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호

‘따로 또 같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뒷얘기

“망연자실 2002년보다 힘든 상황… 이명박 자충수가 유일한 카드”

  • 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입력2007-10-09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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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느리도 모르는’ 경선 결과 … 최대 변수는 모바일 투표
    • “2:8 가르마 유시민은 홍준표+이경규 같다”
    • 부산·경남 이해찬, 광주·전남 정동영, 서울·경기 손학규 우세
    • “동교동에서 손(孫) 뗀 것 아니냐…, DJ 복심은 ‘되는 쪽이 내 편’”
    • 통합신당 목표 “10월 중순까지 지지율 45%(한나라) 대 20%(통합신당)”
    • “盧는 48주 지고 2주 이겨 당선…후보 확정 뒤 2개월도 너무 길다”
    ‘따로 또 같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뒷얘기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이해찬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부터).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이 9월15일 제주·울산에서 깃발을 올렸다. 전국순회방식의 이번 경선은 매주 토, 일요일 8회에 걸쳐 치러지며 10월14일 서울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후보자 지명대회는 10월15일 열린다. 1차 분기점은 9월15일 제주·울산 경선이지만 추석 후에 벌어지는 9월29일의 광주·전남, 9월30일의 부산·경남 경선도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非盧와 親盧, 反盧와 脫盧 사이

    통합신당은 경선을 치르면서 경선 세부규칙을 제정, 개정하고 있어 좋게 표현하면 ‘박진감 넘치는 경선’, 나쁘게 표현하면 ‘날림 경선’ 소리를 듣는다. 룰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 심판진(선거인단) 역시 후보자측에서 이런저런 편법으로 동원할 수 있어 누가 마지막에 대통령후보로 선출될지는 그야말로 ‘며느리도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경선 막바지에 시작되는 모바일 투표(휴대전화로 선거에 참여하는 것)는 경선판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극적인 효과 역시 배가될 것이다.

    당초 통합신당의 대선 예비후보 경선 구도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비노(非盧)그룹과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친노(親盧)그룹 등 큰 틀에서 2등분돼 있었다. 이중 친노 주자들은 일찍이 이해찬·한명숙 후보의 1차 단일화에 이어 늦어도 추석 전까지는 2차 단일화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9월14일 이해찬·한명숙 두 후보가 이해찬 후보로 단일화한 데 이어 다음날, 유시민 전 장관이 제주·울산경선 결과 발표 직후 ‘경선 포기, 이해찬 후보 지지’ 선언을 함에 따라 통합신당 경선은 3파전 양상을 갖추었다.

    이해찬·한명숙 후보 단일화 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8~9%, 정동영 후보는 5~6%의 지지율을 보이고, 유시민·한명숙·이해찬 후보는 2~3%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친노 주자가 단일화한 이상 3인의 지지율 격차가 지금보다 좁혀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비노 주자 중에는 손 후보가 반노(反盧)에 좀더 가깝다. 정 후보도 대북정책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결별’에 가까울 만큼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친노 중에서는 이 후보만 ‘친노 근본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유 후보와 한 후보는 나름의 방식으로 ‘탈(脫)노무현’ 몸부림을 쳤는데, 특히 유시민 후보의 파격에 가까운 변신이 한동안 여의도 정가에서 화제였다.

    유 전 장관은 후보직 사퇴 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너무 연관시키지 말아달라. ‘노의 남자’ ‘사실상의 경호실장’이란 말도 이제는 사양이다. 이제 ‘주식회사 유시민’이 펼치는 정치만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한때 ‘독극물’이라고 비판해 마지않던 ‘동아일보’ 등에 대해 “일부 언론도 금도를 넘었지만 나도 막나갔다. 소통이 안 되면 결국 내가 제일 손해다. 앞으로는 좀더 여유 있게 언론매체를 대할까 한다”고 말하며 특유의 적대적 언론관을 바꿨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유 의원이 독설가의 이미지를 벗고, 미소를 가득 머금은 능글맞은(?) 인상을 트레이드마크로 부각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화제였다. 자세 좋은 공무원을 연상시키는 ‘2대 8 가르마’, 정중해 보이는 금테 안경을 끼고,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의 웃음 공세를 취하는 그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홍준표(국회의원)와 이경규(개그맨)를 섞어놓은 것 같다”고 평했다.

