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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은 하나다?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과학과 예술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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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은 하나다?

청소년들이 2009년 8월 뮤지컬교육을 받은 뒤 공연하고 있다.

아직까지 반증 사례가 제시되지 않으므로 모든 문화는 이야기하기, 음악, 춤 같은 예술을 지닌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니다. 즉 예술은 문화의 산물이 아니다. 예술이 문화의 산물이라면 세상에는 예술이 없는 문화도 얼마든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예술은 언어나 도구 사용과 마찬가지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발전시키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일 가능성이 높다. 문화권마다 언어가 다르듯, 예술의 형식도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이런 견해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뉴질랜드의 예술사학자 데니스 더튼이다. 그는 예술을 경험하고 창작하려는 욕구가 왜 본능이 되었는지 탐구한다. 진화론적 관점에 따르면 어떤 행위가 우리의 본능이라면 그것은 그 행위가 인류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을 주는 것이 된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 뇌의 회로에 반복하도록 새겨진다는 의미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욕지기가 일어나고 토하는 것은 본능이다. 무언가가 썩는 냄새가 날 때 인상을 찌푸리고 피하는 것도 본능이다. 그런 행동을 드러내지 않은 인류의 조상은 아마 식중독이나 감염으로 일찍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그런 행동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지닌 조상은 살아남아 번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은 인류의 생존과 번식에 어떤 기여를 했을까? 더튼은 예술의 중요한 특징은 ‘상상 경험’이라고 말한다. 즉 실제로 위험을 무릅쓰고 무언가를 하는 대신 상상을 통해 그것을 경험하는 형식이다. 이는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 호랑이 같은 맹수와 맞서 싸워 이러저러하게 이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에서 그 상황을 떠올린다면, 직접 호랑이와 싸우지 않고서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마음은 그런 상상을 통해 살아가면서 겪을 문제를 여러 맥락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추측할 수도 있다. 그런 상상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조상은 그렇지 못한 조상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번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모닥불가에 둘러앉아 나누는 생생한 이야기, 의례 춤, 동굴 벽화 등의 예술은 그런 상상 경험이 발전된 형태일 것이다. 문자가 등장하면서 문학과 연극이 나오고 악기는 상상을 더욱 정교화한다. 컴퓨터 그래픽의 등장으로 터무니없을 정도로 기이한 상상의 세계까지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는 도정일 교수와 대화한 내용을 담은 책 ‘대담’에서 인간이 예술행위를 왜 하는지가 진화심리학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하면서도, 성(性) 선택이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차원을 넘어 원시인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 같은 복잡한 그림을 그리거나 부족의 옛 전설이나 무용담을 열정적으로 떠들어대는 짓을 해왔다. 그런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면 휴식을 취하거나 사냥을 할 힘을 비축하는 데 장애가 된다. 자연선택은 지극히 경제적이다. 낭비하는 자, 덜 효율적인 생활 방식을 택하는 자는 여지없이 솎아낸다. 그런데 비생산적인 일에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예술가가 어떻게 인류 역사에서 계속 살아남아 번성했을까?

예술은 여성을 끌어당긴다

성 선택이 그 대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선택의 사례로 흔히 드는 것이 공작의 꼬리다. 공작 수컷의 꼬리는 펼치면 화려하고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인간의 눈에도 그렇지만 공작 암컷의 눈에도 그렇다. 그러나 그 꼬리는 거추장스럽다. 그것을 끌고 다니거나 펼치고 있다가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자연선택이 작용한다면 길고 화려한 꼬리를 지닌 공작의 조상은 사라지고 짧은 꼬리를 지닌 조상만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이유는 암컷이 그런 꼬리를 지닌 수컷을 짝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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