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인수위에서 前 정권 司正 기획토론
- “成, 돈·로비로 소문 나빠 인수위서 배제”
- 이상득-成, 대선 전후 가끔 만나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사면됐다. ‘사면 경로’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은 “1차 사면 때는 야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성 전 회장은 회사 돈 16억 원을 빼돌려 자민련에 불법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반면 정진석 전 의원은 “자민련은 당시 3~4인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는데 누굴 추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한다.
두 번째 사면은 2007년 12월 MB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단행됐다. 성 전 회장은 당초 사면 대상자 74명 명단에서는 빠졌다가 4일 뒤 포함돼 의혹이 불거졌다.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은 “후임 대통령을 고려한 사면으로, MB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MB 측에서 사면 청탁을 했다는 취지였다. 1차는 JP, 2차는 MB의 뜻이라는 주장. 노 정부 이호철 전 민정수석의 주장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성 전 회장은 양윤재 전 서울부시장과 함께 인수위 요청으로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그 정도 인물이 포함되려면 당선인(MB)이 직접 부탁했을 거다.”
“인수위 요청” vs “논의 안 해”
2007년 12월 28일 당시 노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간 만찬 회동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들린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새정연 대표는 “만찬 회동이 성 전 회장 사면 분위기에 도움을 줬을 수 있지만, 회동 자리에서 사면이 논의된 적은 없다”고 했다. 노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인사들은 “성완종 특사의 전말은 MB와 이상득 전 의원에게 물어보라. 새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인 만큼 인수위 요청을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했다”며 MB 형제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러자 당사자인 SD 측은 펄쩍 뛰었다.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노 전 대통령이 MB에게 불만을 표출했고, 인사자료도 넘겨주지 않는 등 사면을 의논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 역시 “10년 만의 정권교체 탓에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업무 인수인계도 되지 않았는데 특사 문제가 협의될 리 없다”는 반응이다.
‘사면 공방’이 이어지면서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할까, 사면을 단행한 측엔 굳이 ‘뒷집’에 물어보라고 할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흥미로운 점은 성 전 회장이 사면에 앞서 2007년 11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는 것. 특사를 약속받고 상고를 포기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사면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특사에 포함되면서 동시에 MB 인수위 명단에 이름을 올려 누가 성 전 회장의 뒷배를 봐줬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시 ‘왕의 남자’로 불리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인수위가 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인 상황이다. 법무부, 청와대와 사전 논의한 걸로 안다. 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 사면과 공천까지 특별히 챙겼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진실 공방 와중에 단서를 제공한 이는 추부길 전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MB 정부 때)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노건평 씨와 SD 간 핫라인을 통해 ‘밀약’이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2007년 10월부터 노건평 씨와 접촉했다. 11월에는 채널이 본격화하면서 ‘두 형님’이 여러 차례 직접 만났다. 형님 라인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BBK 수사에 개입하지 않고, 정권을 인수할 MB 측은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거나 구속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양 전 부시장 사면도 내가 노건평 씨에게 부탁해 성사시켰다. 성 전 회장 사면은 형님 라인을 통한 요청 대상은 아니지만,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대표가 몰랐다는 것은 100% 거짓말이다. MB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밀약을 어겼다.”
2008년 4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CI를 발표하는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선이 유력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임기 말 대통령 친인척과 선거 중에 ‘거래’를 한 게 된다. 2007년 12월 양 전 부시장 사면도 형님 라인을 통해 이뤄졌다면, 성 전 회장 사면에도 ‘라인’이 작동했을 수 있다는 개연성을 읽을 수 있다.
MB 인수위 핵심 인사 B씨도 ‘신동아’ 인터뷰에서 “추 전 비서관 주장은 90% 사실”이라며 그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그는 추 전 비서관이 어떤 경로로 노건평 씨와 접촉해 ‘라인’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하게 말했다.
