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패션브랜드 ‘솔리드옴므’의 디자이너이자 대표인 우영미씨는 그 이름처럼 한순간도 ‘솔리드’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옛 동지는 간 데 없는’ 패션계에서 ‘솔리드옴므’를 국내 매출 1위의 남성 캐릭터 패션브랜드로 키웠고, 10월23일 론칭 20주년을 기념하는 패션쇼를 열어 패션 관계자들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니, 얼굴에 미소나 홍조라도 띨 법한데 말이다. 유연하고도 단단한 그의 태도는 타고난 듯했다. 브랜드 이름도 작업실에서 미친 듯이 일을 하다 고개를 드니 무늬 없는 솔리드 옷감만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난 참 솔리드하구나’ 하며 지은 것이라 했다.
한국에서 그가 패션쇼를 연 것은 6년 만이다. 파리 컬렉션 진출 이후 현지 쇼에만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의 서울쇼에는 차승원 오지호 등 당대의 남성 셀레브리티들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 르몽드 기자 등을 포함해 무려 2800명의 관객이 몰렸다. 그의 존재감을 실감하게 한 자리였다. 그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파리 컬렉션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6년엔 파리의 멋쟁이들이 모이는 마레 지구에 독립 부티크를 열어 남성복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 디자이너로는 유일한 행보다.

디자이너 우영미의 사무실. 장식품 없이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그런 방이다.
요란하게 해외 컬렉션을 시도한 뒤 어떤 소식도 전하지 못한 다른 디자이너와는 달리 그는 파리에서 경쟁력 있는 옷들을 꾸준히 선보였고, 독립법인을 설립해 마케팅을 했다. 그 결과 ‘우영미’는 유럽에서도 ‘감수성이 탁월한 남자들이 입는 옷’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이 우영미는 파리에 ‘메종’(본거지, 근거라는 뜻에서 쓴다)을 둔 디자이너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도 아시아라면 일본, 디자이너라면 남성(십중팔구 게이)에 대해 대단한 환상을 가진 세계 패션계에서 한국브랜드, 그것도 남성복을 만드는 여성 디자이너라서 남몰래 눈물 흘리는 밤을 보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오히려 그들은 아시아에서 온 한국 여자가 남자 옷을 참 잘 만든다고 말해요. 옷에만 집중하면 돼요. 단, 패션은 커머셜(상업적)한 코드예요. 그게 파리 남자들과 맞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