    선거인단을 잡아라

    ‘따로 또 같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뒷얘기

    친노진영의 계획대로 이해찬·한명숙 단일화가 먼저 이뤄진 데 이어 유시민 후보도 단일화에 합류했다.

    이미 예비경선(컷오프) 때부터 ‘유령 선거인단’ ‘대리접수’ ‘동원선거’ 논란이 불거졌을 정도로, 이번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은 오프라인 선거인단을 각 후보측에서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경선은 오프라인 선거인단의 투표에다 9월17일부터 별도로 모집하는 모바일 선거인단의 모바일 투표, 그리고 일반인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모바일 투표와 여론조사는 경선 막바지에 실시되는데, 아무래도 막판으로 갈수록 유권자들이 ‘대세’를 따르는 경향을 감안하면, 큰 판세는 오프라인 선거인단의 ‘표심’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과 모바일 투표는 등가(等價)로 합산하는데, 당에서는 오프라인 유권자는 250만명, 온라인 유권자는 70만명 정도를 목표치로 하고 있고, 여론조사는 온·오프라인 투표의 10%로만 반영하므로 오프라인 선거인단의 수는 객관적으로도 중요하다. 오프라인 선거인단을 67만명 정도 모았던 8월27일까지의 지역별 선거인단 비율을 보면, 서울에 이어 전북(14.6%)이 가장 높았다. 전북의 전국 인구 대비 비율 3.8%를 감안하면 4배 가까이 높은 수치. 예전 열린우리당의 최대 주주로 여전히 신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동영 후보측 입김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 비율로 선거인단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동원 선거 대리접수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그동안 ‘발톱’을 드러내지 않던 다른 후보들도 ‘지분’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인단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초반 분위기를 끌고 갈 수 있는 첫날(9월15일) 경선이 치러지는 제주·울산에는 대부분의 후보가 열심히 자기 사람을 심어놨다.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의 성지(聖地)와도 같은 상징성을 지닌 광주·전남(9월29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만 정동영 후보가 최근의 조직 작업에 힘입어 근소하게 리드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학규 후보는 경선 막판에 포진해 있는 경기 지역 압승을 목표로 조직을 가동 중이라는 후문이다. 또 9월30일의 부산·경남 경선에선 노무현 정부의 386 측근 세(勢) 불리기 작업이 한창인 이해찬 후보가 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친노 단일화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유시민 전 장관은 떨떠름한 쪽이었다. 이해찬 후보는 다소 어정쩡하지만 “빨리 내 쪽으로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사인을 보내왔다. 유 전 장관은 후보 시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단일화를 하러 나온 것이 아니다. 5월말 내각에서 나왔을 때는 출마에 ‘출’자도 꺼내지 않은 사람에게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하지 말라느니, 불출마 선언을 하라느니 흔들었다. 이제 와서는 내 모습을 제대로 꺼내 보이기도 전에 단일화 먼저 하라고 한다”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친노 진영에서 한 후보와 이 후보 단일화를 먼저 하고, 유시민 후보와는 추석 전에 단일화한다는 ‘2단계 단일화’안을 추진해온 것도 유시민 후보측의 강경 노선 때문이었다.

    “인생도 선거도 마음대로 안 된다”

    유 후보 캠프에선 당초 첫 경선지인 제주에 선거인단을 대거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의 부인이 제주 토박이로 지역 조직 작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는데, 현지 출신 인사에 대해 뚜렷한 선호도를 보이는 제주 특유의 ‘괸당’ 정서를 감안할 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유 후보는 첫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우리의 소망과 희망은 뜨겁고 높았으나 현실 장벽은 우리 힘으로 건너뛰기 너무 어려웠다”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경선 완주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던 그이지만, 막상 개표 방송을 지켜보니 후보직을 유지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결과가 좀더 좋을 줄 알았다.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더 볼 것이 뭐가 있나. 인생도 선거도 마음대로 안 된다.”

