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역시 한국 대통령은 고생이 많으시구나 느끼고 있다”

사쿠라이 노리오 日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본 윤석열 1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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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3-04-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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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국 정부 비판하고자 日 방문한 韓 야당 의원들 보니…

    • 日에서는 尹 대통령 결단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

    • 尹은 소통하려 하나 참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듯

    • 日 정부는 신중하지만 기시다는 尹에 기대 커

    사쿠라이 노리오 산케이 서울지국장이 본 '윤석열 1년'



    2016년 가을, 서울지국 특파원으로 첫 부임하는 그에게 회사는 “천천히 일해도 된다”라고 했다. 낯선 취재 환경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적응하라는 회사의 배려로 이해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갔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다.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촛불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주말에도 현장을 누벼야 하는 월화수목금금금 업무 패턴이 몇 달째 계속됐다. 그해 12월 현직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됐고, 이듬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 검찰에 구속되는 것도 지켜봤다. 하루가 멀다 하게 핫한 뉴스가 넘쳐 나는 한국에서 지내며 “천천히 일하라”는 얘기가 실은 반어법이었다는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왔다. 한국에 온 지 반년 만에 그는 왜 한국을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하는지 실감했다. 그는 2020년 가을 일본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그를 일본에 복귀시키는 대신 지국장으로 승진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다. 한국에서 4년 더 연장 근무하게 된 그는 올해 2월 서울외신기자클럽 임원 선거에서 제2부회장에 선출됐다. 한국과의 인연은 1990년대 중반, 홍콩대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름방학을 활용해 한국에 어학연수를 왔다가 한국의 문화와 매력에 푹 빠졌다. 대학 졸업 후 동국대 객원연구원으로 한국을 다시 찾은 그는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에 골인, ‘한국의 사위’가 됐다. 한국인 배우자와 한국에 살며 일본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쿠라이 노리오 산케이 서울지국장 얘기다. 그와의 대화는 취임 1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얘기로 시작했다. 그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다만 한국인 어법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독자와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의 발언 취지를 살려 표준 한국어 어법에 맞게 정리했다.

    사쿠라이 노리오 산케이 서울지국장. [조영철 기자]

    사쿠라이 노리오 산케이 서울지국장. [조영철 기자]

    곧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이 된다. 외신기자 눈에 비친 윤석열 정부 1년은 어땠나.

    “외신기자로서 (한국 정부) 외교정책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심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 외교는 완전히 바뀐 것 같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과거 한국 정부 전체 외교에 비해서도 크게 달라졌다.”

    사쿠라이 지국장은 “과거 한국 정부는 안보와 경제 문제 해법을 남북한과 미·일·중·러 4대 강국 사이에서 찾으려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외교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 첫 해외 방문국이 스페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방문한 국가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린 스페인이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복지 가치를 공유하는 어떤 나라와도 협력하는 외교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현지에서 취재하던 산케이 파리지국장이 윤 대통령 말씀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나에게 연락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정치가 이제야 유럽에 왔다’고.”



    한국인만 모르는 한국의 세계적 위상

    사쿠라이 지국장은 윤 대통령이 첫 해외 방문국으로 스페인, 오스트리아를 선택한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빈,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어느 나라를 가든 많은 유럽인은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K-팝을 듣고, K-드라마와 K-무비를 보며 K-컬처를 즐긴다. 폴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는 한국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 문화와 경제에 대한 유럽인의 인식은 어떤 점에서는 일본보다 존재감이 더 크다. 한국이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그런데 한국 외교는 오랫동안 미·일·중·러 4개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가치 외교’를 표방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문국가로 4개국이 아닌 유럽 국가에 먼저 간 것이다.”

    사쿠라이 지국장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문지가 유럽이라는 점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미·일·중·러 4개국 중심 한국 외교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유럽 국가로 다변화한 것이 무엇보다 긍정적이라는 해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제3자 대위변제를 결단했다. 윤 대통령의 그 같은 결단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어떤가.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 문제(대통령 결단)는 당연히 한국 국내에서 비판받고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리스크가 큰 결정을 했다는 점을 평가하는 분위기다.”

