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이해찬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부터).
非盧와 親盧, 反盧와 脫盧 사이
통합신당은 경선을 치르면서 경선 세부규칙을 제정, 개정하고 있어 좋게 표현하면 ‘박진감 넘치는 경선’, 나쁘게 표현하면 ‘날림 경선’ 소리를 듣는다. 룰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 심판진(선거인단) 역시 후보자측에서 이런저런 편법으로 동원할 수 있어 누가 마지막에 대통령후보로 선출될지는 그야말로 ‘며느리도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경선 막바지에 시작되는 모바일 투표(휴대전화로 선거에 참여하는 것)는 경선판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극적인 효과 역시 배가될 것이다.
당초 통합신당의 대선 예비후보 경선 구도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비노(非盧)그룹과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친노(親盧)그룹 등 큰 틀에서 2등분돼 있었다. 이중 친노 주자들은 일찍이 이해찬·한명숙 후보의 1차 단일화에 이어 늦어도 추석 전까지는 2차 단일화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9월14일 이해찬·한명숙 두 후보가 이해찬 후보로 단일화한 데 이어 다음날, 유시민 전 장관이 제주·울산경선 결과 발표 직후 ‘경선 포기, 이해찬 후보 지지’ 선언을 함에 따라 통합신당 경선은 3파전 양상을 갖추었다.
이해찬·한명숙 후보 단일화 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8~9%, 정동영 후보는 5~6%의 지지율을 보이고, 유시민·한명숙·이해찬 후보는 2~3%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친노 주자가 단일화한 이상 3인의 지지율 격차가 지금보다 좁혀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비노 주자 중에는 손 후보가 반노(反盧)에 좀더 가깝다. 정 후보도 대북정책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결별’에 가까울 만큼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친노 중에서는 이 후보만 ‘친노 근본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유 후보와 한 후보는 나름의 방식으로 ‘탈(脫)노무현’ 몸부림을 쳤는데, 특히 유시민 후보의 파격에 가까운 변신이 한동안 여의도 정가에서 화제였다.
유 전 장관은 후보직 사퇴 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너무 연관시키지 말아달라. ‘노의 남자’ ‘사실상의 경호실장’이란 말도 이제는 사양이다. 이제 ‘주식회사 유시민’이 펼치는 정치만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한때 ‘독극물’이라고 비판해 마지않던 ‘동아일보’ 등에 대해 “일부 언론도 금도를 넘었지만 나도 막나갔다. 소통이 안 되면 결국 내가 제일 손해다. 앞으로는 좀더 여유 있게 언론매체를 대할까 한다”고 말하며 특유의 적대적 언론관을 바꿨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유 의원이 독설가의 이미지를 벗고, 미소를 가득 머금은 능글맞은(?) 인상을 트레이드마크로 부각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화제였다. 자세 좋은 공무원을 연상시키는 ‘2대 8 가르마’, 정중해 보이는 금테 안경을 끼고,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의 웃음 공세를 취하는 그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홍준표(국회의원)와 이경규(개그맨)를 섞어놓은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