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호

비과세 배당으로 신영증권 원종석 승계 탄력 붙나

[증권 인사이드] 끝나지 않은 신영증권 승계 작업

  • 이승용 시사저널이코노미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입력2025-02-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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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3월 결산부터 자본준비금 감액해 배당금 지급

    • 원 회장 승계 자금 마련에 비과세 배당금 ‘단비’

    • 자사주 활용한 원종석 승계 편법 지원 ‘꼬리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신영증권 빌딩. [신영증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신영증권 빌딩. [신영증권]

    신영증권이 올해부터 자본준비금 감액 배당까지 동원하며 원종석(64) 대표이사 회장의 승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자본준비금 감액 배당은 비과세 배당이라 현금 확보가 필요한 원 회장에게는 단비가 될 수 있다.

    원종석 회장은 2000년부터 신영증권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왔다. 자금 출처는 근로소득과 배당, 성과급으로 받는 자사주 등 다양했다. 하지만 원 회장의 신영증권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98%로 아버지 원국희(92) 명예회장(10.42%)보다 여전히 낮다.

    원종석 회장의 신영증권 승계 과정 또한 자사주 편법 활용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신영증권은 오너 일가의 낮은 지분율을 보호하고 배당금 수령액을 늘리기 위해 회삿돈을 이용해 매년 자사주를 사들였다. 그 결과 발행 주식의 절반 이상이 자사주인 상황에 이르렀다.

    신영증권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원 회장이 내게 될 상속증여세가 늘어난다. 신영증권이 자사주 소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는 배경이다.

    올해 배당은 주당 1094원이 비과세

    신영증권은 요새 보기 드문 3월 결산법인이다. 매년 정기주주총회도 3월이 아닌 6월에 열린다. 국내 증권사 중 3월 결산법인은 신영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두 곳뿐이다.

    신영증권 배당기준일 역시 12월 말이 아니라 3월 말이다. 신영증권은 2023년 6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배당기준일을 이사회가 결의한 날짜로 정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예년처럼 3월 말을 기준으로 보통주 1주당 4500원을 배당했다. 보통주 기준 3년 평균 배당수익률은 6.63%로 신영증권은 대표적 고배당주에 속한다.

    신영증권의 올해 배당은 더욱 매력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증권은 2024년 6월 2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통과시켰다.

    상법에서는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가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면 그 초과 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배당은 법인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이익의 분배가 아닌 출자 자본의 회수와 같은 성격으로 보기에 비과세된다. 신영증권이 감액한 자본준비금은 약 84억2856만 원이고 이는 비과세 배당 대상이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총 361억 원을 현금 배당했다. 신영증권의 올해 배당은 예년과 같은 배당에 비과세 배당 84억여 원이 더해진 형태이거나 아니면 예년과 같은 배당금에 합산돼 84억여 원만큼 비과세 처리되든지 가운데 하나다. 신영증권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 주식 수는 770만2768주이기에 전체 주당 배당금에서 주당 1094원이 비과세될 것으로 계산된다.

    개인투자자는 배당금 중 주당 1094원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15.4%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전액 수령할 수 있다. 해당 금액은 배당과 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 원 이상일 경우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원종석의 상속은 ‘현재 진행형’

    2024년 2월 개최한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원종석 대표이사 회장(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황성엽 대표이사(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장기근속 대표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영증권]

    2024년 2월 개최한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원종석 대표이사 회장(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황성엽 대표이사(뒷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장기근속 대표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영증권]

    신영증권의 비과세 감액 배당 정책을 놓고 원종석 회장의 배당금 실수령액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의도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신영증권의 배당은 원 회장의 회사 승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은 1956년 설립됐는데, 원국희 명예회장이 1971년 서울증권 퇴사 후 서울대 상대 동문 등 7명과 500만 원씩 출자해 마련한 3500만 원으로 신영증권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지분이 나뉘어 있었기에 신영증권 오너 일가 지분율은 처음부터 높지 않았다. 1998년 당시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14.49%였고, 원국희 명예회장의 아들인 원종석 회장의 지분율은 1999년 당시 0.31%(5만402주)에 불과했다.

