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이재명 구단주 성남FC는 이기려는 생각 없던 구단

감독대행의 대행도 등장, 피해는 팬·선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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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2-10-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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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컵 우승 명장 김학범, 정진상이 잘랐다?

    • 대책 없는 해임 탓 시즌 사령탑 3명

    • 축구 경력 한 줄 없는 대표 선임

    • 성적은 바닥인데 일부 경영진 성과금

    2015년 4월 성남시청 2층 시장 집무실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알파돔시티와 5억 원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성남FC]

    2015년 4월 성남시청 2층 시장 집무실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알파돔시티와 5억 원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성남FC]

    “한 시즌에도 몇 번씩 감독을 바꾸는데 성적이 나올 리가 있나.”

    축구계 관계자가 2016년의 성남FC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 성남시가 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성남FC 후원금을 받고 일부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퍼지자 성남FC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성남시가 2013년 10월 성남FC의 전신인 성남 일화를 인수한 것 자체가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시즌, 세 감독

    성남FC가 불필요한 인사를 반복하면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으며 일각에서는 성남시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구단을 이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성남시의 입맛에 맞지 않는 감독과 코치진을 내쫓고, 축구와 무관한 경력을 가진 대표를 앉혀 구단을 좌우했다는 비판도 있다.

    성남FC를 둘러싼 갈등의 시작은 2016년 시즌이 끝나고부터였다. 당시 성남FC의 문제는 성적 부진이었다. 2014년 성남FC는 FA컵 우승컵을 들었고, 2015년은 5위로 리그를 마무리했다. 그 뒤로 거짓말처럼 부진의 늪에 빠졌다. 2016년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2부 리그로 강등됐다. 이듬해인 2017년도 2부를 벗어나지 못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당시 성남FC 부진의 이유를 잦은 사령탑 교체에서 찾는다. 성남FC는 FA컵 우승의 주역인 김학범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했다. 코치진도 김 전 감독과 함께 성남FC를 떠났다. 물론 성남FC의 성적이 나빴으니 경질은 납득할 만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문제는 성남FC가 김 감독 경질 후 대안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독과 코치진이 팀을 떠나자 성남FC는 유소년 지도자들을 성남FC로 불러들였다. 구상범 당시 풍생고 감독이 2016년 9월 성남FC 감독대행을 맡았고, 변성환 성남FC U-15팀 감독은 하룻밤 사이에 성인팀 코치가 됐다.

    “정진상이 구단 실세” 공공연한 소문

    축구계 관계자는 “연령별 국가대표를 제외한 유소년팀은 성적보다는 선수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며 “프로리그와는 결이 다른 환경에서 선수를 육성하던 이를 사령탑에 앉히고 성과를 내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성남FC의 성적은 더 나빠져 2016년 11월 리그 11위가 됐다. 이에 구 감독대행이 사퇴하면서 변성환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강원FC와 승강전을 벌였다. 결과는 패배였다. 성남FC는 2부 리그로 강등됐다.

    대책 없는 경질의 배후에는 정진상 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성남시 관계자는 “정 실장이 사실상 구단주 역할을 했다”며 “정 실장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감독이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구단주인 성남시가 성남FC 승리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수사기관도 정 실장이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다고 보고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10월 4일 2015년 성남FC 대표를 지낸 곽선우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정 실장이 성남FC와 관련해 보낸 e메일 내역을 확인했다. 해당 메일에는 정 실장이 곽 변호사에게 성남FC에 관해 지시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2016~2018년 성남FC 대표를 맡았던 이석훈 전 대표는 10월 1일 페이스북에 “정 실장이 구단주 역할을 한 적은 없고, 창단 초기부터 구단은 주체적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공공배달 앱 ‘배달특급’의 운영사다.

    방송사 출신 축구단 대표

    이 전 대표는 2014년 성남FC 마케팅부장을 맡으며 성남FC와 연을 맺었다. ‘신동아’는 이 전 대표가 성남FC에 입사를 지원할 때 작성한 이력서를 입수했다. 이력서를 보면 성남FC 입사 이전까지 이 전 대표는 축구와 무관한 일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와 프로덕션 경력을 갖고 있었으나 입사 후 1년여 만에 마케팅부장으로 승진, 2016년에는 성남FC 대표가 됐다.

    그가 성남FC 대표가 된 시점과 성남FC의 성적이 나빠진 시점은 공교롭게 겹친다. 그래서일까. 당시 성남시의회에서는 이 전 대표에게 성남FC의 낮은 성적을 책임지고 사임하라는 주장이 종종 있었다. 2016년 12월 행정교육체육위원회 회의에서 시의원들은 이 대표를 면전에 두고 사퇴를 종용했다. 다음은 당시 회의록 내용이다.

    이덕수 위원장 : 책임지고 사퇴하셔야 돼요. 다른 구단에서도 (낮은 성적을 책임지고 대표가 사임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인 것 같습니다.

    이석훈 성남FC 대표 : 위원장님, 성적에 대한 책임은 사장이 다 지지는 않습니다. 원래 감독이나 선수들이 지는 것이지요.

    이덕수 위원장 : 그래서 감독들도 이번에 다 물러난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

    이석훈 성남FC 대표 : 예, 맞습니다.

    이덕수 위원장 : 그럼 구단을 전반적으로 운영을 했던,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셔야 되는 거예요.

    이석훈 성남FC 대표 :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2017년 4월 19일 행정교육체육위원회 회의에서는 이승연 당시 성남시의원이 이 전 대표에게 “강등되기 전보다 구단 연봉이 낮아진 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돈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운영의 문제 아니에요? 의회가 계속 대안을 제시했죠. 책임지고 사퇴할 사람 분명히 있다. 전문 운영진에게 제대로 맡겨라”면서 이 전 대표의 사퇴를 종용했다.

    이 전 대표는 2017년에도 사퇴하지 않았다. 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줄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시즌이 끝나고 난 뒤인 2018년 3월에야 구단을 떠났다. 당시 성남FC가 1부 리그 승격에 실패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진 사임했다.

    신동아는 당시 상황을 듣기 위해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이 전 대표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2군 강등에도 성과금은 지급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재임 말기 2017년 12월 한 성남FC 내부 직원이 조직의 문제점을 보고서로 작성해 소수의 성남시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 보고서로 인해 성남FC 의혹이 불거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최근 수사기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성남FC의 성적 부진 이유를 △경영진 전문성 부재 △과도한 외부 인사 개입 △과도한 정치적 행보 △방만한 예산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성남시의회 행정체육교육위원회 일원이던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신동아와 통화하면서 “성남FC는 후원금은 물론 시에서 주는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도 의회에 알리지 않았다”며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는 동안에도 일부 경영진은 스폰서 유치, 시즌권 판매 등을 이유로 고액의 성과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검찰은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성과금 지급에 관여했다는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1월 성과금 운영 계획을 만들면서 성과금 지급 심사위원장을 성남FC 대표에서 성남시 국장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는 것. 이 대표 측은 성남FC 성과금 지급 심사위원장을 성남시 국장으로 바꾼 것은 “심사위원장을 구단 외부인으로 바꿔 심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신동아 11월호 표지.

    신동아 11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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