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관광객 가이드 84%가 중국인
- 중화사상, 배금주의로 무장
- 단무지 반찬만 나오는 ‘김치찌개 백반’
- “성형비용 절반이 수수료…7000명 부작용 호소”
경복궁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그런데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이들의 눈과 귀와 손발이 되어주는 관광가이드의 실태는 어떠할까. 해외여행에서 가이드는 그 나라의 홍보대사 노릇도 한다. 취재 결과 실상은 상상 이상으로 우려스러웠다.
무엇보다 가이드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많은 사람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이드는 당연히 한국인 아닌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여행업협회 측은 “중국 관광객 유치 실적 상위 1~30위 여행사를 대상으로 가이드의 국적을 조사해보니 중국 국적자 또는 귀화자 75%, 대만 국적자 9% 등 중국계 가이드가 84%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 가이드는 16%에 그쳤다.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중국인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한국을 관광한다는 얘긴데, 이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도를 넘은 역사 왜곡과 사람 잡는 수수료 폭리다.
“미국 탓에 성탄절이 공휴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해 12월 서울 경복궁 같은 주요 관광지에서 현장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를 담은 자료에 따르면 104개 중국인 단체 관광객 모임은 중국인 가이드에게서 엉터리 해설을 들었다. 필자가 취재한 내용도 이와 비슷했다.
중국인 가이드들이 경복궁 등지에서 중국 단체 관광객들에게 실제로 말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주로 중화(中華)사상에 입각해 한국 사정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거나, 한국 역사를 희화화하거나, 한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이었다(괄호 안의 내용은 필자가 붙인 설명).
“명성황후는 한국의 5만 원권 지폐에 그려져 있다.”
“한글은 왕이 술을 먹다가 창살 모양을 보고 만들었다.”
“대장금의 스승은 허준이다.”
“명성황후의 사촌여동생은 위안스카이의 부인이다.”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
“중국 사신이 지나가면 한국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국이 청나라에 미녀를 조공해 한국에 미녀가 없다. 지금 미녀는 모두 성형 미녀다.”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영향으로 한국에선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다.”
“경복궁은 중국의 자금성을 모방한 것이다.”(경복궁은 자금성보다 25년 앞서 지어졌다.)
“경복궁은 자금성의 화장실 크기다.”(경복궁 면적은 자금성 면적의 3분의 2쯤 된다. 주변의 창덕궁과 덕수궁을 합치면 자금성보다 크다.)
“중국 사신이 왔을 때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경복궁 근정전 앞바닥에 박석을 깔았다.”(눈부심과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바위를 얇고 납작하게 뜬 박석을 깔았다.)
“경복궁 교태전은 왕비가 교태를 부리는 곳이다.”(교태전(交泰殿)은 ‘음양이 화합해 태평하다’는 뜻으로 다산을 기원해 붙인 이름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교태를 부린다’고 할 때의 ‘교태(嬌態)’와는 한자가 다르다. 왕비를 성희롱하는 표현이다.)
“우리 중국인은 용의 후예다. 그런데 한국인은 자기들을 곰의 후예라고 한다.”(중국에서 곰은 ‘나약하고 무능한 사람’ 또는 ‘쓸모없는 인간’을 뜻한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같은 혈통이다. 한국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은 중국인이 세운 지방정권이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와 윤동주 시인은 조선족이다.”
“아리랑, 한복, 널뛰기 같은 한국 전통문화의 대부분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발전했다.”
“한국 전통혼례는 중국을 따라 한 것이다.”
중국인 가이드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역사를 허위로 설명하면서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몇몇 가이드는 “인삼은 한국의 왕만이 즐길 수 있는 귀한 물건”이라는 설명으로 특정 인삼 상품의 구매를 권유했다.
