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호

되살아난 숲, 부푼 꿈

JDC, 제주의 미래를 바꾼다

  • 제주=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입력2015-05-20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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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불모지로 버려진 곶자왈이 도립공원으로 문을 열고, 제주영어교육도시엔 학생이 몰려든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항공우주박물관은 관람료를 크게 낮추고 관람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웰컴 투 제주!
    되살아난 숲, 부푼 꿈
    4월 말 제주, 하루 종일 오락가락 비가 내렸다. 1년에 맑은 날이 80일 정도밖에 안 된다니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제주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 남짓 달리자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이 나타났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154만7000㎡(약 47만 평)에 달하는 방대한 자연 숲 지대다. 2011년 12월 제주특별자치도가 도립공원으로 지정 고시한 지 3년 6개월여 만인 올 6월 문을 연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김한욱)가 5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했다.

    ‘곶자왈’은 수풀을 뜻하는 ‘곶’과 돌과 자갈이 모인 곳을 지칭하는 ‘자왈’의 합성어다. 제주어사전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헝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이라고 설명한다.

    숲, 길, 돌

    곶자왈도립공원에선 탐방로 안내소와 전망대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탐방로를 따라 펼쳐진 울창한 숲이 비에 젖어 더욱 싱그럽다. 숲 곳곳 이끼 낀 돌담과 돌무더기 사이로 고사리류와 쇠고비 등 양치식물이 작은 군락을 이루고, 하늘로 높이 뻗은 종가시나무와 참가시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그 위에 숲을 이뤘다. 마치 돌덩이들과 식물이 공생하는 듯한 독특한 풍경이다.



    한때 이곳은 말을 기르던 목장이었다. 돌담이 그 경계였고, 말에게 줄 물을 담아두던 ‘우마급수장’도 남아 있다. 숲이 우거지기 시작한 것은 20~30년 전부터라고 한다. 목장이 사라진 이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모지처럼 방치되면서 수풀이 우거졌다. 이곳은 제주도 지형의 90%를 차지한다는 현무암으로 가득해 농사는 아예 불가능한 지역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돌덩이들 사이에서도 자연은 살아 숨 쉬기 시작했고, 다양한 희귀식물의 서식지로 바뀌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개가시나무’, 우리나라 남부 해안과 도시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약난초’, 곶자왈과 초원 사이에 서식하는 국화과 식물 ‘갯취’, 제주도 산양곶자왈에서 처음 발견된 미기록 식물인 ‘빌레나무’ 등이 이곳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희귀식물들이다.

    노루와 오소리 등 야생동물도 보금자리를 틀었다. 직박구리와 섬휘파람새, 동박새 등 지역 텃새들이 살고 있고, 여름이면 뻐꾸기와 두견,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 철새들도 자주 관찰된다.

    탐방로는 오찬이길, 빌레길, 한수기길, 테우리길, 가시낭길 등 모두 5갈래 길로 나뉘는데, 저마다 사연이 있다. 오찬이길과 빌레길은 과거 지역 주민들이 공동목장을 이용하기 위해 만든 길, 한수기길은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길이다. 가시낭길은 오래전 곶자왈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특이 지형으로, 여간 험난하지 않다.

    되살아난 숲, 부푼 꿈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 조성된 제주곶자왈도립공원. 이끼 낀 돌무더기 사이로 군락 이룬 양치식물들(위), 그 위로 상록활엽수가 숲을 이뤘다.

    곶자왈도립공원 관계자는 “자연을 되도록 훼손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살리면서 탐방로를 만들었다”며 “갈림길마다 트레킹하는 데 30~40분씩 걸리는데, 탐방객들의 취향에 따라 소요시간이나 코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 JDC가 있다. JDC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근거해 2002년 5월 출범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현재 △곶자왈도립공원 △휴양형 거주단지 등 2개 관리사업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영어교육도시 △제주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등 5개 핵심사업 △서귀포관광미항 △오션마리나시티 △국제문화복합단지 △제2첨단과학기술단지를 포함한 4개 전략사업 등 모두 11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빠르게 진척된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시 아라동 일대에 109만9000㎡(약 33만 평) 규모로 조성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는 2013년에 이미 산업시설용지 분양이 끝났고 다음카카오, 이스트소프트, 한국BMI 등 23개사가 입주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주센터 등 공공 및 민간연구소 등도 97개사나 들어왔다. JDC는 이에 더해 제2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할 목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면서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련부처와 협의 중의다.

