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한국형 항공모함, 이대로라면 ‘7조 원짜리 표적함’

中 대함 미사일 세례에 저항조차 못하고 잿더미 될 운명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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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0-09-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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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체 획득 2조 원, 함재기 도입 5조 원

    • 대북 전략 자산으로서도 ‘꽝’

    •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군대

    • 정치적 포퓰리즘과 사업 편의주의가 빚어낸 안보 참사

    • 당국자들의 무지(無知)·사욕(私慾)

    한국형 경항공모함 조감도.
[해군 제공]

    한국형 경항공모함 조감도. [해군 제공]

    최근 국방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항공모함이다. 국방부가 8월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다목적 대형 수송함 도입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사업을 ‘경항공모함 도입 사업’으로 개칭했고, 이 항모의 대략적 제원과 개념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일본이 경항모 만드니 대응해야 한다?

    미국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LHA-6). [미국 해군 제공]

    미국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LHA-6). [미국 해군 제공]

    일부 매체는 이번 경항모 도입 사업 발표에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일본의 경항모 도입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 기존의 다른 전력증강 사업보다 우선순위로 추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군이 밝힌 한국형 경항모는 배수량 3만t급에 갑판 길이가 최소 260m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나 유럽의 경항모가 스키점프대가 설치된 형상으로 건조되는 것과 달리 전체 형상은 미국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과 같이 평갑판형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국군은 대외적으로 군함의 제원에 대해 소개할 때 배수량을 배 자체의 무게인 경하배수량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무장과 연료, 물자를 만재한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의 실제 무게는 1만t이 넘지만, 7600t급 구축함으로 소개되는 것처럼 군이 언론에 공개한 3만t급 항모의 실제 만재배수량은 4만t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한국형 항모는 ‘항공모함(Aircraft carrier·CV)’ 개념이 아니라 ‘헬기 탑재 강습상륙함(Amphibious Assault Ship·LHA)’에 가깝다. 당초 해병대가 희망한 상륙정 수용 공간인 웰덱(Well-deck)’이 없는 개방 갑판형·스키점프대 미설치 형상은 영락없는 미국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의 모습이다. 



    ‘한국판 아메리카급’이라고 칭해도 이상할 게 없는 한국형 경항모는 20여 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예정이다. 20대 가운데 12대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 스텔스 전투기, 나머지 8대는 잠수함 대응과 병력 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해상작전헬기로 채워진다. 이는 전형적인 경항공모함 항공대 편성이다.

    군 당국이 밝힌 한국형 경항모의 역할은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전략적 억제와 대칭 전력 보유다. 북한이 대구경 방사포와 신형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하는 등 위협을 크게 강화해 육상 공군기지의 개전 초 생존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움직이는 공군기지인 항공모함을 건조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주변국, 특히 일본이 경항모를 만들고 있으니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도 추가됐다.

    2030년 진수(進水) 목표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이 경항모 사업은 다른 전력 증강 사업보다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내년부터 설계 작업에 들어가 늦어도 2030년까지 진수하는 게 목표다. 이 정도 덩치의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데 2~3년 정도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5~6년 안에 개념설계와 상세설계, 기술 검증을 모두 마치고 건조에 착수하는 전광석화 같은 일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최소 7조 원 이상 투입될 전망이다. 항공모함 그 자체를 건조하는 데만 최소 1조 8000억 원이 소요되리라는 보도가 나온다. 덩치와 기능, 형상 모든 면에서 가장 유사한 미국의 아메리카급이 1척에 34억 달러(4조 원)다. 2015년 해군의 ‘차세대 첨단함정 건조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서 추정한 가격은 3조1500억 원 수준이었다. 군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건조 비용 1조8000억 원은 지나치게 낮아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선체 획득에 약 2조 원의 비용이 든다면 함재기 도입에는 최소 5조 원 이상이 든다. 해군이 함재 전투기 후보로 점찍은 F-35B는 F-35 계열 기종 가운데 획득비는 물론 운용 유지비가 가장 비싸다. 20대를 도입하려면 기체와 무장, 스페어 파츠 등을 모두 포함한 프로그램 코스트 기준으로 최소 4조 원을 잡아야 한다. 여기에 8대의 해상작전헬기를 사려면 최소 1조 원이 필요하다. 항모 운용을 위한 병력 확보와 제반 지원시설 설치비용을 고려하면 전체 비용은 7조 원을 가볍게 넘어간다. 