‘한국 깎아내리기’ 경쟁
중국인 가이드에 의한 역사 왜곡은 유명 관광지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여행업계 관계자 A씨는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가이드의 설명을 거의 100% 사실로 받아들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가이드들이 한국을 깎아내리는 데 앞장서는 셈”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 B씨는 “저질 중국인 가이드들이 중국 관광객 대상 가이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다녀온 뒤 한국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고 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중국인 가이드는 어릴 때부터 중국에서 교육을 받아 중화사상이 뿌리박혀 있다. 또한 한국의 지리, 역사, 풍속에 대체로 무지하며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상당수가 무자격자 신분이어서 직업윤리도 없고 돈벌이만 중시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러한 구조적 이유로 인해 엉터리 안내를 일삼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 중국인 가이드에 의한 수수료 폭리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취재 결과, 일부 중국인 가이드들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특정 식당이나 상점에 데려가는 대가로 이들 식당이나 상점으로부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90%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숙박 비용을 아껴서 수수료를 더 가져가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을 찜질방에 데려가는 가이드도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인 가이드 C씨는 “저가 한국 관광 상품의 경우 한 끼 식대로 5000~6000원이 책정된다. 평균적으로 볼 때 이 중 1000원은 가이드가, 1000원은 여행사가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식비의 30%를 수수료로 떼는 셈이다. 따라서 중국인 관광객이 먹는 6000원짜리 음식은 시중 식당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가격의 음식보다 질이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관광업에 종사하는 김모(29) 씨는 “중국 관광객이 서울에서 4000원짜리 김치찌개 백반을 먹는다면 반찬은 단무지 하나만 나온다. 중국인은 요리 가짓수가 많아야 제대로 대접받는다고 느끼는데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온 중국 관광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일부 중국인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저질 식사.
심지어 몇몇 중국인 가이드는 수수료를 더 챙기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을 ‘중국산 저질 음식 재료’를 쓰는 식당에 데려간다고 한다. 중국인 가이드 D씨는 “우리는 수수료를 많이 준다는 식당을 택한다. 이 중 상당수는 중국인이 요리하고 값싼 중국산 재료만 쓴다”고 말했다. 그는 “맛도 없고 언뜻 보기에도 청결하지 않다. 공짜로 줘도 안 먹을 음식이 나온다. 그러나 가이드는 관광객이 불만을 갖든 말든 신경 안 쓴다”고 덧붙였다.
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주로 받는 서울 홍익대 부근 한 식당을 찾았다. 5000원짜리 돌솥비빔밥에 반찬으로 건더기가 거의 없는 계란국과 단무지만 나왔다. 돌솥비빔밥의 고명도 달걀프라이, 오이채, 콩나물무침 등으로 부실해 보였다. 분식집에서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5000원짜리 돌솥비빔밥보다 질이 훨씬 떨어져 보였다.
실제로 많은 중국 관광객이 한국 음식에 불만을 터뜨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음식에 대해 100점 만점에 70점을 줬다. 미주 관광객 82점, 일본인 관광객 78점보다 낮은 점수였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식비에서 수수료를 왕창 떼는 가이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식비 수수료나 저질 음식 문제는 중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저가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집중되는 편이다. 중국 암웨이 회원들의 제주도 인센티브 관광을 유치한 화방관광 관계자는 “고가 한국 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음식에 매우 만족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한국관광공사가 중국인 여성 VIP 관광객을 겨냥해 내놓은 ‘슈푸리야 레이디스’ 관광상품의 경우 왕복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에다 국내 교통편으로 고급 밴을 제공한다. 관광객은 점심 코스 요리가 4만 원, 저녁 코스 요리가 15만 원인 최고급 J한정식당에서 식사를 즐긴다. 또한 서울 강남의 G명품관과 C매장에서 쇼핑하고 20만~50만 원대 스파를 이용하며 특급호텔에 숙박한다. 비용은 4박5일에 420만 원이다.
반면 저가 한국 관광상품은 이 상품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4만 원부터 시작된다. 여행업계 관계자 A씨는 “여행사 간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초저가 한국 관광 상품이 많이 나왔다. 이를 수수료 수입으로 보전하려고 하면서 중국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음식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폭리는 관광이 진행되는 모든 곳에서 벌어진다. 일부 중국인 가이드들은 쇼핑과 관련해서도 최고 80%의 폭리를 취한다. 가이드와 특정 쇼핑센터가 미리 협의해 가이드는 높은 수수료를 받고 쇼핑센터는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식이다.