    더러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2008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이다. 당초 목표는 7~8개의 세계적인 해외 국제학교를 유치하는 것이었으나 현재 운영 중인 캐나다 ‘브랭섬 홀 아시아(BHA)’, 영국 ‘노스런던칼리지 에잇스쿨(NLCS jeju)’ 등 2개와 2017년 개교할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SJA)’ 등 3개 학교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함께 운영 중인 ‘한국국제학교(KIS jeju)’는 공립 국제학교다. 목표치의 절반에 못 미친 것이다.

    재정 상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JDC가 제주 국제학교 설립 및 운영을 위해 세운 (주)해울은 지난해 총 부채 규모가 38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년보다 250억여 원이 더 늘어난 규모다.

    되살아난 숲, 부푼 꿈

    최근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유명 국제학교 NLCS 캠퍼스 전경(위)과 아시아 최대 항공우주박물관 1층에 전시된 실제 공군 전투기들.



    외국대 진학 희망자 전원 합격

    하지만 JDC 측은 조만간 재정 상태를 정상화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NLCS가 배출한 첫 졸업생 54명 중 외국 대학 진학을 희망한 52명이 모두 미국 예일대, 스탠퍼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킹스칼리지 등 세계 100위권 내 대학에 합격해 명성이 높아지면서 입학 지원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2명은 국내 유명 사립대에 들어갔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곶자왈도립공원과 가깝다. 국제학교들은 외형부터 이국적이다. 본교의 교육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 건물과 시설도 본교의 그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지었다. 캠퍼스의 규모와 시설수준은 어지간한 국내 대학보다 나아 보인다.

    수업과 수업 사이 자유롭게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 평일 오후인데도 교실이 아닌 도서관에서 각자 공부에 열중하는 광경이 낯설다. NLCS 12학년(고3)에 재학 중인 현기완(18) 군은 국내 학교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책임감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국내 학교에 다닐 때) 부모들이 시켜서 공부할 때는 가끔씩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여기서 공부하다보면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책임감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꿈도 바뀌었다. “원래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여기 오면서 수학자로 바뀌었다”는 게 현군의 이야기다.

    NLCS에는 다양한 학생이 모여 있다. 전체 학생의 10% 정도가 중국 등 외국인 학생이다. 한국 학생 중에도 외국에서 공부하다 온 학생이 있고, 국내 학교만 다니다가 옮겨온 학생이 있다. 그렇다보니 간혹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나오기도 한다. 12학년 유재민(18) 양의 설명이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여러 가지 활동도 하면서 공부해야 하니까 가끔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데 학생마다 담당하는 선생님이 방과 후 기숙사로 찾아와서 이야기도 하고, 상담 전문 선생님과도 상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NLCS의 올해 졸업생들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세계 유수의 대학에 진학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JDC 홍보실 조용석 부장은 “이런 흐름대로라면 NLCS와 BHA, 두 국제학교 모두 내년에는 재학생이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학교를 운영하는 해울의 재정 상태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세월호 참사에 ‘직격탄’

    JDC가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4월 24일 문을 연 항공우주박물관(관장 서승모)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다. JDC는 지난 2009~2013년 4년 동안 11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박물관을 만들었다. 항공우주박물관으로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

    1층 항공역사관에는 20여 대의 실물 공군 전투기를 전시했고, 2층 천문우주관과 테마관에는 실제 크기로 재현된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와 대형 스크린이 360도 설치된 5D입체 영상관 등으로 현실감과 재미를 더했다. 3층엔 인근 곶자왈도립공원과 녹차밭은 물론 멀리 한라산과 산방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관람객은 목표로 삼은 72만 명의 36%에 불과한 26만 명에 그쳤고 매출액도 27% 수준에 불과했다. 개관 직전에 터진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 에어쇼 등 대규모로 준비한 개관 행사도 취소해야 했다. 대거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 수학여행단은 지난해 단 한 팀도 받지 못했다.

