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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미군기지 이전 ‘Y작전’ 비화

합참, ‘무장병력 투입 및 진압’ 건의했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평택 미군기지 이전 ‘Y작전’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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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에 철조망을 쳐라”
  • 합참의장 “총기 휴대하되 실탄은 별도 보관하겠다”
  • 국방장관 “총기도 통합 보관하라”
  • 최종 결정 “총기 갖고 가지 말고 체육복 차림으로”
  • 임시국회 국방개혁법 통과 의식해 병력투입 늦춰
평택 미군기지 이전 ‘Y작전’ 비화

2006년 5월5일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 철조망을 넘어간 농민 시위대가 죽봉 등으로 군인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지난해 5월4일 오전 6시. 경기도 평택 평야에 군 병력 3000여 명이 나타났다. 군이 민간에 출동한 것은 1980년 5·18 이후 처음이었다. 국방부가 사들인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 농민들이 ‘불법’으로 영농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군인들은 100여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3개 코스를 통해 오전 6시~6시30분 팽성읍 일대에 도착했다. 그에 앞서 오전 4시30분쯤 경찰 1만3000여 명이 대추리로 진입해 농민 시위대를 몰아냈다. 시위대와 경찰 100여 명이 부상당할 만큼 큰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가 경찰과 싸우는 동안 군인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헬기 15대에서 투하된 철조망과 지주용 철봉으로 미군기지 부지 942만여m2(285만평)를 둘러싸는 철조망을 설치, 오후 8시경 작업을 끝냈다. 작전 성공이었다. 작전명은 ‘Y-지원계획’(이하 Y작전). ‘Y’는 미군기지가 들어서 있는 ‘용산’의 영어 표기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이날 군인들은 주황색 체육복 차림의 비무장 상태였다. 경계를 맡은 일부 병력이 얼룩무늬 군복을 입었을 뿐이다. 그나마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농민과 충돌하지 않겠다는 군 당국의 ‘평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봐줄 만했다.

‘합참이 큰일 날 짓 하고 있다’



그런데 애초엔 군 당국이 ‘병력 무장’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취재 결과 밝혀졌다. 관련자들의 증언과 자료에 따르면 군령권(군 작전지휘권)을 가진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무장 병력을 출동시켜 농민들을 진압한다는 작전을 세웠다는 것. 이 같은 작전 내용은 국방부의 반대에 부딪혀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희 합참의장이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Y작전을 보고한 것은 지난해 4월 하순. 국방부측에서 황규식 차관, 김영룡(현 국방차관) 혁신기획본부장, 안정훈 대변인 등이, 합참측에서는 김태영(현 육군 1군사령관) 작전본부장 등이 배석했다.

군이 Y작전을 수립한 것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군은,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며 이전 부지에 볍씨를 뿌리는 등 농사를 짓는 주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3월15일과 4월7일 두 차례에 걸쳐 군은 용역 직원들을 동원해 영농 차단 작전을 벌였으나 농민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용역직원들이 굴착기, 불도저, 레미콘 차량 등을 이용해 농수로를 폐쇄하고 파종한 논을 갈아엎으면 농민들이 밤새 원상태로 되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상희 합참의장이 작전병력, 진입경로 등이 적힌 작전요도를 펼치며 윤 장관에게 보고한 Y작전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 첫째, 평택에 무장한 병력을 투입한다. 둘째, 방어선을 넘어오면 진압한다. 이 의장이 설명한 ‘무장’은 총기를 휴대하게 하되 실탄은 개별 지급하지 않고 별도로 보관한다는 의미였다.

이 자리에서 이 의장은 “○○분자들을 제압하고…” 등의 표현을 사용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살벌한 분위기였다”며 “그냥 ‘시위대’라고 해도 될 텐데 그런 과격한 용어를 사용해 놀랐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합참의 작전계획은 전반적으로 ‘진압’에 방점을 둔 것이었다고 한다.

이에 윤 장관은 “총기도 통합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총을 가져가되, 필요할 경우 지휘관이 일괄 지급하라는 의미였다. 무장해서 출동할 경우 현장 상황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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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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