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年 4000회 안보교육…“선망받는 직업”
- 탈북자 일자리 창출 기여
- 회당 강의료 20만 원…하루 5회 강의도
- 안보강사 소집해 역사관·소양교육
국군기무사령부 안보강사로 일하는 A씨(여)가 웃으면서 말했다. 북한 실상을 장병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 그는 한국에 와서 식당 일을 했다. 고되었다. 식당 도우미 월급은 150만 원. 더욱이 A씨는 초보라는 이유로 120만 원을 받았다.
“여성이고, 나이 어리고, 미모 뛰어난 분은 군부대뿐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강사를 해요. 기관에서 연결해줍니다. 기무사는 군부대만 연결해주고요. 선배들 말로는 이명박 정부 들어선 후 활발해졌어요.”
장병 상대로 안보 강연을 하면 회당 20만 원을 받는다. 학교·지방자치단체·사회단체 등에서 이뤄지는 민간인 대상 강의는 보수가 더 많다.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했거나, 군 혹은 교사 출신이거나,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거나 하는 그 나름 공부한 분이 위촉됩니다.”
안보강사는 탈북인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식당에서 하루 종일 일해도 못 벌 돈을 강연 한 번에 버니까….”
강의 기술이 좋아야 일감이 많아진다고 A씨는 말했다.
“강연 내용을 보면 거기서 거기예요. 비슷한 내용이라 얼마나 스킬이 뛰어난지가 중요하죠. 북한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엮는 건데, 얼마나 재밌게 엮느냐, 청중을 어떻게 틀어잡느냐가 관건이에요. 다른 강사와 차별되게 강의 자료를 멋있게 만들거나 말솜씨를 타고났으면 더 잘나가죠.”
기무사는 연간 4000회 안보 강연을 지원한다. 올해는 1월 1일~4월 30일 500회가량 강의가 이뤄졌다. 일선 작전부대에서 안보강사를 요청하면 기무사가 추천하는 형태다. 복수(複數)로 추천하면 작전부대가 한 명을 고른다. A씨 말대로 능력이 뛰어나면 강의를 더 맡는 구조다. 군 관계자는 “일부 탈북자가 강의를 덜 배정받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시장논리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한 보수 인사는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7년 대선에서 좌파가 승리하면 외환보유고 4조 달러를 가진 중국 공산 정권, 핵을 가진 북한 정권, 반미 성향의 한국 정권이 정렬한다.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이 도전받아 국체가 훼손될 소지가 크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이뤄지는 전교조의 이념교육도 걱정이다. 다행인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군의 안보교육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군대는 한 해 ‘입학생’이 20만 명 넘는 ‘학교’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관련한 정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이념 편향적 정치 의식화 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과 실상을 장병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상당수 탈북자가 안보 강의 등으로 북한 실상을 대중에게 전하는 이들을 삐딱하게 본다. 북한 실상을 전하는 게 아니라 한국인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한다고 여겨서다. 자신이 경험한 북한이 아니라 ‘한국에서 배운 북한’을 전한다는 것이다.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한 탈북자는 이렇게 말했다
“동물원 가이드 하듯 재미있게 북한을 별천지로 소개해야 인기가 있어요. 자극적인 내용이 가득해야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그렇다보니 없는 얘기를 지어내기도 하죠. 문제 많은 곳, 한심한 곳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아니까 끔찍하거나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들려줘야 주목도가 높아집니다. 동물원 원숭이 보듯 재미난 얘기를 해줘야 해요.”
전교조와 정반대의 이념 편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간 국가정보원, 기무사, 국가보훈처 등이 탈북자 강사를 내세운 안보교육을 해왔는데, 한 기관에서 진행한 강연을 듣고 참석자가 ‘좌익 쪽으로 정권을 뺏기면 큰일 나겠구나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어요.’ ‘현재 야당의 뿌리를 알려준 강의가 정말 흥미로웠다’는 소감을 남긴 적도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3일 국정원의 안보교육 예산 중 전문가 교육 부문을 없애고 탈북자 교육과 시설 견학 예산도 2년 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군 안보 강연 예산은 오히려 늘었다. 한 탈북자는 “다른 기관 예산이 줄어들어 기무사 안보강사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탈북자가 늘면서 안보강사 희망자도 늘었다. 그만큼 예산도 늘었다. 안보 의식을 고취하면서 탈북자 일자리를 창출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안보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분이 있는데, 미욱스럽게 깡 들이미니까 그런 말을 듣는 거죠. 그런 쪽에 취향이 있거나 견해가 확실해서 그럴 수도 있고요. 민감한 발언은 조심스럽게 눈치 맞춰서 해야죠. 듣는 사람이 진보인데, 보수 얘기를 하면 오해하죠.”