2007년 대선 당시 MB 캠프 핵심 멤버들은 매일 ‘2시 회의’와 ‘4시 회의’에 참여했는데, 추 전 비서관은 그 멤버는 아니었다. B씨는 “어느 날 그가 ‘노건평 X파일’을 손에 쥐면서 입지가 강화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B씨와의 일문일답.
▼ ‘노건평 파일’이 뭔가요.
“노건평 씨 비위 내용을 담은 파일이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같은 것도 있었고, 다른 것도 있었어요. 나는 그걸 가지고 전직 대통령과 ‘거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봤어요. 이미 선거도 이기고 있는데 굳이….”
▼ 추 전 비서관이 ‘거래’를 했나요.
“당시 추부길 씨는 그 파일을 매개로 노씨와 거래를 했고, SD와의 관계 때문에 캠프에서 입지가 강화됐어요. 선거 막바지에.”
▼ 그의 인터뷰 내용처럼 BBK 수사는 건드리지 말고, 두 정권이 협력하자?
“그렇죠. 추 전 비서관 인터뷰 내용 그대로입니다.”
▼ 직접 들었습니까.
“내게 직접 보고하지는 않았고요, 그 쪽(SD라인을 지칭)에 보고했겠죠. 당시에 어떤 일을 하면 핵심 멤버들이 하는 회의에서 ‘정보 공유’를 합니다. 돌아가는 걸 다 알죠. 그때 내가 그랬어요. 권력 속성을 아는데 ‘밀약’이 가당키나 하냐, 이런 일에 끼지 말자고 했어요.”
▼ 반대했지만 ‘형님 라인’이 가동된 건가요.
“네. 그 라인을 통해 양 전 부시장 사면을 부탁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거 끝나고 인수위 시절, ‘노건평 파일’을 본 일부 인사들이 전임 정권을 사정해야 한다고 해서 ‘기획 토론’도 했어요. 그래서 내가 ○○(당시 핵심 인사)에게 ‘전임 정권 흔든다고 나라가 진짜 깨끗해지냐’고 했어요. 퇴임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는 없고….”
▼ 그래서요?
“대화가 안 되더라고요. 전임 정권 사정하려고 했으면 처음부터 ‘형님 라인’을 만들지 말던가 했어야지.”
“그 정도 치고 들어올 정도면…”
▼ ‘노건평 파일’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요?
“선거 때 각종 보고나 제보 형태로 여러 정보가 올라옵니다. 나는 추부길 씨의 ‘거래’가 알려지기 전에 비슷한 내용을 캠프 멤버들과 공유했어요. 5개의 내용 중 3개는 바로 확인 가능했고, 2개는 검찰이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 성 전 회장 사면에 대해선 못 들었습니까.
“그건 듣지 못했어요.”
▼ 야당은 SD에게 물어보라 하는데요.
“문재인 대표로서는, 만약 노건평 씨가 정무적인 일에 개입했고 노 전 대통령이 원칙을 깨는 일에 동의했다면 말을 못할 수 있고, 아예 몰랐을 수도 있죠. 그런데 원칙에 어긋나면 안 받아줬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양 전 부시장은 MB 측근이어서 ‘인수위 요청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지만, 성 전 회장은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양측이 다 관련돼 말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성 전 회장은 MB 인수위 활동을 했는데요.
“나도 (인수위원) 명단 보고 알았어요. 누군가 추천한 거 같아요. 그런데 성 전 회장에 대해선 돈과 로비와 관련된 나쁜 소문이 돌았고, 인수위 감찰 보고도 올라왔어요. 성 전 회장은 회의 한 번 하고 인수위를 떠났을 겁니다.”
▼ 공천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있어요.
“분명히 들었어요. 잘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그 정도 ‘치고 들어올’ 정도면 ‘실력자의 지원’이 실려야 하거든요. 당시 성 전 회장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도 했어요.”
