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당김의 법칙은 임신에도 적용된다, 긍정적 생각은 긍정적 결과를 끌어당기고, 부정적 생각은 부정적 결과를 끌어당긴다. [Gettyimage]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말이 씨가 되고, 생각이 거름이 된다”고 했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은 새삼스럽고도 특별한 ‘시크릿(secret)’이라기보다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삶의 지침이라고 보면 된다.
믿는 대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라도 간절하게 원하기만 하면 기적처럼 이뤄지는 것일까. 임신까지도 우주가 도와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말과 생각만으로 간절하게 원한다고 해서 소망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무의식(subconscious)에서부터 믿음이 굳건해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에서도 “바라기만 하지 말고 현재완료형(마치 소망이 이뤄진 것처럼)으로 말하라”고 강조한다. 말로는 간절하지만 잠재의식에 불안감과 걱정이 자리하고 있다면 끌어당김의 법칙이 현실에서 실현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결국 무의식이 자석처럼 결과를 끌어오는 거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종교적 기도 행위도 일종의 끌어당김의 법칙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기도는 바라기보다는 굳건히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의 “네가 믿는 대로 이뤄지리라” “구하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는 말씀도, 불교의 ‘일체유심초(一切唯心造)’ ‘수지심시신통장(受持心是神通藏)’도 원리를 따져보면 끌어당김의 법칙과 일맥상통한다. 불교에서 마음(心)은 신령스러운 힘이 통하는 곳간으로, 만물의 창조자이자 주인이라고 했다.
필자는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 여성에게 “엄마가 될 수 있다고 믿고, 노심초사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임신이 간절하더라도 오로지 임신만을 위해 생활하지 말고 잠시 잊으라고 한다. 본디 임신에 무지(無知)하거나, 임신을 원하지 않는 부부일수록 더 임신이 잘된다고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우리의 인체가 호흡이나 소화(消化), 혈액순환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듯이, 생식기도 무심(無心)하면 알아서 척척 제 할 일을 한다. 인체의 세포와 조직의 기능은 그 어떤 순간에도 최적화(항상성)로 향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임신이 안 된다고 해서 매일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며 신경을 곤두세우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간절함이 집착이 돼 생식호르몬 분비의 균형이 깨지고, 건강한 난자가 자라지 못하고 착상에까지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난임을 극복하기 위한 끌어당김의 법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낙천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불임(不姙)이 아니라 난임(難姙)이라는 표현 그대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한다. ‘임신이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조차 하지 말고, 무의식에서조차 믿어 의심치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
사실은 임신에 거듭 실패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부부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도무지 자연임신이 힘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사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가.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맞벌이 부부 중에는 1년 12~13번의 기회(배란일)마다 합궁(부부관계)을 하지 못해서 자연임신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장날(배란일) 때마다 회식, 출장, 명절, 집안 행사, 야근, 부부 싸움에 치인다면 임신이 될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따지고 보면 1년, 8760시간 중에서 난자가 배란이 돼 정자를 기다리는 시간은 고작 150시간에 불과하니, 장날에 합궁(부부관계)의 기회를 놓쳐버리면 임신하고 싶어도 말짱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 낳을 결심이 중요
제사를 준비하며 받는 스트레스, 부부 싸움 등은 임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Gettyimage]
필자는 걱정하지 않는다. 여성을 믿는다. 38년간 난임 시술을 하면서 자식을 낳고자 하는 여성들의 의지와 행동력에 대해 감탄할 때가 많다. 자연임신이 힘들다고 판단하면 바로 난임 해결을 위한 시험관아기시술(IVF)의 도움을 선택한다. 정보력도 대단하고 추진력도 남다르다. 해외 출장이 잦거나 특수한 근무 환경에 근무하는 남편을 위해 정자를 동결해 놓고 혼자서 씩씩하게 난임병원을 다니며 시술을 받는 여성도 부쩍 늘고 있다. 한마디로 여성은 ‘임신’이 목표가 됐을 때 행동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난임을 극복해 내는 인내심 또한 놀랍다. 난임병원에는 IVF를 10차 이상 실패했음에도 엄마가 되겠다는 소망을 접지 않는 이들이 많고 많다. 그녀들이야말로 끌어당김 법칙의 실천자들이다. 40세 이상이거나, 생식기 질환이 있는 등 임신이 힘든 고난도 난임 사례인데 “엄마가 될 수 있다”며 “임신이 될 때까지 IVF를 하겠다”고 말하는 여성을 볼 때면 의사로서 정신이 번쩍 든다.
한번은 심각한 자궁내막증식증인 여성이 여러 병원에서 불임 판정을 받고는 필자에게 왔다. 그녀는 내게 “포기하라고 하지 말라”며 IVF 재시도를 원했다. 그리고 끝끝내 출산에 성공했다. 그녀를 쌍둥이 엄마로 만든 것은 IVF 기술도 필자의 의술도 아닌 스스로가 해낸 위대한 업적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은 200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은 자전소설 ‘침묵’에서 “결혼 초 남편의 설득에 임신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남편이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라고 말해 임신을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그녀가 임신을 결심했기에 노벨상을 받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아니겠는가.
출산율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그 어떤 혜택을 준다고 해도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 결심하지 않으면 출생아 수는 매년 줄어들 것이다. 나는 여성을 믿는다. 마음만 먹으면 나이, 상황 등을 극복함은 물론이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끝끝내 임신에 성공해 내는 여성의 의지와 추진력을 믿는다.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