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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할머니, 악플 겁내지 않는다” 악플러 고소·고발 서혁수 대표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李할머니, 악플 겁내지 않는다” 악플러 고소·고발 서혁수 대표

  • ●누리꾼 8명 대구지방경찰청에 고소‧고발
    ●악플 200여 건 증거로 제출
    ●“할머니께 고소권 위임받았다”
    ●“적나라한 표현 쓴 사람들 반성해야”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

‘윤미향 사태’ 관련 기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에 대한 악성 댓글(악플)을 남긴 누리꾼 8명이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15일 대구지방경찰청에 고소‧고발됐다. 고소‧고발인은 서혁수(48)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 그는 “(할머니를 향해) 다짜고짜 ‘죽어라’는 식의 표현이 많아서 가슴 아팠다”면서 “적나라한 표현으로 할머니를 모욕하거나 명예훼손한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성 댓글 제보를 받기로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땠나.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하고 난 뒤 온라인상에서 공격이 심했다. 시민모임에서 악플을 다 찾기는 어려웠다. 여러 사람의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임시계정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악플 관련 제보를 부탁했다.” 

-제보를 받는 아이디가 ‘leeys200525@gmail.com’이었는데. 

“할머니 이름 이니셜(leeys)과 2차 기자회견 날짜(200525)를 조합한 것이다. 5월 7일 1차 기자회견을 했을 때만 해도 악플 숫자가 지금에 비하면 적었다. 5월 25일 2차 기자회견을 한 후 온라인상에서 너무 심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서 대표는 경찰에 악플 200여 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언급한 내용과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었다. 그는 “(제보 받은 악플 중에서) 추려서 제출했다”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본사가 미국에 있어 관련 조치를 취하는 과정이 까다롭다. 댓글 중 즉각 대응이 가능한 것 위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쉼터 소장 자살하자 “할머니가 죽였다”


-어떤 악플이 주로 제보 대상이 됐나.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고 지원도 받는데 왜 이런 타령하나’ 등의 악플이 달렸다. 서울 마포 쉼터 손모 소장이 자살한 후로는 ‘할머니가 죽였다’는 악플도 달리는 등 정도가 심해졌다. 이번 조치로 악플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를 방관하는 것도 커다란 직무유기라고 생각해 노력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 



-이용수 할머니는 인터넷에서 자신을 향해 악플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악플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계시지는 않지만 안 좋은 글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안다. 할머니가 ‘(마포 쉼터) 손 소장을 내가 죽였단다. 이런 어이없는…’이라고 말씀하기에 ‘할머니 이런 것(법적 대응)이 필요하겠느냐’고 물었다. 악플에 선별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할머니께서 동의하셨다.” 

악플러에게는 명예훼손(형법 제307조)과 모욕(형법 제311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허위 혹은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면 모욕죄가 적용된다. 모욕죄는 친고죄에 해당해 당사자의 고소로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피의자의 의사와 달리 처벌할 수 없는 ‘반(反)의사불벌죄’다. 

서 대표는 “위임장을 통해 할머니로부터 고소권을 위임받았다”면서 “제3자의 참석 하에 할머니께 위임장을 받는 목적을 설명한 후 이를 전달받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할머니께서 직접 자필로 (위임장을) 작성하고 지장도 찍었다”고 말했다. 

위임장에는 ‘아래 위임하는 사람(이용수)은 온라인에서 발견된 다양한 명예훼손과 관련해 법적인 조치 및 처벌을 하기를 희망하며 이를 위해서 아래의 위임받는 사람(서혁수)에게 법적인 처리를 위해서 아래와 같이 위임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처벌보다는 계도가 목적”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대구 중구 한 거처에서 고소권 위임에 대한 증거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대구 중구 한 거처에서 고소권 위임에 대한 증거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법률 자문을 따로 받고 있나 

“처벌이 목적이었다면 변호사 자문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악플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취할 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악플러가 잡혀도 벌하는데 초점을 두기보다 어떤 식으로 계도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역시 이 할머니가 생각하는 바른 역사 교육의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할머니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대학교 3학년 때 시민모임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대구에 이 할머니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많이 계셨다. 이 할머니와 함께 일본에 가서 제2차 세계대전 피해자가 있는 장소도 방문했다. 지금도 조식을 같이 하거나 근황을 물으며 지낸다.” 

-할머니는 악플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 

“할머니께서 악플을 보고 ‘겁이 난다’ 그런 식으로 반응하지는 않았다. 우익집단 등 현실에서 부딪히는 반대 세력이 악플러보다 더 무섭게 다가온다.” 

-악플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우리가 지켜드려야 할 대상이다. 적나라한 표현으로 할머니를 모욕하거나 명예훼손한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 지나친 표현은 자제해주길 바란다.”



신동아 2020년 7월호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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