    원 명예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2007년 코리안리와 상호 백기사 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신영증권이 코리안리 지분을 4.42%, 코리안리가 신영증권 지분 6.55%를 서로 교차 보유하는 방식이었다. 원 회장과 고(故)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은 원주 원씨 종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원 명예회장의 아들인 원종석 회장이 회사 승계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수십 년에 걸쳐 신영증권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는 것이었다. 그는 중앙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1988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이후 경영 수업을 받았고, 2005년에는 사장, 2016년에는 부회장, 2021년에는 회장에 올랐다. 원 회장의 주식매수 자금 출처는 근로소득과 배당이었다. 여기에 매년 성과급으로도 자사주를 꾸준히 받았다. 20년 넘게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원 회장의 지분율은 꾸준히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해 말 기준 원 명예회장이 보유한 신영증권 주식은 171만3810주(10.42%), 원 회장이 보유한 신영증권 주식은 131만1251주(7.98%)다. 원 명예회장은 1933년생으로 여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데 원 회장은 아직도 최대주주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원 회장이 버는 근로소득과 배당금, 자사주 성과급 등은 막대하다. 하지만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배당금과 이자소득이 2000만 원 이상이 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근로소득과 합산된다. 소득세율은 어느 나라나 가파른 누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8800만 원 이상 소득부터 세율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연간 8800만 원 초과 소득에 대해서는 38.5%, 1억5000만 원 초과 소득에 대해서는 41.8%, 3억 원 초과분에는 44%, 5억 원 초과분에는 46.2%, 10억 원 초과분에는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원 회장은 지난해(2023년 4월~2024년 3월) 보수로 19억4100만 원을 받았고, 결산 배당금으로 58억8390만 원을 받았다. 더하면 78억249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세전 금액이다. 원 회장이 받는 실질 수령금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원 회장으로서는 이번 신영증권의 비과세 배당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주당 1094원이 비과세 배당된다고 가정하면 원 회장은 배당금 중 14억3450만 원을 비과세로 수령하게 된다.

    원 회장으로서는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을 미리 준비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향후 원 명예회장 별세로 신영증권 지분이 상속되면 최대 60%에 육박하는 상속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상속세는 상속 개시일 기준 전후 2개월간 총 4개월의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신영증권 주가를 주당 7만5000원을 가정하면 원 명예회장 보유 주식 171만3810주는 1285억 원이고 상속세는 770억 원에 달한다.

    원 회장이 근로소득 및 배당에 대한 세금을 다 내고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는 모습은 국내 재벌들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 등을 선택한 것과 대비돼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영증권의 자사주 매입 논란은 이 같은 평가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회삿돈으로 꾸준히 자사주 매입

    신영증권은 수십 년 동안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신영증권 오너 일가는 경영권 방어와 최소한의 자금으로 승계를 하기 위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영증권 발행주식 1644만 주 가운데 자사주는 무려 873만7232주로 53.15%에 달한다. 유통 주식 수는 전체 발행주식 수의 46.85%인 770만2768주에 그친다.

    의결권은 자사주를 제외하고 산정한 지분율만큼 인정된다. 결과적으로 자사주 비중이 높을수록 신영증권 오너 일가는 소수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실제로 신영증권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0.40%에 그친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자사주 비중 때문에 이들의 실질 의결권은 43.5%에 달한다.

    배당금 역시 전체 배당금에서 자사주를 제외하고 배당된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비중이 높기에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 대비 배당금 수령액이 훨씬 많다. 이는 지난해 4월 7일자로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고 상장폐지된 우선주에서 한층 극명했다.

    신영증권은 보통주 자사주도 많이 매입했지만 우선주의 경우 극단적으로 매입했다. 그 결과 2024년 3월 말에는 발행 우선주 700만5468주 가운데 자사주가 526만2283주로 무려 75.1%에 달했다. 신영증권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은 전체 우선주 가운데 단 10.81%인 75만7523주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사주가 75.1%에 달했기에 이들은 전체 우선주 배당금의 43.5%를 받을 수 있었다.

    신영증권 우선주는 회사가 지나치게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거래량이 극도로 줄어들었고, 2023년 7월 1일 거래량 부족을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월평균 거래량이 1만 주 미만이면 거래량 요건 미달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결국 신영증권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2023년 12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우선주의 보통주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신영증권 우선주는 2024년 4월 7일자로 전량 보통주로 전환됐다. 당시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량 전환되면서 원 명예회장의 보통주 지분율은 16.15%에서 10.42%로, 원 회장 지분율은 10.66%에서 7.93%로 낮아졌다. 하지만 신영증권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기 직전 보통주도 전체 발행주식 수 943만4532주 가운데 자사주가 338만8637주로 무려 35.9%에 달했다.

    신영증권은 우선주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했지만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 수의 절반을 넘었다. 신영증권 오너 일가는 소수 지분으로 실질 지분율 및 배당금을 늘리는 효과를 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신영증권의 이 같은 행태를 놓고 개인 명의 자금이 아니라 회삿돈으로 오너 일가의 의결권 및 배당금을 확대하는 효과를 추구했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자사주 추가 매입을 통한 신영증권 오너 일가의 실질 지배력 확대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신영증권 자사주는 2024년 3월 말 865만920주에서 2024년 9월 말 873만7232주로 8만6312주가 늘어났다. 다른 상장사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신영증권은 아무런 공지 없이 매년 꾸준하고 조용하게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신영증권 주주들은 사업보고서나 반기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살펴봐야지만 자사주 매입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은 신영증권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전체 발행주식 수의 절반이 넘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신영증권 주가가 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자사주를 소각해 신영증권 주가가 급등하면 원 회장이 신영증권 주식을 장내 매수하거나 원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 증여받을 때 낼 세금 등 오너 일가의 자금 부담이 늘어난다. 이를 근거로 시장에서는 신영증권의 자사주 소각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 시선이 우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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