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한일 갈등·G2 택일 등 난제 수북
이낙연 ‘2단계 접근법’, 원희룡 ‘상호신뢰’ 눈길
정세균 “北美관계 정상화”, 추미애 “공존의 균형”
G2 두고 이재명 “균형자” 윤석열 “한미동맹”
홍준표·유승민, “나토식 핵 공유” 한목소리
北 놓고 與 “교류” 野 “압박”…日과는 공히 “관계 개선”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권주자들은 남북 교류, 평화, 단계론 등의 해법을 공유한다. 크게 보아 문재인 정부의 유산을 계승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8월 22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제재 완화와 단계적 동시행동’ 방안을 구체화해 북한과 미국에 제안하겠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일거에 일괄 타결하는 ‘빅딜’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작다. 비핵화에 대한 합의와 이행을 단계적으로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북미 양국에도 실용적"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5월 17일 ‘바이든 시대 동북아 전망과 한국의 역할’ 학술대회에서 ‘한반도 신평화구상’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1단계로 북한과 잠정 합의를 타결해 핵 활동 동결 및 롤백(해체) 개시에 돌입하고 사찰단 파견·점진적 경제제재 완화를 제공한다. 2단계로는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하는 포괄적 핵 합의 타결을 시도한다. 이 전 대표는 이를 위해 제2의 판문점 선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북핵은 북한 정권과 체제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최후의 의존 수단이므로 북한이 정권과 체제의 안정을 실질적으로 느끼기 전까지 핵을 먼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북·미 간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비핵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슬로건은 ‘신세대 평화론’이다. 그는 “공포의 균형에서 비핵화 평화를 지향하는 공존의 균형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라며 “6자 회담, 북·미 정상회담,남북 정상회담이 당장 큰 성과는 없어 보이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담론으로 내재돼 있다”고 했다. 또 “남북협력 확대,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에 더해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오세아니아 등 다자간 외교를 통해 평화 안전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현 정부의 성과를 부쩍 강조한다. 그는 7월 27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이룬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가장 빛나는 업적이자 공적이다. 평화와 화해의 좁은 문을 여는 데는 온갖 어려움과 시간이 걸리지만 반목과 질시의 큰 문은 단 하루 만에도 열린다”고 썼다.
與 “교류·평화” vs 野 잠룡 “압박·핵 공유”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공세를 폈다. 단, 각 주자의 강조점이 서로 다르다.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비핵화 해법을 밝힌 적은 없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북한 비핵화가 진전돼야 한다”(‘매일경제’, 7월 30일 인터뷰)는 원론적 주장만 있다. 다만 북한에 대한 태도에서는 여권 주자들과 차이점이 또렷하다. 그는 8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선 예비후보 비전발표회에서 “북한에 굴종적인 태도로는 북핵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북핵 협상은 당당한 자세로 임할 것이며, 북의 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연합훈련 실시 등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일에 있어서 북한의 눈치를 보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양면 전술을 제안한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그것이 북한의 개혁개방,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경우 과감히 타협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미국 등 우방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가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착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그와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의원은 7월 10일 페이스북에 “첫째, 남북 세력균형의 지렛대로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 평화를 가져다준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둘째, 미국을 설득해 남북 핵 균형을 위해 나토(NATO)식 핵 공유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썼다. 또 “셋째, 대북정책 원칙으로 남북 상호 불간섭주의를 천명하고 북은 공산주의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로 건전하게 체제 경쟁을 하자고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강력한 한미동맹에 근거한 최대의 대북 압박정책을 통해 북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북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엔 제재·압박을 풀 수 없고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하면 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 역시 “미국 핵전력에 대한 ‘한미 공동자산화’가 중요하다. 한미 간 나토식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해 북핵 대응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접근법은 다소 결이 다르다. 그는 “북한에 무조건 핵을 포기하라고 압박만 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임기 내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성급함을 버리고,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다음 정부는 북핵 동결과 신고를 완료하고, 그다음 정부에서 영변 시설을 해체하는 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의 단계론적 접근과 맞닿은 생각이다.
그러나 여야 공히 비핵화 등 안보 해법을 우선순위에서 미뤄놓은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 탓에 정책의 구체성 역시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민주당에서 외교·안보를 주제로 개최한 방송 토론(7월 11일)을 유심히 봤는데, 안타깝게도 (후보들이 가진) 이해의 수준과 깊이가 굉장히 떨어져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의힘 역시 안보 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 중 하나가 대외정책이다. 야당이 비판만 하지 말고 (문 정부와) 차별화를 보이면서 정책 대안을 내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與 “G2 양자택일할 필요 없다”
2019년 6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8초 악수’를 한 뒤 등을 돌려 이동하고 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이재명 지사는 8월 11일 KBS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에서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가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려면 강력한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을 두고는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역사·정치 문제와 사회·경제 문제는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8월 5일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미·중 간) 신냉전이 오더라도 구냉전과는 다를 것”이라며 “구냉전의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좀 더 유연하고 민첩한 외교를 하면 된다. 기본 전제는 한미동맹”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 미·중 간 경쟁이 격화한다고 전망하면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당선되면 임기 초반 일본을 방문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먼저 양자택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한일 갈등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에 매몰돼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 안타깝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한미·한중 관계는 균형자적 태도와 함께 높아진 국격에 걸맞은 호혜주의·다원주의 외교 병행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본에 대해선 “역사와 영토 문제는 원칙대로 대응하되, 경제·사회·문화 등 민간 분야에서는 교류와 협력의 폭을 넓히는 투 트랙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두관 의원은 8월 15일 페이스북에 “한미동맹은 더욱 발전시키고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썼다. 또 “일본과는 외교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 동북아 평화와 번영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野에선 “선택해야” vs “신중해야”
윤석열 전 총장은 7월 1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의 외교·안보는 공고한 한미동맹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관계는 상수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관계를 변수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한미관계에는 빈틈이 없어야 하고, 그래야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7월 30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는 “(일본과) 교과서·위안부·강제징용·독도 문제는 싸우더라도 기업인이나 의원끼리는 교류해야 한다”고 답했다.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중국은 우리나라 외교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라면서도 “중국에 굴종적 태도를 보이는 현 정부의 외교는 매우 잘못됐다.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중국에 할 말을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한일관계 악화는 양국 정부가 외교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문제는 판결이 확정된 상태로, 판결을 존중한다. 일본 정부와 긴밀한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여야 주자 중 가장 분명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는 8월 12일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은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북·중·러 동맹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한·미·일로 이어지는 자유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동맹, 다자 안보동맹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및 쿼드 플러스 참여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 “북핵 대응을 위해서는 한미일 안보동맹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독도영유권, 한일 위안부 합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역사와 주권의 문제들은 국익과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원희룡 전 지사는 이 문제에서도 야권 주자 중에서는 차별화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 국익과 가치는 미국에 가깝지만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에 관한 중국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부당한 경제재재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신중히 행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에) 역사 문제는 제기하고, 안보·경제협력은 모색하는 투 트랙 접근을 해야 한다.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주자 다수가 G2와의 관계를 놓고 당위론만 언급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냉혹한 국제질서에 대한 언급은 없이 ‘뻔한’ 발언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상모 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전 주니키타 총영사)은 “미·중 사이에서 어설프게 중간 입장을 취하다가는 양쪽 모두에 버림 받는다. 동아시아에서 전략적 요충지에 있는 한국이 중립을 택할 수는 없다”면서 “미·중 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한낱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한쪽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신냉전 상황에서 적어도 70:30 정도의 비율로 한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 우리의 국가 이익은 미국과 협력할 때 훨씬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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