    유 후보는 이날 총 유효투표수 1만5659표 중 2890표(18.5%)를 얻는 데 그쳤다. 1위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33.6%)이 차지했고, 손학규 후보(26.1%), 이해찬 후보(21.7%)가 뒤를 이었다.

    유 후보측은 당초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주에서 1위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 후보측 관계자는 “선거전술적 측면에서 봐도 유 후보의 ‘정치적 스승’인 이 후보가 기존의 예상을 깨고 단일화 후보로 유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게 극적 효과가 크지 않겠나”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고, 유 전 장관은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지 한달이 채 안돼 결국 스승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해찬 후보측 한병도 의원은 “컷오프에서 탈락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진영이 캠프에 합류해 큰 힘이 되고 있다. 김 전 장관측이 부산, 울산, 경남 선거인단에 심어놓은 친노 개혁성향 표가 곧 우리 쪽으로 흡수되면 단일화 전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직을 사퇴해야 할 만큼 위협적인 ‘네거티브 한 방’은 아니지만 통합신당 경선주자 모두 큰 약점을 한 가지씩 지닌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점들은 TV토론을 거치면서 일반 유권자에게도 점점 각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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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신당의 선거전략통인 김한길 의원과 정대철 전 의원은 이번 대선이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킬레스건은 없나

    손학규 후보의 약점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한나라당 탈당 경력이다. 감성적인 유권자 정서상 “한나라당에서 14년 동안 누릴 영화는 다 누리더니…” 하는 식의 비판 논리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대선 4개월 뒤에 있을 총선을 생각하는 통합신당의 현역 국회의원들은 ‘손학규 당 대표’ 구도로 이른바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정체성을 갖춘 정당을 만들어 한나라당과 대적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이다.

    정동영 후보는 ‘콘텐츠 부족’ ‘여전히 TV 앵커’라는 꼬리표가 해결되지 않은 눈치다. ‘개성공단 후보 대 청계천 후보’ 식의 그럴듯한 대결구도를 만들어 보지만, 같은 편이랄 수 있는 유시민 후보조차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이미 설계가 다 끝난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고작 자기 순서에 실행만 한 것도 업적이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유 후보는 TV토론에서 틈날 때마다 “정동영 후보는 지난 5년 동안 선거운동해서 고작 지지율 5%다. 50% 만들려면 50년 걸릴 것”이라면서 정 후보의 표정을 구겨놓기도 했다.

    이해찬 후보는 ‘버럭 해찬’ ‘갈매기 눈썹’이라는 인터넷 공간 속 별칭답게 차갑고 독설적이면서 포용과는 거리가 먼 듯한 편협한 이미지가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때문인지 6월19일 출마선언 후 3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지지율은 3% 언저리에서 정체상태다. 국가 운영에 관한 큰 그림보다는 숫자가 많이 들어간 세부 정책을 세일즈하는 데 능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기대수준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든 후보에게 공히 적용되는 것이지만 정책공약으로 차별화할 만한 상품이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좋건 싫건 ‘대운하’처럼 유권자에게 회자되는 키워드가 없다는 얘기다. 후보들은 대체로 10월 남북정상회담 무드에 편승하기 위해 ‘대동강의 기적’ ‘북한 종단 고속도로 건설’ ‘제2의 개성공단 20개 추가 건설’ 등의 대북 경제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규모로만 보면 ‘대운하’ 몇 배의 토목공사 프로젝트라서 아무리 한반도 평화체제를 염두에 둔 공약이라 해도 대놓고 선전만 하기엔 다소 허황돼 보이는 측면이 있다.