    국방부의 발표 직후 한국형 경항모는 논란에 휩싸였다. 항모 도입을 찬성하는 여론이 적지 않으나 왜 경항모를 도입해야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쇄도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항모 도입을 거론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민들은 ‘항공모함’이라고 하면 그저 ‘비행기 싣고 다니는 큰 배’라고 인식했지만, 이제는 ‘경항모’와 ‘대형항모’가 각각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국방부가 발표한 한국형 항공모함의 문제점이 도대체 무엇이고, 전문가들은 왜 “경항모를 할 바에는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비판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경항모’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

    경항모란 무엇인가

    일찍이 손무(孫武)는 ‘손자병법’에서 병법의 기본 중 하나로 지피지기(知彼知己)를 강조했다. 싸우려면 적은 물론 나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제아무리 좋은 무기를 손에 쥐여준들 적이 누구이고 어떤 전력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지 모르면 100번 싸워 100번 위태롭고, 아무리 좋은 무기가 손에 있다 한들 그 무기를 어떻게 쓸 줄을 모른다면 싸울 수조차 없다. 

    항모도 마찬가지다. 군은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에 맞서 경항모를 갖겠다고 천명했다. 그렇다면 군은 경항모라는 물건이 도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가지려는 것일까. 2015년 ‘차세대 첨단함정 건조 가능성 검토’라는 명칭의 국방부 연구 과제에 연구원으로 참여해 한국형 항모가 왜 필요한지,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 수준과 최소 요구 성능, 미래 임무와 작전 수행 형태에 대한 연구를 담당한 필자가 연구 과제 진행 당시 군 정책 결정론자들과 회의하며 얻은 결론은 군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군은 경항모가 무엇인지, 심지어 자신들이 함재기로 구매하려는 F-35B가 통상형 항모 탑재 전투기인 F-35C와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함재기 이착함 방식에 따라 작전 능력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해 연구에 참가한 민간인 연구원들을 놀라게 했다. 즉, 경항모라는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7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그것을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한때 전 세계적 유행으로 번진 경항공모함(Light Aircraft Carrier)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잠수함 공격으로부터 대서양 수송선단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호위 항공모함(Escort Aircraft Carrier)에서 발전한 제해함(Sea Control Ship)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제해함 개념은 소련의 수중함대 팽창에 따라 정규 항모를 보조하는 해상 항공 플랫폼으로 미 해군 엘모 줌왈트(Elmo Zumwalt) 제독이 제안한 개념이다. 소련의 잠수함 또는 수상함대로부터 해상교통로를 지키기 위해 수직 이착륙 소형 전투기와 해상작전헬기를 10~20여 대 탑재하는 염가형 소형 항공모함이 바로 제해함이다.

    탈(脫)경항모가 세계적 추세

    대형 항공모함에서 운용되는 함재기는 사출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이륙 중량이 20~30t에 달했고, 500㎞ 넘는 전투행동반경과 3~5t 이상의 무장 탑재량을 가졌지만, 제해함에서 발진하는 함재기는 자체 추력으로 떠올라야 하기에 200~300㎞의 전투행동반경과 1t 미만의 무장 탑재량을 가졌다. 항속거리와 무장 탑재 능력이 매우 제한됐기 때문에 제해함이 할 수 있는 일은 함대의 해상 전투를 보조해 방공 임무를 수행하거나 근처의 적함을 공격하는 정도로 국한됐다. 

    포클랜드전쟁에서 경항모가 대활약한 것은 전쟁 기간 내내 대부분의 전투가 해상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이 경항모를 도입했는데, 스페인의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나 이탈리아의 주세페 가리발디 같은 경항모는 철저하게 제해함 성격으로 운용됐다. 

    영국이 경항모 인빈시블급을 제해함 성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군사력 투사용으로 활용하려 시도한 적이 있다. 1998년 코소보 공습과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지상 공격 임무에 인빈시블급을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하는 경항모로는 제해함 이상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곧바로 중대형 항모 건조 사업인 CVF에 착수하며 경항모를 버렸다. 

    경항모의 최대 단점은 함재기 탑재 수량이 적다는 점과 탑재 함재기가 수직 이착륙 전투기라는 것이다. 항공모함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 가운데 ‘소티 생성률(SGR·Sortie Generation Rate)’이 있다. 말 그대로 항공기를 얼마나 자주 띄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높은 소티 생성률을 가지려면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항공기 숫자를 늘리거나 정비성이 우수해 더욱 자주 띄울 수 있는 항공기를 보유해야 한다. 

