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들이 만났다. 사회자가 ‘사격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말대포’가 자동 발사된다. 말 그대로 방담(放談)이니, 규칙도 제한도 없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50대의 성(性)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한다. 햄릿을 빌리자면, ‘서느냐 죽느냐’ ‘(가정) 안이냐, 밖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장소 :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회의실
패널 : 최영선 성행희소통교육원장 ·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장일상 밸류인베스트코리아 골드지점 팀장 유평창 평생자산관리연구소장 이수미 한국안전교육강사협회 전문위원(나이 順)
사회 : 조성식 신동아 취재팀장
장일상 나이 들수록 부부관계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 40대 넘어가면 ‘무늬만 부부’가 정말 많다. 돈을 벌려면 부부가 행복해야 한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성생활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유평창 성생활이 원만한 사람일수록 자신감이 넘치고 돈도 잘 번다. 강연하고 상담하다보면 그런 걸 알 수 있다. 금전적 문제가 있고 건강이 안 좋으면 성을 기피하거나 혐오하는 경향이 있다.
이수미 미국에선 아침에 출근할 때 아내와 키스하는 남자의 연봉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0%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최영선 우리나라 부부 중 키스한다는 사람 들어봤나? 50대 부부 중에는 얼마나 될까. 성생활은 하되 키스는 거의 안 한다는 통계가 있다.
유평창 페로몬 효과라는 게 있다. 이성의 체취에 이끌리는 것이다. 이게 길면 2년, 짧으면 3개월에 끝난다. 2년 지나면 가족이다. 가족끼리 무슨 키스를 하나. 이런 인식이 일반화해 있다. 상대 냄새에 익숙해져 더는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낯선 이성을 만나면 페로몬 효과가 다시 나타난다.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유전자의 문제다.
최영선 인간에겐 빨고 싶은 욕구가 있다. 키스 욕구도 그런 거다. 그런데 오래 같이 살다보면 냄새난다. 술 · 담배 냄새 풍기고, 씻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기 욕구만 채우는 남편에게 아내는 키스하고 싶지 않다. 부부 간 설렘이 사라진 거다. 남자는 밖에서 기회가 많다. 밖에선 설레는 맘으로 키스하지만 안에선 안 한다.
폐경 이후 오르가슴 느껴
사회 알아서들 시작해버렸다. 이제 50대 성의 세대적 특징을 말해보자. 40대, 60대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최영선 남성은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남성호르몬이 줄고 여성호르몬이 는다. 여성은 그 반대다. 그래서 여성이 성을 주도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성욕을 주관하는 건 남성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절반이 성 불감증이다. 그런데 폐경 이후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느꼈다는 여성 비율이 10%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남성호르몬이 많아지니 성욕이 강해진 것이다. 자녀가 어릴 때는 여성이 신경 쓰는 게 많다. 그런데 50대가 되면 자녀가 장성하고 출가한다. 자식 신경 안 쓰니 마음이 편해져 오르가슴을 쉽게 느낀다.
이수미 50대 여자의 성은 두 종류인 것 같다. 자녀 부담을 벗어나면서 정신적 교감이 깊어져 더 깊이 있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폐경을 맞아 성욕이 사라져 성생활을 거의 접는 사람이 있다. 두 부류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시기가 50대인 것 같다.
최영선 우리 세대만 해도 억압된 성문화 속에 여자가 즐길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남들이 그렇게 좋다는데 나도 한번 느껴봐야지, 하는 욕구가 생기는 거지. 남자들이야 뭐 결혼할 때부터 그게 정당화한 거고.
이수미 성 문제를 얘기하는 부부는 많지 않다. 그런데 밖에 나가선 자연스럽게 떠든다. 그러다보면 낯선 남자, 낯선 여자와 눈이 맞아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런 외도가 50대에 가장 많지 않나 싶다.
장일상 내가 결혼한 지 26년 됐는데 아내에게 농담처럼 말한다. 우린 늘 신혼이라고. 일부러 그런 얘길 한다. 아까 최 원장께서 호르몬 얘기를 했는데, 관계를 자주 가질수록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용불용설(用不用說)이랄까. 지난해 경제적으로 힘들었는데, 관계를 자주 안 하게 되더라. 사정할 때 정액도 줄고. 그런데 경제력이 회복되자 자신감이 생기면서 젊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성관계 횟수가 늘었다.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쾌감이 더 깊어지는 걸 느낀다. 부모의 이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 성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나는 집에서 목욕한 후 발가벗은 채 나온다. 아내는 그렇게 못하지만. 아들 둘이 스물다섯, 스물둘인데 엄마 앞에서 벗은 몸을 보인다.
