 그 자리에 다시 발령 내는 사례가 왕왕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선 사립학교는 채용 과정에서 교원인사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러나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돼 ‘있으나 마나’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장인성 연구위원은 “시도교육청이 기간제교사를 포함한 신규교사 채용 및 업무분장 등에 대한 지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간제교사 상당수는 언제까지 지금 학교에 있을지, 현재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게 될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교단에 선다. 책임감을 갖고 학생 지도와 상담에 나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교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간제교사가 각종 불안에 시달리는 건 우리 교육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모든 교사가 사명감을 갖고 제자들을 길러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4년차 기간제교사 S씨의 호소다.




신동아 2020년 3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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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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