중국인 전용 쇼핑 매장 가보니…
중국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단골 품목은 주로 인삼, 벌꿀, 말뼈환 같은 건강식품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공항 면세점에서 10만 원인 인삼 세트는 가이드가 소개한 쇼핑센터에서 30만 원에 팔린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3배쯤 비싸게 사는 일은 예사라고 한다.
B씨는 “5만 원짜리 제주산 말뼈환이 50만 원짜리로 둔갑하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말뼈환은 말의 뼛가루로 만든 환으로 골다공증 질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씨의 말대로, 시중에서 말뼈환 제품은 200~300g 기준으로 5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이 제품을 10배나 비싸게 사는 것이다. 중국인 가이드의 수수료 폭리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중국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산 화장품도 중국인 가이드가 바가지를 씌우는 단골 품목이다. 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시내 모 중국인 관광객 전용 쇼핑센터를 찾았다. 진열된 상품은 하나같이 시중 가격보다 수 배 비쌌다. 예컨대 모 마스크 팩 상품은 본사 쇼핑몰에선 정가 3000원, 할인가 2100원이었다. 그런데 이 중국인 관광객 전용 쇼핑센터에선 3개를 묶어 2만5000원에 팔고 있었다. 개당 8300원꼴로, 본사가 책정한 가격인 2100~3000원보다 3~4배나 비쌌다.
시중에서 잘 팔리지 않는 무명의 화장품이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점도 확인됐다. 이 중국인 관광객 전용 매장엔 필자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표의 화장품들이 ‘후(后)’나 ‘설화수’ 같은 유명 브랜드 화장품과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무명 화장품과 유명 브랜드 화장품이 각각 매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중 무명 상표의 세럼(에센스보다 농도가 짙은 화장품) 제품은 정가 4만9000원, 할인가 3만92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필자가 확인해보니, 이 매장 밖에서 유통되는 이 제품의 실제 정가는 2만8000원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이렇게 정가 자체를 속여 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여행사 관계자 E씨는 “값싸고 이름없는 제품을 비싸게 팔아야 수수료가 많이 남지 않겠는가. 매장 직원은 무명의 제품을 마치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인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술비 50~90% 수수료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한국특산품 상점(※모자이크 처리).
2009년 791명이던 중국인 성형 환자는 2013년 1만6282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측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미용·성형 시술을 받은 중국인은 5만6000명에 달한다.
문제는 수술 비용이다. 중국인들은 한국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고 500만 원 정도를 낸다고 한다. 한국인은 200만 원이면 충분하다. 업계의 증언에 따르면, 이는 성형 관광 가이드들이 단체 환자를 몰아주는 대신 수술비의 50~90%를 수수료로 챙기기 때문이다.
중국인 성형 관광에 관여하는 F씨는 “고가 수술일수록 수수료 규모도 커진다. 한국인에게 1500만 원 정도 하는 양악수술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은 3000만 원을 내고 수술을 받는다. 가이드가 무려 1500만 원을 수수료로 챙긴다”고 말했다. 중국인 성형 환자 중 절반가량이 중국인 가이드 손에 이끌려 한국에서 수술을 받는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서울시내 모 성형외과 상담실장 G씨는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성형외과 직원이 늘어나는 추세이나 아직 대부분의 성형외과에선 중국어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 관광객이 중국인 성형 브로커에 많이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폭리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기는 성형 관광 가이드 중 상당수는 외국인 환자 유치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고 한다. 2009년 개정 의료법은 외국인 환자에 한해 환자 유치 중개업을 허가했다. 1억 원 이상 보증보험, 국내 사무소, 1억 원 이상 자본금을 갖추면 중개업자로 활동할 수 있다.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은 1200명 정도다. 하지만 성형업계에 따르면 자격 없이 브로커 노릇을 하는 사람이 2000명 이상이며 이 중 상당수는 중국인 가이드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무자격자 활동의 폐해가 매우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무자격 성형 브로커들이 요구하는 과도한 수수료로 병원 수익이 낮아지면 치료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의료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무자격 성형 브로커는 보증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수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몇몇 업계 관계자는 “의료사고가 나면 무자격 브로커는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고 말한다. 지난 1월과 3월, 중국인 환자가 국내에서 성형수술을 받다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무자격 성형 가이드가 기승을 부리면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평판이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판치는 무자격 가이드
중국인 관광객 대상 매장에서 마스크 팩이 정가보다 3~4배 비싼 2만5000원에 팔린다.