이수미 우리 집에선 부부가 다 벗고 다닌다(웃음). 아들 둘이 스물넷, 열여섯인데, 다들 벗고 다닌다. 큰아들은 나한테 여자친구와 섹스한 얘기까지 한다(웃음). 어떻게 했더니 여자애가 좋아했다며 구체적 행위까지 설명한다. 사춘기인 작은아이한테 가끔 “너 야동 보니?” 하고 물어보면 씩 웃고 만다. 그럼 내가 “봐도 괜찮아”라고 말해준다.
부드럽게, 지속적으로
장일상 50대가 (성생활의) 위기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평소 대화를 많이 하고 스킨십이나 키스를 즐겨야 한다. 나이 들수록 양보다 질 아닌가. 여자는 오르가슴을 더 잘 느끼고 남자는 떨어지는 시기다. 남자가 기피하면 여자는 마음도 멀어진다. 침대도 따로 쓰게 되고.
최영선 평소 남편과의 성관계가 괜찮았던 여성은 남성호르몬이 늘면서 성욕도 증가한다. 반면 그렇지 않았던 여성은 폐경이 되면 질에서 분비물이 잘 안 나오니 (관계할 때) 아프다. 그럴 때 남편이 자상하게 애무를 해주면 질도 젖고 원활한 관계가 가능할 텐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자기 욕구만 채우려 하면 점점 더 하기 싫어지는 거다.
사회 부부간 애정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50대 들어 성관계가 뜸해지는 경우가 많지 않나.
최영선 오래 살다보니 신선함이 없다는 게 큰 원인이다. 그래서 서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하는 거다.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야동이나 섹스 관련 책도 같이 보면 좋다. 그런 걸 보고 나서 대화하면 큰 도움이 된다. 아내 성감대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남편이 많다. 그런 건 물어봐줘야 하거든. 야동에서 본 대로 해주면 좋은지 싫은지. 세게, 빨리 한다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이수미 달팽이처럼 느리게, 천천히.
최영선 ‘부지’란 말이 있다. ‘부드럽게 지속적으로’ 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성감이 살아난다.
이수미 여자는 마음이 닫히면 몸도 같이 닫힌다. 30대에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남편이 내 뜻과 다른 방향으로 살아 좀 미웠다. 자연히 성관계도 꺼리게 됐다. 남편이 애무를 열심히 해주는데도 몸이 반응하지 않더라. 요즘은 질적 수준이 높은 성생활을 한다. 모텔을 이용하기도 한다. 집에서 할 때의 만족도가 7이라면, 밖에선 10이 나온다.
장일상 남자가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 때가 50대다. 가정에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남성이 위축되기 쉽다. 반면 여자는 어찌 보면 절정기다. 남자는 나이 들면 썩은 내가 난다. 특히 술과 담배를 같이하는 사람한테서는. 두 가지를 멀리하는 게 배우자를 배려하는 것이다. 여성에게는 살 빼라고 조언한다. 처녀 시절 몸으로 원상회복하라고. 사실 50대 여성은 보편적으로 살이 찌고 배가 많이 나왔다. 남편을 위해 자기 몸을 관리해야 한다.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추억도 나누고 억제했던 성관계도 한껏 하고.
사회 네 분께선 외도 경험은 없나. 없거나 말하기 곤란하면 주변 얘기를 해도 좋고. 50대에 외도가 증가한다고 하지 않나.
이수미 나는 이제 막 50이라 아직 50대를 경험했다고는 할 수 없다. 내 주변 57세 여성이 진솔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자기 친구들한테 다들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50대가 돼 갱년기가 오니 분비물도 안 나오고 관계를 하면 아프기만 해서, 안 한 지 몇 년씩 된 여자들이라고 한다. 남편도 기운이 없고. 그런데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다시 분비물이 나오고 평생 느끼지 못한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했다. 너무 행복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고들 한다는 것이다. 남편한테도 오히려 잘해준다고 한다. 부부관계도 예전보다 좋아졌고. 살도 빠지고 얼굴도 예뻐졌다고 한다.