기자는 추 전 비서관에게 ‘노건평 파일’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5월 14일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처음엔 전화를 끊더니 두 번째 통화에서는 ‘운전 중’이라고 했다. 한 시간 뒤 통화를 약속했지만 이후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노건평 파일로 거래를 했느냐”는 기자의 문자메시지(SMS)에 “그런 적 없습니다. 완전한 허구입니다. 지금 외국 출장 갑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다시 전화를 해보니 그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이상득 전 의원 측은 “2007년 12월 대선 전후로 SD와 성 전 회장의 만남이 있었다”면서도, 추 전 비서관이 주장한 ‘형님 라인’에 대해선 믿지 않는 분위기다. SD가 국회부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장다사로 전 대통령 기획관리실장은 ‘신동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분(추 전 비서관) 발언에 신뢰를 두지 않는 편이다. 우리가 그분과 같이 일해봐서 안다”고 했다. 다음은 장다사로 전 실장과 나눈 대화다.
▼ 2007년 대선 전 SD가 노건평 씨를 만난 적이 있나요.
“그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어요.”
▼ 논란이 되는데, 확인해보지 않았나요.
“가까이 모셨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일일이 이야기하기가 그렇더라고요.”
▼ 만났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네요.
“아이고, 그건 뭐. 추(추 전 비서관을 지칭), 그분 말에 의미 두지 않으니까요.”
SD, 표 되는 사람 만나
▼ ‘형님 라인’이 역할을 했다는 정치권 시각이 있어요.
“알 수 없는데, 만약을 상정해 말하면,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거 같아요.”
▼ SD와 성 전 회장은 대선 전후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나요?
“SD로선 대선이라는 과제를 위해 누구든 만나 협조를 구할 때였어요. 그런 차원에서 만난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겁니다. 대선 전인데 누구든 못 만나겠어요?”
▼ 자주 만났나요.
“자주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분(이상득 전 의원) 역할이 주로 종교 쪽, 불교 쪽, 호남 쪽이었으니.”
▼ 대선 당시 성 전 회장은 국회의원이 아니었는데 득표에 어떤 영향력이….
“충청 인사 중 한 분이었는데, 성 전 회장을 만난 건 득표 영향력보다는…표가 되는 분들을 다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뭔가요.
“몰라요. (성 전 회장은) 최근에 이름을 들어 알 정도입니다.”
▼ 2007년 대선 전에 두 분이 만난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문제가 된 뒤에 보좌관이나 수행비서들에게 확인해보고 알았어요.”
▼ 대선 이후에는요?
“선거 때 다들 열심히 도왔다고 하는데 선거 후 그분들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만난 수준입니다.”
그는 인수위 시절 신문 사설을 보고 박영준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기억했다.
“2008년 1월 3일 비공개로 두 번 사면된 사람이 인수위에 들어갔다는 사설을 보고 박 전 차관에게 전화를 해 ‘재고하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한 기억이 나요. 이후 (4월 8일) 성 전 회장이 기자회견 때 ‘인수위 회의 한 번 참석했다’고 말하는 걸 보고, 내가 이야기해 인수위에서 빠진 걸로 유추했죠.”
▼ 정두언 의원 측이 뺀 건 아닌가요.
“당시 정 의원이 인수위 행정실 최고 책임자였으니 박 전 차관이 정 의원에게 보고해 뺐을 수도 있겠네요. 관점에 따라 다르니까.”
▼ SD 측에서 인수위에 포함시켰다는 시각이 있는데요.
“파악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물어보니 위원이 한두 명도 아니고, 그가 비중 있는 인물이 아니어서 체크가 잘 안 된 상태에서 들어왔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수백 명 중의 한 명이었으니까요. 경로는 파악 안 됐어요.”
▼ 확인할 길이 없다?
“네.”
▼ SD의 근황은 어떤가요.
“많이 답답해하시죠. 요즘 몸이 안 좋거든요.”
SD의 또 다른 측근은 SD가 수감됐을 때 폐렴에 걸렸는데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4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긴급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표와 의원들이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 실시와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