    경항모의 전투기 탑재 수량은 8~12대 정도로 정규 항공모함의 20~30%에 불과하다. 항공기 숫자 자체가 적기에 소티 생성률이 낮을 수밖에 없고, 탑재 가능한 기종이 구조가 복잡한 수직 이착륙기밖에 없어 가뜩이나 낮은 소티 생성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2010년대 이후 탈(脫)경항모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제해함 성격으로 만들어진 기존 경항모를 모두 도태시키고, 대형 상륙함에 최소한의 함재 전투기 운용 능력을 부여해 지원 용도로만 사용하거나, 아예 전투기 운용 능력을 삭제해 순수 상륙함으로만 이용하고 있다. 경항모 확보를 위해 2척의 캔버라급 다목적 상륙함을 도입해 F-35B를 얹어 사용하려던 호주가 경항모를 포기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형 경항모,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 [신화=뉴시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 [신화=뉴시스]

    군에서 이뤄지는 모든 무기체계 도입 사업의 시작은 ‘위협 식별’이다. 북한 또는 주변국이 어떻게 위협하는지, 그것이 우리나라의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무기체계의 소요 제기가 이뤄지는 것이다. 

    필자는 군의 첫 항모 도입 타당성 검토 과정이었던 연구 과제에 연구원으로 참여해 위협 식별과 분석을 맡았다. 10여 년간 수십 건의 군 연구과제를 수행한 필자는 인접국 군사기지 인근 주민의 SNS, 상용 위성, 항공기 및 선박의 운항 기록 등을 추적해 인접국 어떤 기지에 어떤 부대가, 어떤 무기를 갖추고 있는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한 결론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한국의 경항모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입장은 미 해군이 제시하는 해역별 함정 생존성 평가 자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한반도 주변 해역, 특히 서해는 호르무즈 해협과 더불어 세계에서 경항모가 생존하기에 가장 위험한 바다로 평가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공히 세계 최고 성능의 대함 미사일을 세계 최고 밀도로 운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당장 북한만 하더라도 어려운 살림을 쪼개고 쪼개 Kh-35 기반 신형 대함 미사일을 전후방 각지에 전개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 역시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비롯한 세계 최정상급 성능의 미사일을 수상함과 잠수함, 항공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다. 

    한국형 항공모함이 나오는 2030년대 중반 중국은 최소 4척의 대형 항모를, 일본은 최소 2척의 경항모를 보유할 예정이다. 중국은 항모 탑재 함재기 수도 한국형 항모의 2~3배 이상이지만, 굳이 항모를 동원하지 않고 해군항공대 지상 발진 전투기와 폭격기 전력만으로도 한국형 항모전단을 압도할 수 있는 화력을 갖추고 있다.

    대북 전략 자산으로서도 ‘꽝’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F-35 전투기와 수호이 플랭커 계열의 교환비를 1대 3 정도로 추산한다. F-35 1대가 추락할 때까지 수호이 플랭커 계열 전투기 3대를 격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환비를 생각하면 한국형 항모는 중국 항공모함 산둥이나 랴오닝과 대등한 전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2030년대 중반에는 이들 중국 항모는 2선급으로 밀려날 것이고, 한국형 항모 앞에는 J-20 또는 FC-31 기반의 스텔스 전투기로 무장한 002 또는 003 항모가 버티고 있을 것이다. 항모 대 항모로만 붙어도 압도적 열세지만, 중국이 지상 발진 항공기까지 동원하면 한국형 항모는 수백 발의 대함 미사일 세례에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잿더미가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경항모를 보유한 일본과 붙으면 승산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No)’다. 일본이 이즈모급 헬기항모를 개조해 2척을 만들 예정인 경항모는 함재기 탑재 수량이 한국형 항모와 유사하지만, 작전 능력 면에서는 차원이 다르다. 바로 협동교전능력 때문이다. 

    일본은 미 해군이 사용하는 주력 조기경보통제기인 E-2D를 13대를 도입한다. 그리고 이 조기경보통제기와 모든 해상자위대 함정,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을 하나의 실시간 네트워크로 묶는 NIFC-CA(Naval Integrated Fire Control-Counter Air)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군의 F-35B는 자체 레이더와 센서에만 의존해 일본 전투기와 함대를 찾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방사되는 전파는 일본 자위대의 전자전 시스템에 포착돼 한국 F-35B의 위치가 자위대에 노출된다. 자위대는 레이더 전파를 방사하지 않아도 해군 이지스함이나 조기경보기가 수백㎞ 밖에서 포착해 전송해 주는 한국 전투기의 위치 정보를 이용해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려면 한국 역시 E-2D 조기경보기를 도입하고 이와 연동되는 전투체계와 전술 데이터링크를 구축하는 데 수조 원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주변국 위협에 대비하겠다면서 7조 원 넘는 돈을 들여 경항모를 도입하고 그 항모를 지키기 위해 또 수조 원의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형 경항모는 대북 전략 자산으로서도 ‘꽝’이다. 탑재 전투기 수 자체가 적을뿐더러 전투기 내부 무장창에 북한 지하 시설 타격을 위한 2000파운드급 폭탄 탑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F-35B를 운용하는 미 해병대, 앞으로 F-35B를 도입하게 될 일본 항공자위대 모두 F-35B에 근접항공지원(CAS) 수준을 넘어서는 장거리 종심 타격 임무는 부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즉,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주변국 항모전력 증강에 맞선다는 군의 항모 도입 명분은 경항모 도입으로는 성립될 수 없다. 문제는 군 당국이 2015년 연구 보고서에서 경항모의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떨어지며, 생존성과 작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이미 보고받고도 경항모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운운하며 한국형 항공모함 도입 발표가 나온 시점은 정부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과 원자력 잠수함 도입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강한 안보’를 선전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대단히 교묘하게 조정된 이 발표 시점은 최근 우리 안보 태세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군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는 슬로건에 맞춰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동해에서는 북한 목선이, 서해에서는 중국 보트가 종횡무진 경계망을 뚫고 있고, 전후방 각지 부대와 국가전략시설 경계망이 무력화되는가 하면, 경계 작전 중 장병들이 술판을 벌이거나 자판기에 음료수를 뽑으러 가고, 부대에서는 그것을 또 은폐·조작하는 등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들이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고 있다.