    관람객 유치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박물관은 개관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관람료를 대폭 인하(성인 2만5500원→1만 원)하는 한편 2인승 경비행기 탑승체험, 로봇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서승모 관장은 “지난 1년간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많은 노하우도 쌓았다”면서 “공기업인 JDC가 운영하는 만큼 공익적 기능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한욱 JDC 이사장 인터뷰

    “외자 유치 비결? 제대로 보여주는 것”


    되살아난 숲, 부푼 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였다. 2년 만인 2014년, JDC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2013년 6월 취임한 김한욱 이사장의 ‘생존경영’에 힘입은 바 크다. 경영 상태도 많이 개선됐다. 176%에 달하던 부채 비율을 112%로 끌어내리고, 2860억 원까지 불어난 은행차입금도 상당 부분 상환해 지금은 800억 원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외자 유치에 성공해 추진하던 2조5000억 원 규모의 휴양형 주거단지(서귀포시 예래동 일원)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 대법원이 지난 3월 휴양단지 토지수용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의 의견을 물었다.

    -사업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데, 해법이 있나.

    “워낙 사안이 크고 중대해서 자체적으로 TF팀을 구성해서 논의 중이다. 관련된 기관이 많아 논의도 쉽지 않고, 법률적인 검토도 계속 진행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게 없어서 할 수 있는 말이 더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JDC를 도지사 또는 도의회의 통제하에 두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JDC의 재정 상태가 좋아지니까 욕심내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JDC 멋대로 시행하는 사업은 없다. 모두 도가 계획하고 도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동의를 받아서 집행한다. 그걸 잘 이해 못하는 분들이 그런 말을 한다고 본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운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은 찾았나.

    “도움이 필요하다. 항공우주박물관의 경우 국가 공기업이 사회환원 측면에서 바람직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항공 우주의 교육과 꿈을 키워줄 수 있고, 관광객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익사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요금을 지금보다 더 낮추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 중인데 쉽지 않다. 차라리 공군에서 맡아서 운영하도록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데 아직 답이 없다.”

    -이사장 취임 이후 외자 유치에 많은 성과를 올렸다. 비결이 있다면.

    “무작정 외국으로 투자설명회를 다니는 방식은 성공 못한다. 신화역사공원의 경우 2006년부터 MOU를 16번 체결했지만 다 실패했다. 부임한 지 얼마 안돼 중국 람정그룹으로부터 외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먼저 투자할 만한 기업부터 찾았다. 대사관과 코트라, 교민들의 도움을 받아서 사전조사를 한 다음 그들을 초청해서 설명했다. 투자자 처지에서도 직접 방문해 제대로 살펴보면 (투자) 판단을 하기 쉽다. 이렇게 하니 경비도 적게 들고 시간도 절약됐다. 성산포 마리나시티 조성사업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투자자를 끌어들여 같이 진행하고 있다.”

    -최근 JDC 면세점 수익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던데.

    “우리나라 면세 한도가 400달러(44만 원)로 돼 있는데, 일본은 20만 엔(200만 원)이 면세 한도이고 상한선은 없다. 중국의 하이난도 면세 한도 800위안(160만 원)에 상한선이 없다. 정부에 그걸 풀어달라고 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국회를 찾아가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래서 올해 1월 1일부터 600달러(66만 원)로 다소 완화됐다. 연령 제한도 없어졌다. 그동안 미성년자들의 면세점 출입이 제한돼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기념품 하나 사지 못했는데, 그것도 풀었다. 면세 품목도 현재의 16가지에서 확대하기 위해 관세청과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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