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호

달랑 124시간 교육 받고 공항 보안 검색?

교육 강화 없이 기내 총탄 막기 어렵다

  • 소대섭 한서대학교 항공보안학과장

    입력2023-07-1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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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스레이 판독 교육은 20시간이 전부

    • 정기교육 시간도 동일 직군 9분의 1

    • 관련 부처 감독관도 없어

    인천공항 제2터미널 보안 검색대. [동아DB]

    인천공항 제2터미널 보안 검색대. [동아DB]

    우리나라 국제공항 보안 검색대가 뚫렸다. 3월 10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향하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9㎜ 권총탄 2발이 발견됐다. 세계 최고 수준이던 인천공항의 보안 검색대가 체면을 구겼다.

    인천공항은 2018~2022년 5년간 총 909건의 실탄을 적발했다. 국제선 환승 과정에서 실탄을 찾아낸 것만 309건이다. 미국 TSA(교통보안청)도 인천공항 보안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보안 검색이 완료된 위탁수하물에 대해서는 미국 주요 공항에서 보안 검색을 면제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보안검색 과정에서 실탄을 놓치고 말았다.

    인천공항 경찰단은 해당 보안검색요원을 항공보안법 제50조(벌칙) 제5호에서 정한 ‘환승승객 및 휴대물품 보안 검색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불구속 입건한다고 발표했다. 책임은 전부 보안검색요원이 지는 모양새다.

    작금의 사태가 전부 보안검색요원들의 업무 소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적잖다. 업계에서는 보안검색교육 및 인재양성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교육 부족뿐 아니라 정부 부처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경비보다 보안검색 교육기간 더 짧아

    항공보안검색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보안검색교육기관에서 ‘보안검색요원 초기교육’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5일간 총 40시간의 교육을 마친 뒤에는 80시간의 현장직무교육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4시간에 걸쳐 인증평가를 치르고 합격하면 ‘보안검색요원 인가증’을 발급받고 정식 보안검색요원이 된다.



    우리가 보안 검색대에서 흔히 보는 X-Ray 이미지 판독 교육은 보안검색요원 초기교육 중에 실시된다. 총 40시간 중 20시간 정도 X-Ray 이미지 판독 실습을 받는다. 보안 검색의 첫 관문이라 중요도가 높지만 실습시간은 현저히 적다. 이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는 보안검색교육을 마친 신입 요원이 바로 투입되지 않는다. 선임자와 함께 1년 이상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보안검색요원 합격률 95% 달해

    실습 내용도 문제다. 여러 가지 X-Ray 이미지를 판독해 가며 실력을 쌓는 방식이 아니다. 이미지 몇 백 개를 반복적으로 외우는 방식이다. 이미지를 외워서 평가에 임하다 보니 합격률은 95%에 달한다. 사실상 변별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일부 교육기관은 문제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합격률은 높다. 그만큼 교육생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초기 교육이 부실하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보안검색요원으로 채용된 뒤에도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보안검색요원은 연 1회 8시간씩 정기교육을 받는다. 보안검색요원은 현행법상 특수경비원으로 분류된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특수경비원은 매월 6시간, 연간 72시간의 정기교육을 받는다. 보안검색요원의 교육 시간은 법상 정기교육 시간의 9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천공항보안㈜과 항공보안파트너스㈜는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직무교육을 하고 있다. 보안검색요원의 직무교육, 역량개발, 역량관리를 보안업체가 맡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보안검색교육을 민간에 넘기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간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대한민국항공협회부설 보안검색교육원 등 3개 기관에서 보안검색교육을 해왔다. 3월 국토교통부는 일반 주식회사를 보안검색교육기관으로 추가 지정했다.

    보안 검색 업계 및 관련 학계에서는 정부가 직접 보안 검색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가 보안인재 평가개발원(가칭)’을 설립해 보안검색요원 자격 교육 및 역량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보안검색요원 초기 교육 시간을 대폭 늘리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현행 40시간에서 최소 120시간까지는 늘려야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교육을 마친 신입 보안검색요원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려면 이 정도의 교육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 내용도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 특히 X-ray 판독 실습의 체계화가 급선무다. 기본 교육은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고 개인별로 단일물품, 단순혼재물품, 복잡물품 혼재가방, 실제 여행객 여행자 가방 순으로 체계적으로 판독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체계와 함께 보안검색요원의 역량 분석 및 평가 관리도 필요하다. X-Ray 이미지 분석 능력에 따라 보안 검색 등급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1~3등급의 자격을 두고, 일정 기간마다 시험을 통해 이를 갱신해야 한다.

    항공보안전담 감독관도 없어

    관련 정부 인력 보충도 필요하다. 한국의 항공보안 업무는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 항공보안정책과(이하 항공보안정책과)가 총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보안정책과는 7명이 고작이다. 항공보안감독 업무를 전담하는 감독관이 한 명도 없다. 항공정책실 항공운항과에는 ‘항공안전 심사관과 감독관’만 35명이다. 국토부는 몇 년째 행정안전부에 직원 증원과 항공보안 전담감독관 신설을 요청해 왔다. 국내 16개 공항의 항공보안을 감독하기 위해서는 최소 20명 이상의 전담 감독관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원 충원은 없었다.

    현행 항공보안검색 종사자 교육제도는 2004년에 도입됐다. 그 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한 번의 개선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 보안 검색 현장의 노력에 기대는 일은 한계에 봉착했다.


    소대섭
    1991년 한국공항공사 입사. 1996년부터 20년간 공항 보안 검색 체계 도입 및 교육에 관여했다. 2018년부터는 한서대 항공보안학과장을 맡았다. 지금은 한국항공보안학회 기획이사, 대한민국 항공보안협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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