정복욕 대 소유욕
최영선 당연하다. 좋은 호르몬이 나오니까.
유평창 매력적인 사람이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번다는 얘기가 있다. 50대가 되니 배도 나오고 머리도 빠진다. 외모 자신감이 떨어진다. 후배한테 밀리고 상사한테 까이고. 심인성 발기부전이 생기는 이유다. 걸그룹, 아이돌그룹과 괴리감이 생기면서 한편으로는 판타지도 갖게 된다. 50년 살았는데 앞으로 살아갈 날이 50년 남았다. 남자도 갱년기가 찾아온다. 50대에서 성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나중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40대, 60대보다 50대의 성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수미 50대는 호르몬이나 폐경 문제로 성생활을 계속하느냐 그만두느냐, 기로에 선다. 사실 귀찮아 안 하는 여성도 많다. 내가 상담을 해보면, 아내가 폐경이 된 이후 관계에 응하지 않아 통사정을 한다는 남편이 많다. 여자가 대놓고 말한다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해결하고 오라”고.
최영선 내가 30대 때 그랬다.
이수미 여자들이 성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앞으로 50년 더 살아야 하는데, 솔직히 성이 얼마나 즐거운 건가. 성은 선물이다. 감기 걸리면 내과 가듯, 성적 장애가 있다면 비뇨기과 찾아가야 한다.
장일상 나는 고객을 상담할 때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을 많이 얘기한다. 남성은 정복욕이 강한 반면 여성은 소유욕이 강하다. 남성은 여성을 정복하기까지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딱 정복하고 나면 시들해진다. 그러니 남자의 외도 성향을 이해해야 한다. 배우자가 싫어서가 아니라 정복욕 때문이다. 반면 여자는 한번 내 남자라고 생각하면 모든 걸 쏟아붓고 평생 소유하려 한다. 여자가 50대 이후 바람을 피우면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정복욕이 강해 내 여자가 바람피우는 것을 용납 못한다. 반면 여자는 소유욕 때문에 남자의 외도를 이해한다. 다른 여자한테 뺏기기 싫어서.
유평창 50대 남성의 성적 에너지는 참나무 숯과 같다. 40대까지가 빨갛게 타오르는 참나무였다면. 50대에서는 잘만 관리하면 정말 고급 에너지다. 50대가 되면 무조건 헬스클럽 다녀야 한다. 남녀가 한 장소에서 체취를 풍기고 땀을 흘리면 상쇄가 되고 자극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욕구를 간접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
장일상 성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나라가 잘된다. 우리나라는 사창(私娼)도 금지돼 미혼이나 독신이 성욕을 해소하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 왜 성범죄가 유난히 많은지가 내 연구 과제 중 하나다.
유평창 미국에 사는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거기선 부부 모임을 자주 한다. 집에선 남편한테 막 대하다가도 그런 자리 나가면 식사할 때 반찬도 집어주는 등 다정한 태도를 보인다. 쇼윈도 부부일지언정 그런 행동을 자주 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 또 그런 데선 서로 상대방 부부를 칭찬하게 마련이다. 누구 아빠 멋있다, 누구 엄마 아름답다고. 그러면 배우자의 매력을 새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성 보조기구 써라
사회 일반적으로 남자의 경우 60, 70대까지 성욕이 지속되지만, 여자는 60대 지나면 거의 사그라진다고들 하지 않나.
최영선 잘못 아는 거다.
이수미 내가 아는 60대 후반 남자는 아내와 10년 넘게 관계를 갖지 않았다. 그러다 여자친구가 생겼다. 문화교실 같은 데서 만나 눈이 맞은 것이다. 65세 할머니다. 그녀도 남편과 10년 넘게 안 했다고 한다. 모텔로 가기 전 불안해진 남자가 비아그라를 먹었는데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후 일주일에 두 번씩 모텔로 간다고 한다. 이젠 비아그라 없어도 잘된다며.
