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호

‘科敎興國’ 60년… ‘과기인력 4만배 증가’의 상전벽해

  • 홍순도 중국전문작가, 전 문화일보 베이징 특파원 mhhong1@hanmail.net

    입력2007-10-04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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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낡은 관념에서 깨어난 지 불과 한 세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700명에 불과하던 중국의 과학기술인력은 3000만명을 넘어섰다. 우주선 발사와 게놈 프로젝트, 슈퍼 컴퓨터 자체개발 같은 독보적 성과의 바탕에는 모든 인재를 이공계로 쏟아 붓다시피 해온 교육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科敎興國’ 60년… ‘과기인력 4만배 증가’의  상전벽해

    오전 8시부터 시작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자전거로 등교하는 칭화대 학생들.

    중국 경제는 질적인 면만 보자면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를 겨우 넘는 개발도상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평균적인 중국인 개개인의 경제력은 일부 동남아 국가들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언뜻 보면 상당수의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해야 지극히 정상이고, 실제로도 문맹자만 1억1600만명, 하루 1달러 이하 생활자가 5000만명에 달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중국은 당장 국가 전체적으로는 과학교육의 진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형편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지구촌에서 다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 전체가 과학교육의 진흥에 매진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특히 미래 차세대 첨단 과학, 기술 분야 교육의 진흥을 위해서는 거의 사활을 거는 형국이다.

    중국의 이러한 노력은 과교흥국(科敎興國), 즉 ‘과학교육으로 국가를 발전시키자’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1949년 11월1일 부총리급 부서인 중국과학원을 설립할 때부터 이어져온 이러한 분위기는 1964년 핵무기 개발에서부터 최근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 6호의 발사 성공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성과는 통계숫자로도 나타난다. 2006년까지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와 EI(엔지니어색인), ISTP(과학기술협의록색인)에 수록된 중국 과학기술자들의 논문이 20만편을 넘는다. 현재 수준을 유지해도 2010년에는 30만편 정도는 가볍게 넘어설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중국 과학기술계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주요 논문 비중이 10%를 넘게 된다.

    973 프로젝트와 훠쥐(火炬) 프로젝트



    중국 특유의 과학교육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전 국가적으로 정착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각종 시스템 마련과 대대적인 관련 투자에 힘입은 바가 크다. 과교흥국을 그저 말로만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선 1993년 제정, 발표된 ‘과학기술촉진법’을 보자. 과학기술 발전의 목표와 역할, 재원조달 방안, 과학기술 장려제도 등을 전반적으로 규정한 이 법률은 과학기술 교육과 관련한 기본 법전이라 할 수 있다.

    1995년 제시된 과교흥국을 위한 기본 전략 목표는 ‘과학기술이 최고의 생산력을 가능케 하는 만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통해 국가의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학기술촉진법’이 과학교육 진흥을 위한 하드웨어였다면 ‘과교흥국의 전략적 목표’는 국가 번영을 지향하는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1998년 나란히 시작된 ‘973 프로젝트’와 ‘훠쥐(火炬) 프로젝트’, 2002년 제정된 ‘과학기술보급법’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세기의 주요 프로젝트였던 ‘863공정’과 ‘싱훠(星火) 프로젝트’가 몇 단계 업그레이된 형태로, 과학기술 진흥과 교육의 실시방안 및 전략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당근’도 엄청나다. 1999년부터 ‘국가 최고과학기술상’ ‘국가 자연과학상’ ‘국가 기술발명상’ 등이 잇따라 제정돼 과학교육에 헌신한 대학교수 등의 인사들을 선정, 시상한다. 평균 100만위안(한화 1억2000만원) 안팎의 엄청난 상금에 명예도 대단해서 내로라하는 과학기술계 인사라면 누구나 은근히 수상을 기대하곤 한다.

    중국의 MIT라 하는 칭화(淸華)대학이 실시하는 쌍백(雙百)계획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성과를 낼 만한 뛰어난 교수 100명에게 매년 100만위안의 연봉을 주는 프로젝트다. 당국에서 소요자금의 상당부분을 간접적으로 분담하는 것이 특징. 이미 오래전에 100명이 다 채워져 2010년까지 추가로 100명을 더 충원하는 계획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대뿐 아니라 지방대에도 최소한 각 성과 시의 2~3개 대학에 유사한 혜택이 주어진다. 이는 국무원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필두로 하는 중국 과학교육 당국이 각 성과 시에 특성화 과학 분야의 대학을 일찍부터 설립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베이징의 항쿵항톈(航空航天)대학과 유뎬(郵電)대학, 과학기술대학,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하이양(海洋)대학, 상하이의 자오퉁(交通)대학, 산시(陝西)성 시안의 자오퉁대학 등이 특성화 과학 대학에 속한다. 이들 대학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당국의 전폭적 지지 아래 발전을 거듭해 적어도 관련 분야에서만큼은 칭화대에 뒤지지 않는 역량과 성과를 과시할 정도로 성장했다.

