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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삶은 소대가리라 하면 가만있고 국민은 입건하나”

‘文 대통령 모욕’ 혐의로 조사받은 33세 김정식 씨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北이 삶은 소대가리라 하면 가만있고 국민은 입건하나”

  • ●경찰이 ‘왜 대통령 욕하고 그러느냐’더라
    ●경찰, ‘VIP에게 보고가 됐다’고 말해
    ●휴대전화 압수수색 뒤 3개월간 갖고 있으며 수사
    ●인권침해 민원제기에 ‘이런 거 하지 말라’ 해
    ●文지지자, 역대 대통령 쥐·닭 부르면서 자기들은 달님
김정식 터닝포인트 대표.

김정식 터닝포인트 대표.

“대통령이 정말 모욕적이라고 느꼈다면 공개적으로 사과하겠다. 정작 본인은 구중궁궐에 숨어 있고 경찰이 하명 수사를 하듯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당신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반대한 군사정부와 뭐가 다르냐.” 

김정식(33) 터닝포인트 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터닝포인트는 역사를 공부하는 청년단체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주변에서 여권 주요 인사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전단지에는 “2020 응답하라 친일파 후손”이라는 문구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이들의 아버지 등이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을 했다는 주장이다. 전단지 뒷면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씨는 기자에게 “5월 둘째 주를 기점으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마무리 단계이긴 한데, 종결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첫 조사 받을 때 ‘꼭 처벌 원한다’는 말 들어

-왜 전단지를 배포했나. 

“자칭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을 친일파 혹은 독재 세력이라고 매도한다. 그렇다면 진보진영 인사들은 과연 친일에서 자유롭냐고 되묻고 싶었다. 반일 감정이 오래 이어지면 한국에도 좋을 게 없다. 한일 양국 간 갈등을 외교로 풀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했다.” 

-결국 경찰에 입건됐는데. 

“첫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이 ‘해당 사안이 VIP(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북조선의 개라는 표현이 심각하다. 이건 꼭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북한에서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라고 말해도 가만히 있으면서 왜 국민에게만 이러냐고 말했다. ‘북조선의 개’는 내가 만든 표현이 아니라 일본 잡지사에서 사용한 표현을 번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처벌을 원했다는 뜻인가. 

“경찰이 주체는 밝히지 않았다. ‘VIP에게 보고가 됐고, 김정식 씨를 콕 집어서 이 사람은 처벌돼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까 왜 대통령 욕을 하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2월 9일 JTBC ‘썰전’에 출연해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과 비난도 참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의에 “참아야죠 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라고 답한 바 있다. 모욕 혐의는 친고죄에 해당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전단지를 배포할 당시에는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그렇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썰전’에 나와 국민들이 비난이나 비판을 해도 본인이 참겠다고 말했다. 경찰에게도 이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이 고소 고발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왜 당신들이 나서느냐’고 말이다. 경찰 단계에서 내사가 진행되더라도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당할 것이라고까지는 상상도 못했다.”

피해자 고소 염두에 두고 미리 수사?

-당황했을 것 같다.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뒤 3개월 간 갖고 있으면서 대통령에 대한 모욕죄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청와대 비서실과 대검찰청,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영등포경찰서에서 답변할 것이라고 답이 왔다. 결국 나를 조사하던 수사관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런 거(민원 제기)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고소를 염두에 두고 미리 수사를 해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단지에 여러 사람의 이름이 있다. 다른 사람이 고소하지 않았을까. 

“최초 출석요구서에 ‘대통령 문재인에 대한 모욕’이 제목으로 적혀 있었다. 아래 상세내용에 ‘서울시장 박원순 등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돼 있었다.” 

김씨는 “문 대통령보다 그 지지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많다”며 이렇게 부연했다. 

“이번 정권의 구호가 ‘사람이 먼저다’다. 하지만 대통령에 비판적인 기사만 나오면 항상 ‘대통령이 네 친구냐’는 식의 댓글이 달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닭이라고 부르면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통령만 ‘달님’이라고 부른다. 나에 대한 수사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민주주의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신동아 2020년 7월호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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