    정치적 포퓰리즘과 사업 편의주의가 빚어낸 안보 참사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추경으로 전투기 도입 예산이 깎여나가고, 위성과 정찰기 확보 예산도 위협받으면서 안보가 괜찮겠느냐는 국민적 불안이 점점 커지는 와중에 항공모함과 원자력 잠수함이라는 전략 무기 도입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고작 예산 250억 원이 부족해 직업군인들 수당까지 잘라내는 마당에 7조 원 항공모함과 1조~2조 원 원자력 잠수함을 무슨 돈으로 사올지는 모르겠지만, 항모와 원자력 잠수함 도입 발표는 정부 입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국뽕’ 마케팅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는 소재가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정치인들은 전문성 부족 때문에 경항모가 어떤 물건이고 어디에 쓸 수 있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 그저 국방부, 특히 해군이 들고 온 보고서와 브리핑 자료에 있는 내용을 보고 믿을 수밖에 없다. 해군은 1조8000억 원 정도의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경항모 확보가 가능하고, 이것을 도입했을 때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지 장밋빛 미래를 그려 정치인들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그 보고 내용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정치인들은 그것을 객관적으로 판별해낼 수 있는 전문성이 없다. 

    경항모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를 한 해군은 그것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설령 몰랐다고 하더라도 필자와 민간 연구진은 2015년 수차례의 연구 회의에서 해군 실무진과 정책 결정론자들에게 경항모 추진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고, 해군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해군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F-35B 전투기의 성능과 경항모의 구조와 기능 등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데이터를 제시하며 경항모 불가론을 제시한 연구진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했다. 그때마다 그들이 꺼낸 논리는 “그래도 사업은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군의 한 고위급 인사는 “10조 원 넘는 예산안이 기재된 사업 계획서와 5조 원짜리 사업 계획서를 위에 올리면 어느 쪽이 더 통과가 잘 되겠느냐”면서 “경항모의 한계는 잘 알겠으나, 그래도 사업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 7만t급 대형 항모 결론을 철회하고 경항모로 결론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당국자들의 무지(無知)·사욕(私慾)

    연구진이 7만t급 덩치에 총사업비가 10조 원을 훌쩍 넘는 안을 1안으로 제시한 이유는 주변국의 위협과 미래 전장 환경, 그리고 전투기의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해 내린 시뮬레이션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주변 안보 환경이 어떠하니 한국형 항모는 어떠한 성능을 갖춰야 하고, 그렇게 소요 장비와 능력을 종합해 보니 최소 배수량 7만t급이 나왔던 것이다. 

    해군 당국자들은 수차례 회의에서 제시된 PPT와 요약 보고서를 통해 경항모가 한반도 주변 작전 환경에서 ‘움직이는 표적함’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받고서도 경항모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국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임기 중에 사업 추진을 위한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자신들의 치적이 될 수 있다. 이 치적은 차후 진급에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전역 후 관련 업체에 들어갈 수 있는 훌륭한 커리어가 된다. 

    그러나 이 서류를 통해 탄생할 항모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항공모함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장에 나가면 일방적으로 얻어터질 수밖에 없는 7조 원짜리 표적이요, 그 항모에 승선할 수백여 장병의 무덤이 된다. 

    앞서 기술했듯 군의 모든 무기체계 소요는 위협 식별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소요 산출, 다시 말해 ‘안보적 필요’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한국형 경항모는 정치적 포퓰리즘과 일부 당국자들의 무지(無知)·사욕(私慾)이 ‘안보적 필요’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국민의 혈세로 구입하는 모든 무기는 국민을 잘 지키는 데 써야 한다. 그 무기가 국민을 지키는 데 효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굳이 사려 한다면 그것이 바로 혈세 탕진이요, 방산 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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