    샤오반(校辦) 기업의 신화

    ‘科敎興國’ 60년… ‘과기인력 4만배 증가’의  상전벽해

    중국 안후이성 우후의 청소년 과학기술 교육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에 따라 로봇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중국 과학교육의 대표주자는 칭화대학이다. 2006년에만 200여 차례의 과학기술분야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 칭화대학은 이를 통해 외국 기업이나 대학 등과 맺는 엄청난 규모의 과학기술협력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2007년의 경우 약 7억위안(84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해 상당부분을 이미 집행했다. 협력 기업으로는 삼성과 LG를 포함해 도시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도요타 등 세계적 다국적기업이 망라되어 있다. 2010년이면 10년 동안의 누적분이 최소 50억위안(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칭화대가 정부의 지원하에 추진한 샤오반(校辦) 기업, 즉 학내 기업의 창업도 괄목할 만하다.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돼 창업한 칭화쯔광(紫光), 칭화퉁팡(同方) 같은 기업들이 이미 전국 100대 IT기업에 진입했고, 지금 추세대로라면 두 회사는 수년 내에 전국 기업순위 100위권에 당당히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칭화대 내에서는 현재 100개 가까운 샤오반 기업이 영업활동을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전자조판기술로 세계를 이미 석권했다는 평가를 듣는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의 베이징대학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양새. 칭화퉁팡 리젠항(李健航) 사장의 말이다.

    “샤오반 기업의 성공은 중국 과학교육의 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 마련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지난 수십년 간의 노력이 맺은 결정체다. 샤오반 기업은 앞으로 더 무서운 속도로 출현해 중국 과학기술업계의 핵심세력이 될 것이다.”

    과학교육 진흥을 위한 중국 당국의 투자는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각급 학교 과학기술 교육에만 전체 과학기술 예산의 30%인 750억위안(9조원)이 투입됐거나 투입될 예정으로 있으며, 늦어도 2009년경에 1000억위안(1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교육 예산에 포함되지 않는 인민해방군의 관련 예산까지 더할 경우 규모는 최소한 1500억위안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구이(海龜)의 귀환

    과학교육 진흥에 매진해온 중국의 노력은 먼저 인력양성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1949년 10월1일 중국이 오성홍기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내걸고 공식적으로 건국을 선포했을 때 보유하고 있던 과학기술 인력의 수치는 불과 700명. 당시 인구 5억에 비춰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수치였다. 고급 인재들이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을 피해 홍콩이나 대만 등으로 빠져나간 결과였다. 바늘과 가위를 만들 기술자조차 귀하다는 한탄이 마오쩌둥(毛澤東)을 비롯한 당 원로들 사이에 은밀하게 오갔다.

    그러나 지금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과학기술계 인력이 당시의 4만배가 넘는 3000만여 명을 넘어섰다. 당장 세계 수준에서 통할 수 있는 석·박사급 인력만 110만명에 이른다는 게 중국 과학당국의 공식통계다. 특히 이들 인력 중에는 해외유학 경험을 가진 우수 과학기술계 인력인 이른바 하이구이(海歸)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하다. 전국적으로 최소한 20만명 전후일 것으로 추산되는 하이구이는 2010년까지는 30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모두 석사나 박사후과정을 미국 실리콘밸리나 유럽의 IT 본산지 기업에서 보낸 현장인력이다.

    바다를 헤엄쳐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海龜(바다거북)’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자녀교육, 취업, 개인 창업 등 다양한 이유로 귀국한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이 분야 인력을 금싸라기처럼 여기는 중국 당국의 눈물겨운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상당수가 정부 당국이나 학교의 적극적 지원으로 유학을 마친 인력이라는 사실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모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데다 ‘은혜’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귀국을 망설일 수 없는 것이다. 미 CIA(중앙정보국)가 중국으로 가서는 안 되는 핵심인력 리스트에 올려놓았다는 리카이푸(李開復·47) 구글차이나 사장이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박차고 나와 모국으로 귀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원래 중국은 지난 수천년 동안 직업의 사회적 신분을 규정한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지배하는 나라였다. 글을 읽는 선비에 비해 과학기술자는 신분이 미천해서 상업을 생업으로 하는 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설사 관리가 된다 해도 승진에 한계가 있어 사회의 주류세력으로 활동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사농공상, 근공검학, 흑묘백묘