    경선 구도 형성에 있어 김대중, 노무현 두 전·현직 대통령의 복심(腹心)이 얼마나 더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겉으로 보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더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 같지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자다. 손학규 후보가 범여권으로 묶이는 데 불편한 심경이 있긴 하지만,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선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노심(盧心)과 김심(金心)의 향배

    DJ는 어떨까. 동교동 정서 판독에 나름 일가견이 있는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DJ는 현실주의자다. 2002년 경선 때도 애초에는 동교동 인사들이 모두 DJ의 뜻을 받들어 이인제 의원을 밀었지만, 광주 경선이 끝나고 당시 노무현 의원이 판세를 정리하자 그쪽으로 서둘러 손을 들어준 바 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동교동 멤버들이 티 나지 않게 분산돼 유력후보들을 돕겠지만 DJ는 결국 ‘되는 쪽이 내 편’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월 동교동의 ‘막내’로 불리는 설훈 전 의원이 손학규 후보 경선캠프의 상황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권노갑 의원 보좌관 출신의 김동철 의원이 일찌감치 손 후보 특보자리를 맡은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DJ가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이 여파로 호남 쪽에서 손 후보 지지도가 소폭 상승하기도 했으나 최근의 분위기는 약간 다르다. “동교동에서 손(孫)을 뗀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정동영 후보 측에는 1997년 DJ의 대선 기획을 맡고 2006년 보궐선거에서 김홍업 의원을 도운 전 스포츠서울21 사장 윤흥렬씨 등이 캠프의 핵심 포스트로 영입되면서 이 같은 관측에 신빙성을 더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중 견제를 받는 것도 손 후보에겐 골칫거리다. 얼마 전 손 후보가 직접 “청와대 고위인사가 부산·경남 조직작업에 임하고 있는 우리 캠프 측 활동가에게 전화를 걸어 활동을 만류했는데, 이는 명백한 경선개입”이라며 청와대에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며칠 뒤 이 인사는 문재인 비서실장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청와대는 “사적인 통화도 못하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후보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이 8월말 전격적으로 사표를 던지고 이 후보 캠프에 몸을 담게 된 것을 비롯, 전직 장·차관들과 참여정부평가포럼 인사들이 대거 이 후보의 지방조직 구축에 발 벗고 나선 것이 ‘노심(盧心)의 거취’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안희정씨는 참여정부평가포럼 공개 행사장에서 “이해찬 후보 중심으로 뭉치자”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기도 했다. 특히 선거인단 투표라면 기존 친노 조직이 위력을 발휘할 공산이 더 크다. 컷오프에서 탈락한 또 한 명의 친노 주자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이해찬 후보 선거캠프 합류도 예사롭지 않다.

    캐스팅보트는 모바일?

    통합신당은 경선에서 오프라인 선거인단 모집이 최종 마감된 이후인 10월4일부터 14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모바일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투표는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진행되며, 국민경선위원회는 대리투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사전예고 없이 유권자가 불시에 전화를 받도록 했다. 투표 도중 ARS 안내에 따라 3차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며, 3차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으면 ‘투표 불참’으로 처리된다.

    네 차례의 투표 가운데 1∼3회 분은 최종 투표일에 개표되고, 4회분은 10월15일 당선자 지명대회 때 전날의 서울 경선 결과와 합산, 발표된다. 경선위는 대리투표 가능성을 막기 위해 네 차례로 분산돼 실시되는 구체적 투표일자를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한편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명부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병문 국민경선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선거인단이 원하는 시간에 휴대전화로 접속해 투표하는 상향식이 아니라 콜센터에서 사전 고지 없이 선거인단에 전화를 거는 방식이어서 공개투표 가능성이 없고, 타인의 휴대전화를 장기간 소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리 투표, 공개 투표 논란을 불식시켰다. 지 위원장은 또 “모바일 투표 신청시 기존 오프라인 선거인단 명단 데이터베이스와의 중복 여부를 자동으로 체크하는 시스템을 적용, 이중 투표 가능성도 막았다”고 덧붙였다.