정부는 불법 환자 유치 신고포상금 지급, 의료기관 처벌 강화, 적정 수수료 비율 제정을 담은 ‘성형 유치시장 건전화 대책’을 마련했다. 그간 정부는 불법 브로커가 활개 치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일부 성형병원도 무자격자에게 환자를 소개받는 일이 불법일 뿐만 아니라 의료윤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알지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 비율은 30%로, 일본인 관광객 6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한국관광공사 조사). 여행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중국인 가이드의 시장 독식과 수수료 과다 문제가 결국 한국 관광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계 여행사인 G사 측은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제로 피(zero fee) 한국 관광 상품까지 등장했다. 가이드는 기본급도 없다. 결국 수수료로 수입을 챙길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가이드 중에 한국관광공사가 발급하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7650명. 반면 무자격 중국인 가이드는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측은 “지난해 협회 소속 가이드 1049명을 대상으로 소속 여행사의 무자격 중국인 가이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유자격자와 무자격자의 비율이 1대 1 또는 1대 1.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자격증 소지자만으로는 급증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식당 일 하던 아주머니, 공사판 인부 등 전문 지식이 없는 중국인이 가이드로 대거 유입됐다”고 전했다.
당국이 지난해 10월부터 3월까지 무자격 중국인 가이드를 적발한 사례는 384건이다. 서울 명동에서 관광경찰로 근무하는 서수연 경사는 “그나마 자격증을 소지한 중국인 가이드는 최소한의 상식을 갖고 있다. 무자격 중국인 가이드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도 “법을 개정해 무자격 가이드를 우리 관광지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일부 관광업 전문가들은 무자격이든 유자격이든 중국인 가이드가 우리 관광산업을 쥐락펴락하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인 가이드 확충 등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중국인 대상 가이드 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이야기다.
여행업계 일각에선 “한국에선 한국인 가이드가 중국 관광객을 맞아야 한다. 한국인 가이드는 역사의식을 갖췄으며 중국 관광객에게 바가지 씌우는 짓을 하지 않는다. 원칙이 통용되면 수수료 폐해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 B씨는 “우리 경복궁에 해당하는 태국의 왕궁에선 태국인 가이드만 외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외국인 가이드는 출입조차 못한다. 우리는 ‘관광대국’ 태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중국인 가이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한다. 박성란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는 “수수료 관행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가이드가 아니라 여행사”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쇼핑 강매는 여행사의 과도한 적자 모객 행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행위를 막지 못하면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결국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끊길 것이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어 요구 수준 너무 높다”
그러나 정부는 거꾸로 달리는 양상이다. 일례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시험에서 중국어 요구 수준이 너무 높아 중국인이 한국인보다 절대 유리하다고 한다. 당국이 한국인 가이드 양성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학원에서 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조용우 씨는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중국어 능력시험 HSK 5급을 따야 한다. 이는 영어 토익의 900점 정도에 해당한다”면서 “내국인을 너무 심하게 역차별한다. 앞으로도 우리 관광지에서 중국인 가이드가 계속 활개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어가 유창한 막장 중국인 가이드가 나은지, 중국어가 원어민 수준은 아니어도 양심적인 한국인 가이드가 나은지, 정부가 잘 판단하기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