    이런 상황은 청나라 후기로 오면서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건륭(乾隆)을 비롯한 황제들이 주로 과학기술에 기초한 화려하고 신기한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눈이 뜨인 것이다. 이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이르는 청대 말기에 절정을 이룬다. 양무(洋務)운동, 무술변법(戊戌變法) 등의 개혁조치는 서양의 과학기술 도입과 교육의 필요성을 최우선으로 부르짖었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외국 과학기술을 직접 체득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해외로 유학을 떠났다. 20세기 전반기를 살던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이른바 ‘근공검학(勤工儉學·외국에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 특히 프랑스가 각광을 받았음)’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러한 현상은 유물사관을 핵심으로 하는 공산주의 체제의 건국과 어우러지면서 더욱 탄력을 받는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우선하는 국가에서 과학은 국가이념과 매우 잘 어우러지는 테마였다. 이 분위기는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훌륭한 고양이”라는 말로 유명한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등장한 다음부터는 아예 신앙처럼 굳어지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사회의 과학기술 중시 분위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상급학교 진학을 원하는 고등학생의 경우 과학기술 계통의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비율이 인문계나 예체능계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성적이 안 좋은 일부 학생들은 대학의 수준을 낮춰 지원하거나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대도시 학교를 마다하고 지방행도 서슴지 않을 정도다. 베이징 시내 한 고교에 다니는 쑨수광(孫署光) 군은 내년에 대학에 진학할 예정인데 다음과 같이 과학기술학과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솔직히 나는 공부를 그다지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자공학 분야의 학과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과학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 기초를 잘 살리면 공부가 적성에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성적이 안 되면 벽촌의 대학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학부모들 생각 역시 다르지 않아 자녀들이 가능하면 인문계보다는 이공계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이 칭화대학이나 이와 비슷한 수준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내심 목표로 삼기도 한다. 대학입학 적령기의 자녀를 둔 베이징 런민(人民)대학 마샹우(馬相武)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솔직히 나는 인문학 쪽에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고 본다. 정답은 과학기술이다. 이 분야로 자녀가 진로를 정하면 일단 안심이 되고, 진로도 다양하다. 각종 장학금이나 해외유학의 문호도 넓다. 승부가 쉽게 나지 않는 인문학 쪽에서 하나뿐인 자녀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고교 교사들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학생들의 진학 문제를 고민한다. 우수한 인재를 가능하면 과학기술 계열의 학과로 진학하게 유도하는 식이다. 징산(景山)중학, 제4중학, 제80중학 같은 베이징의 명문고등학교 교사들은 더욱 그렇다. 우수학생을 과학기술 계열의 학교에 많이 보낼수록 명문이라는 성가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 교사 쑨훙투(孫宏圖)씨는 다음과 같은 고충을 털어놓는다.

    “과학기술 분야 학과가 잘돼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국가의 생각은 올바르다고 판단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1: 2의 비율로 인문계보다 이공계에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인문계 성향 학생까지 과학기술 분야를 지원하도록 은근히 압력을 넣는 학교나 교육당국의 처사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월반(越班)이 ‘차오창(超常)’이라는 이름의 제도로 공식화돼 있는 것 역시 과학교육 중시 풍조와 관련이 깊다.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영재로 인정해 1~2년 월반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들이 중학과 고교시절 각각 1년 과정을 건너뛰어 16세에 상하이 자오퉁대학에 진학했다는 왕(王)모씨의 경험담은 교육당국의 과학기술 중시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믿음을 대변한다.

    “우리 아들의 경우 중고등학교 때 전체적인 성적은 최상위권이 아니었다. 그러나 수학과 물리, 화학은 언제나 또래 중 최고였다. 학교에서 자연 월반을 권했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대학에서 적응도 잘하고 최우등 실력을 보이고 있다. 월반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살하는 학생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중국의 과학교육에도 어두운 면이 있다. 현실을 언뜻 들여다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과교흥국이라는 모토가 현실 지상주의적이지 않으냐는 지적이 우선 뼈아프다. 돈만 밝히는 천민자본주의와 다를 게 없다는 항변이 제기되는 것. 베이징대학 철학과 왕웨이(王·#54285;) 교수는 다음과 같이 한탄한다.

    “어느 국가에나 과학기술은 중요하고 과학교육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너무 과학기술만 강조하다 보니 인문학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경향이 없지 않다. 학생들은 취직도 잘 안될 뿐 아니라 돈벌이와는 무관한 철학과 같은 곳에는 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은 건전한 인문학의 토대 위에서 마련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너무 아쉽다.”

