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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품 복원하는 첨단기술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7-10-04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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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서울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교과서에서나 보았던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등 16~18세기 바로크 미술 거장들의 명작 64점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럽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집품들로 한국에는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수백년 전 그림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데는 수복사(修復士)의 역할이 크다. 수복사는 훼손된 고미술품을 원본과 같은 상태로 복원하는 사람이다. 시간여행을 하는 소녀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도 수복사가 나온다. 미술품을 빈에서 서울로 옮겨올 때도 수복사의 공이 컸다. 수복사는 운송하기 전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온도와 습도를 점검하는 기계를 다는 것은 물론 포장과 운송 환경까지 확인한다. 이번 전시회에도 작품을 전시하던 중 작은 액자 조각 하나가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수복사가 조각을 찾은 뒤 원래 상태로 복원했다고 한다.

    수복사는 미술품을 복원하기 위해 종종 첨단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대표적인 예가 엑스선이다. 엑스선은 문화재의 구조와 현 상태를 진단하는 데 많이 쓰인다. 우리 몸의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을 때 엑스선 촬영을 하는 것처럼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문화재의 내부 상태와 미세 구조를 엑스선 촬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20세기 초 호주의 유명한 풍경화가인 아서 스트리턴의 대표작 ‘봄’의 경우 지난 6월 복원 과정에서 엑스선 촬영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그림 밑에 나체의 젊은 여인 모습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를 3차원 레이저 카메라와 적외선으로 분석한 결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모나리자가 입은 옷이 검은 옷이 아니라 얇은 망사로 만든 속이 비치는 옷인데, 이는 그림을 그릴 당시 모나리자가 출산 직후였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산소 원자(O)가 미술 작품을 구한 경우도 있다. 2001년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은 화재로 그을린 19세기 유화 2점을 어떻게 복원할까 고민하다 항공우주국(NASA)에 도움을 청했다. 당시 NASA는 우주선 표면을 손상시키는 산소 원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림 위에 묻은 그을음은 탄화수소다. 탄화수소 중 탄소가 산소 원자와 만나면 이산화탄소(CO2)나 일산화탄소(CO)로 변하고, 수소는 물(H2O)로 변한다. 즉 그을음에 산소 원자를 쐬면 그을음은 일산화탄소나 이산화탄소, 그리고 수증기가 돼 증발한다. 미술관은 이 방법으로 유화 2점을 무사히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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