일부 탈북자는 정보기관들이 안보강사를 상대로 소집교육을 해 정보기관 입맛에 맞는 강의를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기무사는 안보강사를 상대로 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한다. 군 관계자는 “안보강사 소집교육 때 역사관, 강사로서 갖춰야 할 소양을 교육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국정원 측은 “외부 단체에서 탈북자 강사를 소개해달라는 의뢰가 오면 적합한 사람을 연결해줄 뿐 강의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 안보강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年 1억 넘게 번다고?”
원정화 씨는 7세 연하 정훈장교와 내연관계를 맺었다.
어쨌거나 탈북자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안보강사는 양질의 일자리다. 군 관계자의 설명대로 탈북자 지원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국정원에서 연결해주는 일이 인기가 더 많다고 한다. 회당 강연료가 더 많고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안보강사 풀에 들어가면 학교, 지자체,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를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한다. 일부 탈북자는 “국정원 협력자나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안보 강의를 소개받는다”고 주장했지만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이를 반박했다.
선망받는 일자리인 데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안보강사로 성공하려고 성형수술을 받기도 한다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정보기관에 잘 보이거나 안보당국 입맛에 맞는 탈북자, 또는 정치 성향이 또렷한 몇몇 탈북자 단체 소속 인사에게만 일감이 몰린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하루에 5회 일감을 받는 예도 있다는 것. 하루 강연료가 100만 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원치 않는 회식 참석 고충”
군 관계자는 “탈북자들은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을 싫어하는데, 실상은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몇몇 탈북자 단체에 소속된 강사가 20여 명인데, 올해 기준으로 대부분 평균보다 강연 횟수가 적다. 작전 부대에서 의뢰하면 골고루 돌아가면서 3배수 정도의 인원을 부대에 통보한다. 정훈장교들이 강사들 면면을 우리보다 더 잘 안다. 잘하는 사람을 선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자신의 능력을 탓하지 않고 불공평하다고 문제를 삼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도 없다. 예컨대 서울 사는 강사가 진해에 가면 교통비가 많이 들지 않나. 특히 백령도 같은 곳은 잘 안 가려고 한다. 이런 경우 간 김에 강연을 여럿 하는데, 예외적인 경우다.”
기무사에 속한 안보강사는 90명 남짓. 그중 여성 비율은 34% 안팎이다. 지원받은 후 국정원을 통해 신원을 조회해 선발한다. 안보교육은 국방부 교육정책관실이 주관하고 기무사가 실무를 맡는다.
한 탈북자는 “강의를 잘 못하는 남성들이 일이 적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방송에 출연한다든지 입소문 탄 사람을 작전 부대가 선정하지 않겠나. 그러니 강의 잘하는 사람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탈북자는 “장교들과 관계가 좋아야 (강연) 배정을 잘 받는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원치 않는 회식에 참석해야 하는 것도 고충”이라고 말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전방 군부대에 강연을 온 여성 강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겠으나 을(乙)의 처지에서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한 안보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강사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달린 문제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원정화 사건으로 소란스러웠던 데다, 앞가림 잘하는 편이라 문제 될 일을 하지 않아요.”
안보강사와 현역 군인의 부적절한 처신이 이따금 문제가 됐다. 기무사 안보강사로 일하던 원정화 씨가 7세 연하 정훈장교와 내연관계를 맺은 게 대표적 사례. 군도 부작용을 막고자 노력한다. 국방부가 2013년 7월 일부 부대가 여성 안보강사를 지나치게 선호한다면서 여성 강사 위주로 선정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일부 탈북자들이 안보강사로 돈 버는 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실제와 다른 내용을 자극적으로 알리는 경우가 많다고 여겨서다. 군 관계자는 “강의 내용을 모니터링해 부적절한 강사는 이듬해 강의에서 배제한다”고 설명했다.
한 안보강사는 “탈북자 사회에서 안보 강연을 해 빌딩 지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던데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찾아보라고 하고 싶다”면서 “예컨대 군 강연을 월 10회 해봐야 200만 원이다. 더구나 군대가 대부분 외진 곳에 있지 않나. 교통비를 안 줘 기름값이 따로 든다”고 말했다.
“거짓 발언으로 악영향”
한 탈북자는 이렇게 말했다.
“탈북자 사회가 안보강사 문제로 시끄럽다. 안보강사로 성공하려면 TV에 나가 얼굴을 알리는 게 좋다며 성형수술까지 하는 이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강사로 성공한 분은 다른 일을 했어도 잘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 어렵다보니 고향을 팔아서 먹고사는 게 가장 선망받는 직업이 됐다. 안보강사로 이름값을 얻으면 이런저런 행사에 불려가게 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강사는 거짓 왜곡 발언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