    요즘 들어서는 미국의 과학기술계에서도 인문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으로 공인될 논문이 조만간 30만편을 돌파할 예정이라는 외형과 달리 질적인 부분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평균적으로 국제 수준에 올라왔다고 하기 어려운 현실에 내색하기 곤란한 고민이 있는 것이다. 베이징 유뎬대학의 장웨이(張偉) 교수는 “이를테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잡지에 기고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에 의해 인용되는 중국 과학자 논문은 전체의 1%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 인력이 감당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 역시 교육당국이나 각급 학교의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굳이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이,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의 젊은 학자들이나 학생들이 과중한 연구나 공부에 매달리다 매년 꼭 한두 명씩 자살하는 경우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 과학교육의 미래는 밝다. 국가와 각급 학교에서 커리큘럼을 계속 보강해 나가는 것만 해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중국대륙 전체에는 46만여 개의 초등학교와 10만여 개의 중·고등학교, 1400여 개의 대학이 있다. 재학생은 각각 1억2000만명, 1억명, 120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들은 헌법에 따라 9년간 기본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외국보다 1~2년 앞서는 교과 수준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의무도 갖는다. 과교흥국과 과학기술촉진법 및 보급법이 규정한 원칙하에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기 위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의 과학교육을 철저하게 이수해야 한다. 이들 과목의 교육수준은 국제평균보다 최소한 1~2년 앞선다. 초등학교에서는 방정식, 중학교에서는 미적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마스터해야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상급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더 강도 높은 교육을 받는다. 대부분 방과 후 따로 능력별, 수준별 교육에 참여한다. 교육당국에서 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의 중학교 이상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실시된다. 학생의 월반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과학영재 교육과정은 전국 31개 각 성시 교육당국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으나 일부 명문 학교들은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과학기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칭화대 건축학부 학생은 입학 직후부터 거의 연일 계속되는 시험에 쫓겨 언제 모든 과정을 마쳤는지도 모르고 졸업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건축학부를 비롯한 일부 학과가 5년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학생 출신으로 건축학과를 졸업한 대우자동차판매 중국법인의 좌용재(37)씨는 “칭화대의 교과과정은 ‘살인적’이라는 말이 딱 맞다. 5년 동안 일요일과 방학을 거의 모르고 지냈다. 그래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졸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한 만족감을 가졌을 정도”라며 빡빡하고 수준 높은 커리큘럼에 혀를 내둘렀다.

    이는 중국 과학의 미래를 낙관하게 만드는 또 한 가지 요소인 기초과학에서의 든든한 성과로 이어진다. 수학과 물리, 화학은 최근 각종 올림피아드에서 중국이 상위권을 휩쓸 정도로 유난히 강하다. 칭화대학 상위 10%의 기초과학 실력은 미국의 하버드, 예일, MIT 같은 대학의 최우등 학생들과 비교해도 나을 것이라는 칭화대학 창업연구소 부주임 마쥔(馬軍) 박사의 자신감 넘치는 주장은 그래서 신빙성 있게 들린다.

    중국은 조만간 유인 우주선 선저우 7호를 발사할 예정이며, 2017년에는 달 탐사에 도전하는 상아(嫦娥) 프로젝트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계획을 자체 기술과 인력만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분자컴퓨터와 CPU, 슈퍼컴퓨터 등의 자체 개발 능력 확보, 동물복제 기술 및 인간 게놈 연구 수준의 진일보 등은 중국이 머지않은 장래에 G7 국가에 필적하거나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성과들이다.

    2020년 세계과학기술 ‘빅3’

    ‘科敎興國’ 60년… ‘과기인력 4만배 증가’의  상전벽해
    홍순도

    1958년 경남 진양 출생

    경희대 사학과 졸업, 독일 보쿰대 석사(중국 정치경제)

    매일경제신문 기자, 문화일보 기자·베이징 특파원

    現 중국전문작가, 번역가

    1997년 관훈클럽 국제보도부문상, 2004년 한국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 제8회 ‘대한언론인상’


    산업 방면에서는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중관춘(中關村) 같은 IT단지를 전국에 최소 100곳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을 확정해 추진 중이다. 다국적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는 상하이 푸둥(浦東)의 장장(張江) 첨단기술단지가 그 모델이다. 샤오반에 대한 기대 역시 간단치 않아서, 2010년까지 1000개 대학에 총 3만개의 학내 기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최소한 이 중 1%는 샤오반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칭화쯔광, 칭화퉁팡, 베이다팡정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든다는 기본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야심찬 계획과 프로젝트들이 성공할 경우 중국은 오는 2020년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른 국가의 도움이 필요 없는 독보적인 개발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과 러시아에 필적하는 세계 과학기술계의 ‘빅3’로 떠오른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너스레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 원동력이 과학교육에 올인하는 중국 정부의 과감한 정책과 투자에 있다는 사실은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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