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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서 유행 빼면? 매출 늘고 환경오염 준다

[제로웨이스트] 슬로 패션, 사회운동에서 산업 트렌드로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패션에서 유행 빼면? 매출 늘고 환경오염 준다

  • ● 패스트 패션 반작용
    ● 친환경·중고·오래 입을 옷 사기
    ● 탄소 배출량 10%는 의류 산업에서
    ● ‘사지 마세요’가 판매 전략
    ● ‘패스트 패션’ SPA 브랜드 성장세 주춤
    ● 30조 원 빈티지 시장 5년 안에 두 배 성장 전망
    ● 당근·번개로 옷 팔고 사고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재고 의류를 해체한 원단으로 새 옷을 만든다.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재고 의류를 해체한 원단으로 새 옷을 만든다.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네.” 

많은 이가 옷장 앞에서 이런 고민을 호소한다. 고민을 덜어준 것은 스파(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다. 스파 브랜드는 유행하는 디자인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2000년대 이후 스파 브랜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10년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1~2주 단위로 의류 판매를 기획해 한 달 안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스파 브랜드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불린다. 

“입을 옷이 없는 게 아니라 입지 않을 옷을 샀어요.” 

강모(27) 씨가 이렇게 말했다. 강씨는 1년 전 만 해도 스파 브랜드에서 옷을 샀다.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싼 가격에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년 옷을 버리는 양이 늘어났다. 한두 번 입고 내팽개친 옷도 있다. 이제 강씨는 조금 비싸더라도 질 좋고 무난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한다. 

슬로 패션(slow fashion) 움직임이 인다. 패스트 패션에 대한 반작용이다. 패스트 패션 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자 친환경 의류를 소비생산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중고 의류를 구입하거나 의류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운동도 슬로 패션에 포함된다. 패션 업계는 달라진 소비자 변화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슬로 푸드도 아니고 슬로 패션?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가 적힌 파타고니아 광고.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가 적힌 파타고니아 광고.

슬로 패션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2007년이다. 케이트 플레처(Kate Fletcher) 영국 칼리지 오브 패션 교수가 환경 저널 에콜로지스트(The Ecologist) 칼럼 제목으로 썼다. 그는 패스트 패션산업을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패션 산업이 공동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데서 슬로 패션이 출발한다고 했다. 

패션 산업은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린피스는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 7000L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산화탄소 32.5㎏도 배출된다. 2018년 7월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한 유엔(UN) 협력’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폐수 배출량 중 패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탄소 배출량은 10%에 달한다. 

의류 폐기물도 문제다. 2000년대 후반 유니클로·자라(ZARA)·H&M 등 스파 브랜드가 세계 패션 시장을 장악했다. 쉽게 산 옷은 쉽게 버려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일일 평균 의류 폐기물량(213.9t)은 2008년(161.5t)과 비교해 32% 증가했다. 

2018년 12월 글로벌 의류 산업 관계자들이 폴란드 카토비체에 모였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날 버버리·아디다스·H&M 등 43개 업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산업 헌장’에 서명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종 목표는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0)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20 패션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 패션’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감염병 전 세계 유행)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은 더 커졌다. 에코 프렌들리 이미지를 선점한 기업은 성장기를 맞았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2011년 11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이 같은 광고를 실었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연중 가장 큰 규모 쇼핑이 이뤄진다. 파타고니아는 소비를 촉진하는 대신 옷을 살 때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적게 사기(buy less)’ 캠페인을 펼쳤지만 파타고니아 옷은 더 팔렸다. 2012년 매출은 5억4300만 달러(약 5900억 원)로 이전 해와 비교해 33% 증가했다. 

재고에 주목한 브랜드도 있다. 코오롱FnC는 2012년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만들었다. 소각 예정인 재고 제품을 해체한 뒤 그 원단으로 옷을 제작한다. 이 브랜드 총괄을 맡은 한경애 코오롱FnC 전무는 “재고를 헐값에 처분하거나 기부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아직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사회 환원 의미가 중요하다. 기업이 팔지 못한 옷을 만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은 일이지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월 브랜드 ‘텐먼스(10MONTH)’를 론칭했다. 말 그대로 1년 중 10개월간 입을 수 있는 옷을 판다는 의미다. 보기에 아름다운 디자인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이 브랜드의 모토다. 텐먼스는 11월 론칭 8개월 만에 목표 매출 4배를 달성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2019년 사내 태스크포스(TF) 브랜드가 출시 한 달 만에 정식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기존 제품은 시즌이 끝나면 재고로 처리되지만 해당 브랜드 옷은 온라인을 통해 계속 판매된다”고 귀띔했다.


방수포 떼다 만든 가방도 다시 중고로

그래도 옷장에 ‘입을 옷’이 없다면 타인 옷장을 보자. 스위스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은 대표적인 업사이클링(up-cycling) 기업이다. 폐기된 트럭 방수포와 자동차 운전벨트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들었다. 블랙 프라이데이였던 11월 27일, 프라이탁은 온라인 숍을 닫았다. 2019년 시작한 가방 교환 온라인 플랫폼 스왑(S.W.A.P·Shopping Without Any Payment)만 운영했다. 자신이 가진 프라이탁 가방 사진을 스왑에 업로드하면 다른 이용자가 가진 가방과 교환할 수 있다. 

미국 온라인 중고의류 유통업체 스레드업(THREDUP)이 발표한 ‘2020 리세일 리포트(resale report·재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중고 시장이 280억 달러(약 30조 원)에서 2024년 640억 달러(69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한국에서는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모바일 플랫폼이 중고 의류 시장을 겨눈다. 

“안 입는 옷은 웬만하면 당근마켓을 통해 팔아요. 돈도 벌고 환경도 생각하니 이득이죠.” 

이지윤(24) 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4월 당근마켓을 통해 착용하지 않는 블라우스티셔츠가방 등 10여 종을 내놨다. 옷은 며칠 만에 다 팔렸다. 옷을 살 때도 당근마켓을 이용한다. 원하는 품목이나 브랜드명을 키워드 알림에 등록하면 동네에서 해당 물건이 올라올 때 알림이 울린다. 이씨는 프라이탁 가방을 기존 판매가의 30% 가격에 동네 주민에게서 구입했다. 번개장터에서 올해 거래된 패션 의류 및 잡화 거래 액수는 4500억 원에 달한다.


MZ세대와 함께 크는 슬로 패션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슬로 패션 움직임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브랜드는 대부분 MZ세대 지지를 받고 있다. 

김보림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는 “기후변화를 저지하려면 시위나 단체 활동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친구가 많다. 옷도 그중 하나다. 친환경 재질로 만든 옷을 사거나 빈티지 제품을 사는 걸 힙(hip)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레드업은 2029년 중고 의류 시장 규모가 패스트 패션 시장의 1.9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패스트 패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재빠르게 반영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생산비 절감으로 가격을 낮춰 시장을 지배했다. 2010년대부터 윤리적 소비가 대두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환경·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ESG(Environment, Social and Coporate Govermance) 투자도 늘고 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기업이 생존하려면 환경·인권 이슈에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 교수의 진단이다. 

“스파 브랜드는 비교적 양질의 옷을 저렴하게 판매해 왔다. 옷이 대량생산되면서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발생했다. 환경에 눈을 뜬 소비자가 먼저 문제의식을 느낀 것이다. 앞으로는 환경뿐 아니라 정당한 노동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이슈도 대두할 것이다. 윤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정무역을 거친 커피를 구입하듯, 의류도 공정무역 마크가 달려 팔릴 것이라 예측한다.”



신동아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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