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서가에 꽂힌 한 권의 책

규칙 없음

“자유가 너희를 성공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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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10-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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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RHK, 468쪽, 2만5000원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RHK, 468쪽, 2만5000원

    넷플릭스는 미국 근로자에게 꿈의 직장이다. 2018년 미국 기술직 근로자가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 ‘직원이 행복한 기업 2위’에 올랐다. 통상 좋은 직장이라면 높은 연봉과 확실한 휴식 시간을 보장한다. 넷플릭스는 두 조건 중 ‘높은 연봉’만 준다. 넷플릭스 직원은 업계 최고 수준 연봉을 받지만 정해진 휴식 시간은 없다. 휴가 규정도 없다. 식사 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에 몰두하는 직원이 많다. 

    가히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도 넷플릭스가 인기 있는 일자리가 된 비결은 자유와 보상이다. 넷플릭스 임직원은 각자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상사에게 자기 결정을 보고할 필요도 없다. 결과만 회사 전체와 공유하면 된다.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해도 성과급은 따로 없다. 대신 매해 동일 분야 최고 수준의 연봉을 보장한다. 넷플릭스에 남는 것 자체가 성과급인 셈이다. 

    자유가 큰 만큼 책임도 크다. 넷플릭스는 경쟁업체에 빼앗겨도 아쉬울 것 없는 직원이라면 망설임 없이 해고한다. 이는 말단 직원부터 대표까지 모두에게 차별 없이 적용하는 원칙이다. 책의 저자이자 넷플릭스 창업주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임직원이 모여 자유롭고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이라 설명한다. 

    넷플릭스는 혁신으로 성공한 대표적 기업이다. 1997년 창업 당시 DVD 대여 업체였지만 시장 변화를 읽고 2007년 온라인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로 업종 전환했다. DVD 대여업 경쟁자이던 ‘블록버스터’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의 주류가 되자 폐업 수순을 밟았다. 반면 넷플릭스는 빠른 업종 전환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2013년부터는 콘텐츠 개발에도 직접 손을 대기 시작해 ‘하우스 오브 카드’ ‘로마’ 등 흥행작을 대거 내놓은 종합 콘텐츠 업체로 성장했다. 2020년 시가총액 1873억 달러로, 글로벌 콘텐츠 업계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다. 

    저자는 혁신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오류 방지를 위한 정확한 절차나 규칙보다 창의성과 민첩한 변화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고 수준의 대우로 인재를 모으고 불필요한 규칙을 전부 없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자연히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관리자가 사업의 세세한 분야까지 확인해야 제품과 서비스가 나아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리드는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CEO나 고위 임원이 사업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욱 좋아진다는 낭설이다. 사람들은 애플의 아이폰이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성에 찰 때까지 모든 부분에 시시콜콜 개입한 덕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잘못 알려진 이야기다.”(238쪽)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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