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기름내가 입맛을 돋우는 장어는 가을철 먹기 좋은 보양음식이다. [GettyImage]
장어 맛 살려주는 간편 손질법
오랜 친구의 부모님이 경남 밀양에서 민물장어 가게를 하신다. 동네 맛집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관광객이 줄고, 택배 문의가 늘었다. 이에 온라인스토어를 열기로 결심하시고, 경험 삼아 알음알음 판매를 시작하셨다. 친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소식을 보고 덜컥 장어를 주문하고 말았다.단단하게 여민 스티로폼 박스를 열어보니 진공 포장된 두툼한 장어, 친구 엄마가 손수 만든 양념장, 시중에 판매하는 매운맛 양념장, 곱게 썬 생강채, 장아찌 두 종류가 그득 들어 있다. 장어 살집이 아주 두툼하며 하얗고 깨끗하다. 보통 1kg짜리 장어를 손질하면 살이 650~750g 정도 나온다. 두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장어는 손질하기가 쉽지 않다. 미끈거리는 몸통은 아주 굵고 길며 둥글둥글해 손으로 쥐기도 어렵다. 칼을 넣어 일직선으로 배어내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장어를 반으로 갈라 내장과 뼈를 떠낼 때 잘못하면 피가 살집에 번진다. 장어 피에는 독 성분이 있다. 민물장어는 보통 바싹 가열해 먹으므로 위험할 일은 없다. 하지만 피가 살집에 묻으면 잡냄새가 밸 수 있다. 피를 닦아 내겠다고 장어를 물에 헹구면 다른 종류의 좋지 않은 냄새가 배어난다. 그러니 장어를 잡을 때 깔끔하게 손질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집에 온 장어는 찰지고 깨끗했다. 그래도 할 일은 있다. 장어 등쪽(껍질)을 보면 미끈하고 허연 점액질 같은 게 있다. 이걸 칼로 살살 긁어내거나 키친타월로 가볍게 닦아낸다. 살집 부분도 칼로 긁거나 키친타월을 덮어 꾹 눌러 닦는다. 이렇게 하면 혹시 묻어 있을지 모르는 피나 이물질 등을 한 번 더 제거할 수 있어 장어의 오롯한 맛이 더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살집 가장자리를 손으로 만져보며 잔가시나 딱딱한 부분을 가위로 잘라낸다. 이후 껍질 부분에 칼집을 듬성듬성 내면 구울 때 오그라들지 않아 편하다.
기름진 장어와 아삭 향긋 생강의 천생 조합
장어는 편마늘, 잘게 썬 고추, 깻잎 등과도 잘 어울리지만 최상의 조합을 이루는 향채는 역시 생강이다. [GettyImage]
장어 양면이 제법 단단해졌다 싶으면 양념장을 바르기 시작한다. 너무 일찍 바르면 타고, 늦게 바르면 간이 덜 밴다. 약한 불에서 구우며 부지런히 덧바른다. 양념 색이 잘 배면 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조각조각 뒤집으며 여러 면을 골고루 구워 완성한다.
장어를 직접 잡지는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 부엌에 서서 소금, 간장, 매운맛 양념 3종 구이를 완성했다. 긴장한 탓에 등골에 땀이 송송 났다.
이제 도톰하고 부드러운 장어구이에 생강채를 몇 개 올려 먹어본다. 기름진 살코기와 아삭하고 향긋한 생강이 어우러져 고소하고 산뜻한 맛이 난다. 생강은 식중독을 예방하고 장어의 비린 맛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맛의 궁합이 기가 막힌다. 편마늘, 잘게 썬 고추, 깻잎, 당귀, 셀러리 잎 등도 장어구이와 곁들여 먹어봤다. 그렇지만 어느 것도 생강같지는 않다. 생강은 장어 살집에 싹 스몄다가 다시 아삭함과 향긋함으로 되살아난다. 김밥에 단무지처럼, 장어와 날생강은 천생 조합이다.
푹 고은 장어탕, 아작아작 장어뼈
장어머리와 뼈를 푹 고아 만든 장어탕.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쇼핑몰 가운데는 싱싱한 손질 장어 외에 초벌구이한 장어를 파는 곳도 있다. 장어가 크면 살이 두툼해 굽는 데 오래 걸린다. 잘못하면 단단해지기도 한다. 장어가 작으면 살이 부드럽지만 구웠을 때 부피가 꽤 줄어든다. 어떤 장어가 내 손에 올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고소한 기름내로 입맛을 돋우고, 촘촘한 결의 부드러운 살집이 우리 몸에 맛좋은 기운을 채우는 건 매한가지다.
#장어레시피 #장어손질법 #장어구이 #장어탕 #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