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호

시마당

시인의 선물

  • 입력2019-07-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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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 게 이것밖에 없어요.
    길거리에서 그는 빈손을 내민다.
    나는 그의 빈손을 받아간다.
    빈손을 파지처럼 구겨서 주머니에 넣는다.
    주머니 속에 시인의 주먹이 공처럼 불룩하다.
    그의 빈손은 곧 빈 코트에 내리꽂힐지도 모른다.
    그의 빈손은 곧 빈 코트에 나를 내리꽂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전에 주머니에서 무심히 툭 떨어져 코트 밖으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친구, 나의 그 빈손만은 부디 잡아주면 좋겠어.
    보잘것없지만 그건 내 선물이잖아.
    물론, 나는 기꺼이 떨어진 그의 손을 다시 잡는다.
    그 순간, 그의 손이 나를 꽉 움켜잡아 순식간에 제 주머니에 욱여넣는다.
    시인의 주머니 속은 역시 밤이다.
    시인의 주머니에 오늘밤은 나로 가득하다.
    줄 게 이것밖에 없군요.
    시인은 나를 꺼내 네게 내민다.
    너는 시인이 내민 빈손을 받자마자
    전단지처럼 구겨버리며 바삐 계단을 내려간다.

    김중일(金重一)

    ● 1977년 서울 출생
    ●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 ‘가슴에서 사슴까지’ 출간
    ● 제30회 신동엽문학상, 제3회 김구용시문학상, 제19회 지훈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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