최영선 내가 알던 여자의 남편이 차관급이었다. 돈은 많이 갖다주는데, 성관계는 10년 넘게 안 했다고 한다. 어느 날 남편이 차를 보내 어디로 오라고 했다. 잘생긴 젊은 기사가 다가와 안전벨트를 채워주는데, 아우, 가슴이 막 뛰더라는 거야. 그날부터 그 생각만 하면 흥분돼서 안 나오던 분비물이 나오더라는 거지. 그 상태를 견딜 수 없어 상담을 받으러 갔더니, 상담사가 바람을 피우라고 권했다는 거다. 그렇다고 그 기사한테 연락할 순 없잖아. 그래서 성 보조기구를 사서 자위를 시작한 거다. 어느 날 친구가 “너 요즘 애인 생겼니? 왜 이리 혈색이 좋아”라고 묻더란다. 자위를 하면 혈액순환이 잘되니. 성관계 때와 비슷한 오르가슴도 느끼고 몸에 좋은 호르몬도 나오니 건강이 좋아진 거다.
사회 적절한 자위행위는 성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
최영선 나쁜 게 아니다. 남자가 나이 들어 당뇨 생기면 발기가 잘 안 된다. 그럴 땐 성 보조기구를 사서 아내의 자위를 도와주는 걸로 대신하는 거지. 서로 마음만 맞으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수미 ‘나는 안 돼’라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한 경우는 부부끼리 노력하면 된다. 요즘 혼자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 경우 나는 자위를 적극 권장한다. 오르가슴에 따른 신체적 · 생리적 현상은 똑같다. 파트너 없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최영선 남녀가 처음 눈이 맞으면 혈액 속에 도파민이 녹아든다고 한다. 도파민이 돌면 엔도르핀이 생성된다. 두 사람이 섹스를 하면 옥시토신이 나온다. 엔도르핀의 백배 효과를 낸다는 호르몬이다. 그리고 절정에 오른 순간 다이돌핀이 나오는데, 엔도르핀의 4000배라고 한다. 성기능이 떨어진 남자는 야동을 보는 것도 괜찮다. 너무 심하게만 보지 않는다면. 야동을 보면 성욕이 생기고 발기도 되지 않나. 오래가지 않더라도 연습하는 효과가 있다.
산으로 간 여자
사회 몇 년 전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애인 만들기’ 열풍이 불지 않았나. 그런 현상이 일반화한 것 같은데.
이수미 내가 아는 여자 얘기다. 동네 언니인데, 그 얘길 듣고 기절할 뻔했다. 남편이 외도를 즐기다보니 관계를 거의 안 했다. 어쩌다 40대 초반에 자궁 들어내는 수술까지 했다. 이후 여자로서의 가치도 못 느끼며 살았다. 어느 날 ‘내가 왜 이렇게 살지’ 자각하고는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인터넷 뒤져 성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러고는 남자를 찾아 나섰다. 등산을 시작했다. 산에서 수많은 남자를 만나 관계를 맺고 끝내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자기를 만족시켜주는 남자는 좀 더 오래 만나고. 말로만 듣던 ‘멀티 오르가슴’도 느꼈다고 한다. 내게 G스폿이 어떻고 하더라. 얼굴이 까맸는데, 지금은 뽀얗다. 피부도 아기 같고. 통통 뛰어다닌다. 성생활을 하면서 삶이 완전히 달라진 거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파출부 일을 한다. 파출부 하는 이유가 오로지 외간남자 만나기 위해서란다. 남편은 남편대로 밖으로 돌고.
최영선 가정을 유지하면서 한다면…. 요즘은 유부남-유부녀 만나게 해주는 게 처녀-총각 주선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수미 한쪽이 독신이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서로 가정을 지키면서 좀 즐기자는 거니까. 만나서 즐기고, 집에 돌아가선 가정에 충실하고.
최영선 유교적 사고방식으론 용납되지 않겠지만, 그런 식으로 서로 맞춰가는 게 현실이다. 부부간 건강한 관계가 가장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죽어지내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활력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어차피 남자들은 밖에서 찾으니까. 남편 미워하는 마음 없이 가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장일상 서로 그런 내용을 아는 순간 가정은 깨진다. 그 가정이 유지될 거라 보나.
이수미 유지되는 가정도 있다.