    기시다, 尹에 기대 커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어떤가.

    “관심이 많다. 기시다 총리 주변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문재인 정권 때 (불편한) 관계가 있어 일본 정부는 아직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기시다 총리는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사쿠라이 지국장은 “윤 대통령도 그렇겠지만 기시다 총리도 안보와 경제 문제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 등 안보 분야에서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움직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도 있기에 양국 정상은 많은 얘기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화를 못 했기에 앞으로 많이 소통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를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보여줬다.”

    윤 대통령이 결단하면 일본이 컵의 나머지 절반을 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국 일본은 아무 것도 채우지 않은 모양새다.

    “어쩔 수 없다. 입장차가 크다. 일본 정부는 징용공 문제를 한국 국내 문제로 인식한다. 그래서 일본이 도와줄 게 없고 한국이 국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잡한 징용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다른 문제로 넘어가기 위해 ‘빨리 해결하자’고 결심한 것 같다.”

    그는 “윤 대통령 결단은 일본 정부와 일본인에게 ‘윤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라며 “그 같은 신뢰가 앞으로 더 많은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MZ세대는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경제계도 (윤 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하고 있다. 징용공만 보면 일본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경제 문제, 젊은이들의 관광·유학 등을 모두 합치면 윈-윈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대위변제로 한국 정부가 채운 ‘징용공 문제 해법’ 컵의 나머지 절반을 젊은이들의 관광과 유학, 경제협력으로 채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제징용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인식 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 같은 ‘일본식 컵 절반 채우기’가 한국인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올지 의문이다. 대화 주제를 후쿠시마산(産) 수산물 수입 논란으로 옮겼다.

    한국 야당 의원들이 후쿠시마를 방문했다.

    “야당 의원의 그 같은 행동은 (한국 내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윤 대통령이) 어려운 결심을 한 것으로 여겨져 윤석열 정부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문제는 어려운 사안이다. 그런데 자국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일부러 방문하는 그런 모습은 일본 정치계에는 별로 없는 일이다. ‘역시 한국 대통령은 고생이 많으시구나’ 그렇게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것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논의가 있었느냐다.

    “논의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fact)이다. 정상회담 의제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정상회담에서) 많은 현안에 대해 당부했다. 그것을 두고 일본 극우 언론사가 거짓말했다는 식으로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데, 그렇지 않다. 일본 정부가 (한국 측에) 입장을 설명했다고 발표한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수(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나.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원전수를 희석해 조금씩 방류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계속 보관만 하면 더 위험하다. 오염수가 처리되지 않은 채 지하로 스며들어 바다로 흘러가는 게 더 위험한 일이다.”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는 먼저 과학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한 후 국제사회 동의까지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100%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 언론과 전문가를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한다고 100% 믿거나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 특히 주변 나라를 상대로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 특히 전문가들에게 원전수 처리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후쿠시마를 방문한 한국 야당 의원에게 설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반대하기 위해 야당 의원이 후쿠시마에 가는 것을 보니 ‘역시 한국 대통령은 고생이 많으시구나’ 느낀다”며 “(원전수 처리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나라에 한국 어필하는 기회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허물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렵게 첫발을 뗀 한일 양국 정상의 신뢰가 시간이 갈수록 돈독해져 양국 국익 증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갈지 아니면 또다시 제자리걸음할지 지켜볼 일이다. 대화 주제를 서울 외신기자클럽 얘기로 바꿨다.

    윤석열 정부 들어 외신기자 취재 환경이 과거 정부와 비교해 달라졌나.

    “정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지난 정부가 좋았다고 평가하기가 그렇지만 해외순방 때 외신 인터뷰도 많이 하고 설명도 많이 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외신뿐 아니라 한국 언론에도 설명을 덜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인데 참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강인선 대통령해외홍보비서관 겸 외신대변인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가.

    “열심히 한다. 그런데 혼자보다 전체가 함께 해야 효과적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미디어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윤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소통하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평가했다.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다른 소통 방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라며 “참모들이 더 활발히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외신에 얘기를 많이 하면 그것은 한국을 다른 나라에 어필하는 기회가 된다. 그런 활용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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