    후보 단일화해도 걱정

    그러나 선거전이 박빙으로 치닫고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 전개되면 국민경선위원회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체육관에 나갈 필요 없이 집 안에서 뒹굴다 휴대전화로 ‘한 표’만 행사하면 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 동원 투표’ 개연성도 거론된다. 한 명이라도 ‘동원 선거인단’이 확인되면 문제의 소지가 크다. 후보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겠다고 버틸 경우 경선 판 자체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측은 이번 경선의 흥행효과를 최대한 높여 누가 후보가 되건 ‘45대 20’(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율 45%, 신당 후보 지지율 20%)이라는 1차 구도를 10월 중순까지 만드는 게 목표다. 산술적으로 단일화 전 5인의 신당 후보 지지율을 합하면 17~18%가 나오지만, 한 명으로 후보가 확정됐을 때 지지자가 모두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는데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15% 고지 정복도 쉽지는 않다는 게 범여권 전략통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난 김한길 의원은 “솔직히 지금 상황이 망연자실 그 자체였던 2002년보다 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때도 추석 전에 우리 편인 노무현 후보가 15%에 못 미친 것,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40%대였던 상황은 지금과 비슷하다. 하지만 부동층이 많았고 정몽준 후보도 30% 지지율을 얻고 있었다는 게 지금과 다르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때는 단일화를 통해 확실하게 우리 편이 살찔 수 있는 요인(정몽준 당시 후보를 지칭)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기 힘들다.”

    자체 경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이건, ‘제3지대’에서 기회를 엿보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건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폭발력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한길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단일화 전략 등을 입안, 지휘한 바 있다. 그는 올초부터 늘 강조하던 ‘추석 밥상 결정론’이 현실화하지 못한 것도 통합신당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느 정도는 판세 윤곽이 나와야 추석 연휴에 식구들끼리 모여 ‘확실한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이것이 민심의 쏠림현상을 불러와 단박에 지지율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소중한 모멘텀이 된다는 게 ‘추석 밥상 결정론’의 요체다. 하지만 통합신당의 기대와 달리 추석 연휴 때까지는 변양균 전 대통령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부적절한 관계’ 비호 등 노무현 정부의 ‘헛발질’이 세간의 화제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네거티브 한 방’ 기다려?

    김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선거개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노무현 대통령을 거론하며 “누가 신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대선 이후,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은 정치세력이 총선에서 일정 정도 의석을 확보해 계속해서 ‘노무현 정치’의 맥을 이어가는 게 진짜 목표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처럼 통합신당 경선후보들이 현 정부와 전략적 차별화를 꾀하는 정도에도 청와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개입 수위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통합신당의 대선후보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선거대책위원장’ 1순위로 꼽히는 정대철 전 의원의 지적은 김 의원의 분석보다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정 전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현 신당의 창당준비위 당시 이름)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최대한 열린우리당을 나중에, 여러 단계에 거쳐 데려오자고 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국민이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솔직히 누가 후보가 되든 당선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매우 낮다. 우리 처지에서 바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는 이명박 후보 쪽의 예기치 못한 자충수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도곡동 땅 차명계좌 의혹, BBK 연루 의혹 등 ‘도덕성 검증’의 과정에서 치명적 상처를 입고 자멸하지 않는 한 맞서 싸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통합신당에서는 아직도 ‘1년 48주를 지다가 마지막 2주를 이겨 최종 승자가 된’ 노무현 신화가 회자된다. 통합신당의 후보가 확정되는 10월15일부터 12월19일까지 2개월은 너무도 긴 시간이라는 호언(豪言), 과거야 어쨌든 결국 대선은 49대 51이 겨루는 ‘2% 싸움’이라는 전망도 드물지만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7월 중순, 통합신당의 우상호 의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후보 말이야, 우리가 보니까 최대치 대비해서 두 달 동안 18%나 빠졌더라고. 저 정도만 흔들어도 저렇게 빠지는데 본선 가면 어떻겠어?”

    18%라는 건 다분히 자의적인 수치 해석이지만 객관적으로도 이명박 후보가 경선 레이스 중 한때 박근혜 후보측의 각종 의혹 제기에 밀려 30%대 중후반까지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네거티브 한 방’이 본선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그래서 여전히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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