장일상 그건 ‘포기’지, 사랑이 존재하는 가정이 아니라. 부부가 더 대화하고 밀착해야 한다. (외도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젊은 친구들한테 겉궁합과 속궁합 둘 다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이성을 만나면 스킨십하면서 육체적으로 잘 맞는지 확인해보라고. 나는 가급적 평생 한 남자, 한 여자와 관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습관이다. 자꾸 겉궁합, 속궁합 맞춰가면 가능하다. 생각과 마음의 문제다. 30년을 따로 살다 만났으니 30년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 그걸 안 하나.
유평창 많은 사람이 돈 버는 문제를 역술인과 상담한다. 돈 욕심을 내면 사기를 치거나 로또에 매달리거나 도박에 빠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건 다르다. 그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100점짜리 성생활을 원한다. 그런데 현실은 50점이다. 그럼 50점을 100점으로 느끼면 된다. 욕심을 줄이는 것, 욕망에 선을 긋는 게 필요하다.
최영선 욕심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원천적 욕구이기 때문에.
사회 50대 남자의 경우 아무래도 경제적 기반을 갖췄으니, 외도나 성매매를 더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최영선 자기 욕망을 밖에서 풀긴 하지만 가정을 허무는 건 원치 않는다. 그런 걸 서로 이해하면서 사는 부부가 많은 것 같다.
이수미 알면서도 모른 척해주는 것.
보복 심리?
최영선 나도 남편이 한때 외도를 했지만 용서했던 게, 내가 자기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 그런 짓 해도 가정을 저버릴 남자는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다. 50 넘으면 이래저래 인간관계가 얽혀 있다. 외도, 아니 거의 딴살림 하면서도 처가 행사에 꼭 간다. 내가 이 여자의 남편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게 요즘 세태다. 바람피운다고 곧바로 이혼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혼하면 서로 좋을 게 없으니.
장일상 나는 좀 다른 시각으로 본다. 내 주변 사례다. 남편이 억대 연봉의 외국계 항공사 기장이었다. 엄청나게 바람을 피우고 다녔다. 당연히 아내의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다 남편이 기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해 돈을 엄청 모았다. 아내가 당장 이혼을 요청했다. 결국 10억 받는 조건으로 이혼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자는 돈 있으면 남자 버린다. 돈 때문에 사는 여자 많다. 여자는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 그다지 성에 집착하지 않는다. 다른 쪽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려 한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정복욕이 있어서 그렇지만. 아까 예로 든 여자들의 외도는 남편이 바람피우는 데 대한 보복 심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최영선 개인마다 다르다. 정말 성을 좋아하는 여자도 있다. 하루라도 안 하면 못 사는 여자도.
이수미 내가 아는 어떤 여자는 하루에 다섯 번 한다. 남편이 어떻게 그렇게 하겠냐. 그러니 바람을 피웠던 거다. 그런데 남편 친구와 하다 남편에게 들켰다. 굉장히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곧바로 이혼하더라.
장일상 50대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바람피우거나 이혼하는 일이 잦다. 관계를 돈독히 해서 평생 같이 가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70, 80대 노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게 여전히 성관계를 갖는 부부다.
이수미 내가 아는 80대 부부는 일주일에 두 번 한다.
최영선 성욕은 늙으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뇌가 살아 있는 한 지속된다. 성감대도 뇌에 있다.
사회 유 소장은 50대 들어 횟수가 줄진 않았나.
유평창 나는 섹스를 제대로 하면서부터 오히려 횟수가 늘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고 근력을 키우니 자연히 감당하게 되더라. 여자의 몸은 첼로와 비슷하다. 잘 다루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지만 잘못 다루면 삑 소리가 난다. 자기 체력을 잘 유지할 때 만족한 섹스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장일상 나도 상담자들에게 부부가 같이 운동하는 걸 권장한다. 스킨십 많이 하면서 운동도 같이 하라고. 내 아내도 가끔 관계를 거부한 적이 있다. 젊을 때는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이해하게 됐다. 아내도 가끔 말한다. 자기도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여자라서 표현을 못한다는 거지. 이제 애들이 커서 정말 자유롭게 한다. 아침에도 하고 낮에도 하고 밤에도 한다.
‘둘이 하는 놀이’
유평창 취미로 스포츠 마사지사 자격증을 땄다. 성관계 못지않게 쾌감을 주는 게 손깍지 끼면서 마디마디를 단계적으로 눌러주는 거다. 발 마사지도 좋다. 복사뼈 옆을 눌러주면 정말 환상적인 느낌을 받는다. 이런 걸 자주 해주면 꼭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사회 남자가 밖으로 나도는 데는 성적인 판타지나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 않을까. 그걸 집에서 아내와 해보기는 뭣하니.
최영선 맞다. 성생활은 둘이 하는 놀이다. 별짓을 다해도 된다. 서로 의사소통만 된다면.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
이수미 나는 남편이랑 온갖 걸 다해본다. 남편이 잘 유도한다. 사실 남편도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남자가 이렇게 잘하니 다른 여자도 좋아하겠지. 정말 다양한 체위로 한다. 거의 매번 내가 오르가슴을 느낀 다음 자기가 사정을 한다. 전희, 후희도 잘하고.
유평창 서로 대화해야 한다. 결승점이 다가왔다고 말해주면 타이밍을 조절해 몇 차례씩 느낄 수 있다.
사회 남자들은 흔히 ‘의무방어전 치른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하느냐고 서로 확인하면서. 어쩌면 이런 게 일반적 현상이고, 네 분의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게 아닐까.
장일상 예외적인 게 맞다. 섹스리스 부부가 많다. 집에선 안 하고 밖에서 푸는 거다. 외도를 조장하는 드라마도 문제다. 미디어 역할이 중요하다.
이수미 생물학적으로 남자는 씨를 뿌리고 여자는 씨를 받아 키워야 한다. 여자가 열 명의 남자와 관계를 해 아이를 낳았다고 치자. 여자에겐 무조건 자기 새끼다. 아빠가 누군지 모르더라도. 그런데 남자는 다르다. 이 여자가 낳은 애가 내 새끼인지 다른 남자 새끼인지 모른다면 극도로 분노한다. 그래서 여자의 외도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거다. 하지만 여자로선 어쨌든 자기 새끼이니 남자의 바람기에 관대하다는 거다.
유평창 만약 50대를 상대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하면 깜짝 놀랄지 모른다. 외도 경험을 물으면 100% 응답이 나올 수도 있다. 사회현상인 건 분명하다.
최영선 문제 없는 가정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잘 푸느냐가 중요하다. 부부 안에서, 가정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엔 다른 방법으로 찾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가정은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여간 가정은 유지하라
사회 두 시간이 됐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해달라.
장일상 이런 얘기를 공론화해 바람직한 성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활백’이란 용어가 있다. ‘활동력 있게 백세까지 살자’는 뜻이다. 부부가 같이 가야 가능한 일이다. 나이 들수록 성생활을 중시하는 풍토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최영선 50대는 남자나 여자나 신체적 변화가 가장 큰 시기다. 남자는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퇴직하는 시기다. 부부간 배려가 필요하다. 배우자를 성적으로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배우자가 다른 방식으로 성생활을 하는 걸 존중해야 한다. 노력해도 안 되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이수미 성은 불과 같다. 아궁이에서 불 피우면 음식을 만들고 방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 아궁이 밖에서 피우면 집에 불이 난다. 부부의 성생활은 아궁이 안에서 불을 피우는 것이다. 부부간 아름다운 성생활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다면 한 번쯤 외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가정은 유지하고. 그리고 공부해야 한다. 남자는 여자에 대해, 여자는 남자에 대해.
유평창 내가 할 수 있는 성이 있고, 하고 싶은 성이 있다. 그럼 할 수 있는 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성생활에도 경영이 필요하다. 밖에서 답을 찾지 말고 안에서 찾자. 답이 안 나오면, 모텔을 가든 여행을 가든 집 밖으로 나가자.
장일상 어릴 때부터 금융교육과 더불어 성교육을 해야 한다. 연령대에 맞는 눈높이 교육이 이뤄질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 에필로그
방담이 끝난 후 밥 먹으러 가는 길에 성매매특별법 얘기가 나왔다. 유 소장을 빼고 세 사람이 공창제에 찬성했다. 획일적 성매매 단속의 부작용이 크고, 독신이거나 정상적 성관계가 힘든 사람들에게 성욕 해소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논리에서였다. 사창가 단속을 주도했던 김강자 전 경찰서장이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고 생계형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도 논거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